"법학과 시 접목…어려운 법률용어도 쉽게 강의 노력"

[한국대학신문 김소연 기자] “시를 쓰는 것을 이론적으로 생각하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주변을 관찰하고 관심을 갖다보니 시를 쓰게 됐다. 편안하게, 무게 잡지 않고 메모를 했고, 그 메모가 모여 시집을 내게 됐다.”

조성민 한양대 로스쿨 교수는 지난해 말 세 번째 시집 <사랑의 이정표>를 펴냈다. 조 교수는 딱딱한 법학을 전공하면서 삶을 부드럽게 순화시키기 위해, 삶을 즐겁게 살기 위해 시를 쓰게 됐다고 말한다.

조 교수는 1990년 독일에 연구교수로 있으면서 고향과 가족, 조국에 대한 그리움을 간단하게 메모지에 적었다. 외로움과 그리움이 생길 때마다 메모장에 글을 적기 시작했다. 한국에 돌아와 그렇게 쓴 메모를 모아 <행복의 뜨락>이라는 첫 번째 시집을 냈다.

이후 ‘표현을 해볼까’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메모가 습관이 됐다. 사람들과 만나면서, 주변을 둘러보고 관찰하고 스케치도 놓치지 않는다. 고속도로 담에 있는 담쟁이를 보고 담쟁이의 기상을 느끼기도 했다. 주변에 대한 애정이 모여 3번째 시집을 내게 됐다. 그는 어떤 시적 영감이 떠올라서 시를 쓰기보다는 주변에서 접하는 것들에 관심을 갖고 애정을 갖다보니 자연스럽게 시를 쓰게 됐다고 설명한다.

조 교수는 학생들에게도 ‘쉽게 쓰는 것’을 강조하고 훈련하도록 한다. 그는 “판결문을 보면 아직도 문장이 너무 길고 단어도 어렵다. 어떤 판결문은 A4 한 장이 한 문장이다. 일반인은커녕 로스쿨 학생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 글을 쉽게 쓰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로스쿨생에게 실무에서 판결문을 쉽게 쓰라고 강조한다. 학생들에게 판례 분석하는 훈련을 하면서 기존 판결문을 끊어서 읽게 하고, 단락도 바꾸는 등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업시간에도 학생들에게 시를 인용하거나 중간중간 시를 낭송해 집중을 도왔다. 법학은 워낙 어렵고 외울 내용이 많은 전공이다. 때문에 조 교수는 수업도 쉽게 진행하려고 한다. 그는 “법학 이론을 강의하면서 처음에 시를 인용한다. 용문사에 1100년쯤 된 은행나무가 있다. 용문사 은행나무 시를 읽어주고, 여기에서 용문사 땅에 마의태자가 심었다는 전설을 학생들에게 말해준다. 이어 법학 이론에 부동산부합이론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이 쉽게 기억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학생 모두 시를 쓸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마음속에 숨겨진 시심(詩心)을 끄집어낼 수 있도록 한다”면서 “과거 법학부가 있을 때는 학부생 중 3명이 등단하기도 했다. 취미로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는 것은 좋다. 학생의 시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시를 한 두 구절씩 읽어준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은 법과 친숙하지 않다. 그는 “아직도 법전 용어는 어렵다. 로스쿨생이 한자도 어렵다고 하는데 법전 용어는 오죽하겠나. 쉽게 바꿔야 한다. 일반인이 법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대중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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