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신년사로 공정하고 신속한 심판을 다짐한 데 이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에서 고사성어 ‘대공지정(大公至正, 지극히 공평하고 바르다)’을 강조했다. 탄핵심판을 고의로 지연시키지 않겠다는 공언이자 성역을 두지 않는 엄정한 판단을 내리겠다는 의사표현으로 읽힌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중간수사내용과 검찰의 ‘증거는 차고 넘친다’는 말 등을 종합하면 박 대통령의 탄핵 인용과 조기대선 시행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대통령 선거는 그러나 언제 치러질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올해는 대통령 선거의 해다. 대학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선택의 해가 될 것이다. 이에 발맞춰 본지는 새해부터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정책평가와 제언 등을 지면에 싣고 있다. 대학이 발전하느냐 이대로 주저앉느냐의 기로에서 유력한 대선후보로 점쳐지는 이른바 ‘잠룡’들도 전문가들로부터 낙제에 가까운 평가를 받은 박근혜 정부의 대학정책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고등교육 발전과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과 공약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바로 세워야 할 것은 대학 자율성이다. 지난 수년간 정부는 근거도 없는 대학구조조정을 강요하고 재정지원사업을 빌미로 대학을 획일적으로 줄 세워왔다. 평가에 치이고 재정난에 시달린 대학들은 자율성을 잃고 정부에 예속돼 사회를 선도할 지식인 집단으로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교육부가 움켜쥔 돈 보따리를 바라보며 대학들은 정부의 지시대로 움직여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기조로 내세운 창조경제에 대해 대학들은 학문적인 진단조차 시도하지 않은 채 앵무새처럼 맹목적으로 각종 학과명이며 사업명에 가져다 썼다. 그래야 각종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화여대의 입학비리로 시작된 학사농단 사태도 결국은 대학 본연의 자율성을 잃은 채 재정지원사업에 조직이 맹목적으로 휘둘린 탓도 잇다.

전문대학도 마찬가지다. 능력중심사회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국정기조 속에 전문대학들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 도입을 강요받았다. 돈줄을 틀어쥔 교육부에 변변한 항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전문대학들이 70%를 넘는 도입률을 기록하는 사이 전문대학 고등직업교육현장은 피폐해졌다. 이밖에도 각종 사업을 벌여온 교육부는 이제 각 대학의 특성화 정책을 넘어 절대적인 자율성이 보장돼야 할 강의실의 수업내용에까지 개입하려 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발전을 이끌 첫걸음은 대학의 자율성 회복이다.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의 파고는 누구도 속단할 수없는 규모로 예측되고 있다. 이를 일선에서 대응하고 방향성을 제시할 조직은 대학 외엔 없다. 지금처럼 대학의 두 손을 묶어놔선 위기대응은 고사하고 대학의 생존조차 난망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등 대학 협의체도 정치권에 대학을 바로 세우기 위한 정책 제언을 하기로 하고 적극 준비하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대통령 선거에 나설 후보들은 대학의 적폐를 엄정히 처벌해 교육 공공성을 지키는 한편 대학이 획일적인 정부지표를 벗어나 특성화된 역량으로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넘을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대학정책 수립과 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올해 우리 대학들이 자율과 자존감 속에 바로 설 수 있도록 얼마나 제도적으로 재정적으로 뒷받침하느냐에 국가의 미래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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