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등 고등교육 의제 내놔…향후 대선주자 교육 공약 전쟁 예고

<연재기획_눈앞의 조기대선, 대학정책을 말한다>
上. 박근혜 대통령, 대학정책 강행에도 효과는 없었다
中. 박근혜 정부가 놓친 대학가…교육현장 곳곳은 ‘부글부글’
下. 눈앞의 조기대선, 꼭 풀어야 할 대학정책 ‘숙제’들은 무엇?

▲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해 여름 인천재능대학에서 간연하는 모습. <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특별취재팀]앞서 두 차례에 걸쳐 박근혜 대통령의 대학정책 공약을 평가하고, 8개 대학 관련 시민·청년단체에 현재 대학가에서 가장 시급한 현안이 무엇인지 짚어봤다.

마지막 차례에서는 고등교육 재정과 등록금, 기본 법 체계, 행정기구, 대학 입시, 청년 지원 대책 등 관련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과 제시돼 있는 공약들을 소개한다. 또한 해당 의제에 상응하는 대선주자들의 교육철학과 공약들을 토대로 향후 의제가 어떤 방향으로 연계될지 점검, 전망해보기로 한다.

■명목 반값등록금의 꿈…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다시 공약화될까=지난 대선 문재인 후보의 공약이자 19대 국회 1호 법안이었던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 대선 공약에 포함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박근혜 정부의 소득연계형 반값 등록금 정책과 목적성 정부재정지원사업 난립으로 대학 재정난이 한계에 다다랐고, 이대 미래라이프대 사태로 재정지원사업의 공정성 및 특혜 의혹까지 불거져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 박원순 시장은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초청강연에서 2018년을 대학교 무상교육 원년으로 선포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우선 국공립대 반값등록금부터 전면 시행하고, 지방 우수 국공립대 시범사업을 거쳐 제도를 정비해 국공립대 무상교육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로드맵까지 밝혔다.

박 시장은 “반값등록금을 실현하는데 5000억원 규모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에 22조원을 투입한 걸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안정적인 대학재정을 확보하는 것은 십수년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숙원이자 ‘서울시립대식 명목 반값등록금’을 실현할 방안으로 제시되곤 했다. 전국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국교련)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 등 교수협의체에서도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통해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이 상생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재정지원을 받는 사립대는 민주적 거버넌스를 확립하고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개방이사 인원수 확대나 총장 후보자 선출제도 명시화, 자정작용 장치 마련 등을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부대의견도 있었다.

■교육부 폐지론 ‘모락모락’=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해 일찍이 교육부 폐지 및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을 주장했다. 대선정국이 가까워지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1일 ‘국가백년대계위원회’ 설립을 주장하는 등 야권의 교육부 폐지론은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 폐지론의 주요 근거는 교육 통제기구가 됐다는 비판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물론 누리과정 문제, 교원 성과급 문제 등이 사회적 갈등을 빚으면서, 교육부가 교육청과 교육기관 등을 통제하고 또 억압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대학에서는 구조개혁평가와 재정지원사업, 최근에는 강사법까지 뇌관이다. 복수의 야권 성향의 교육단체와 시민단체에서는 교육부 폐지론을 강력 주장하고 있다.

대학구조개혁도 같은 맥락의 의제다.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는 2018년 초, 즉 다음 정권에서 치러지게 된다. 평가 기본계획은 올해 3월 현 정부에서 확정하고 차기 정부에서 실시하기 때문에 대학들은 초긴장 상태다. 과연 지난 1주기 때 평가 결과를 연계한 정원감축이 지방대에 쏠렸다는 지적을 피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지난해 20대 국회 개원 이후 김선동 의원(새누리당)이 발의한 대학구조개혁법안에서 정부가 주도하는 평가 기조가 변하지 않은 데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사교련은 완전히 독립된 새로운 평가주체가 구성돼 대학평가 방향과 기준을 새롭게 마련하고, 그 목적이 대학 지원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구조개혁법상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위원회와 대학평가위원회를 주도하도록 설계돼 있어, 이를 손보지 않으면 현재 부작용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대입이 바뀌어야 초중등 교육도 바뀌어…‘대학입학보장제’=‘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대입 문제부터 대학체제까지 바꾸자는 ‘대학입학보장제’를 제안했다. 일정 수준의 기준을 갖추면 대학 입학을 보장해 과도한 입시경쟁을 줄이자는 것이다. 이는 대입자격고사를 주장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

사걱세 측은 이는 단순히 입시 방법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대학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쟁’과 ‘선발’이라는 대입제도의 패러다임을 과감하게 버리고 ‘최저요건 충족’과 ‘입학보장’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대학이 ‘선발기관’이 아니라 ‘교육기관’으로 바로 선다면 초중고는 대입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어 토론, 프로젝트 수업 등 다양한 활동 중심 수업을 할 수 있고, 학생들은 점수보다는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대학에 진학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새누리당에서 비박계가 분파한 바른정당은 당론 제1호 법안 중 하나로 '대입제도 법제화법'을 내놨다. 정권이 바뀌고 장관이 교체될 때마다 변동하는 대입제도를 법률로 정해 안정성을 도모하겠다는 의미다. 법률로 입시제도를 정하느 방안은 전문가 토론회를 통해 모색할 계획이다.

바른정당 정책위 '행복한가족팀' 팀장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세연 의원은 "대입제도의 법체계를 살펴보면 개괄적 규정만 들어있고 수능, 학교 생활기록부, 대학별 심사를 통해 선발하는 것은 대통령령에 규정돼 있으며, 더 구체적인건 교육부와 대교협 정책으로 발표된다"면서 "더 중요한 전형요소와 학생부 산출 기준은 교육부 훈령, 학생부 작성 지침에 있다"고 법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대학 기본법 및 지원 근거 마련= 국립대학법과 사립대학법 또는 사립대학지원특례법 등 대학 설립 및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공통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다만 모임 성격에 따라 중점을 둔 부분은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가장 먼저 시동을 건 곳은 국교련이다. 국교련은 국립대학의 설치·운영·재정·자율성확보 등에 관한 법적 구성을 완비하기 위해 ‘국립대학법’을 내세운 바 있다. 국립학교 설치령 차원에 머무른 설립근거법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국교련은 사교련과 구성한 대학정책학회 차원에서 2월 중 여야 정당과 대선주자들의 공약으로 반영돼 법 제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구체적인 플랜도 세웠다.

전국국공립대학총장협의회(회장 윤여표) 역시 국립대학법안을 별도로 논의하는 만큼, 추후 두 법안이 국회에서 자웅을 겨루거나 절충될 가능성이 높다. 연일 국립대 총장 선출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과 증언이 쏟아져 나오기도 해, 국립대학법 제정이 대선공약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20대 국회에서는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반면 사립대는 민간 기관으로서 자율성과 교육기관으로서의 공공성 두 가치가 충돌할 전망이다. 사총협은 사립대의 재정 자율성을 보장하고 재정 지원을 법제화하는 특례법을, 사교련은 사립학교법에서 분류해 책무성을 강화한 사립대학법을 주장하고 있다.

사총협의 ‘사립고등교육기관에 대한 재정 등의 관리 및 지원 특례법(사립대 재정특례법)'은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내 등록금 인상으로 인한 평가 불이익 개선 △규제보상제 △기본적인 경상비 지원 △자율학교 지위 부여 △학교·법인회계 통합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반면 사교련은 △사립대학 총장 후보자 선출과정 제도화 △대학평의원회 규정 국립대 수준으로 개정 △교수자치단체가 대학평의원회를 구성하는 하부 단위로서의 지위를 갖도록 명문화 등이 포함되는 사립대학법을 주장하고 있다. 사립학교법이 있지만 고등교육기관과 초중등교육기관은 여건이 판이하게 달라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청년 주거 문제 ‘공정 임대 시장’으로 해결= 청년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NGO ‘민달팽이유니온’은 대학생과 구직자, 사회초년생들이 주거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공정 임대 시장’ 관련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정 임대 시장이란 사회적으로 적정한 임대료 책정 기준을 만들고, 영세 임대인을 공공 영역으로 끌어들여 사회적 임대인을 육성하며, 공인중개사의 책임과 공공성을 강화한 공정중개업자 인증을 통해 안전하고 공정한 임대차 계약을 이루자는 개념이다. 임차인과 임대인, 공정한 공인중개자 셋의 합의가 가능한 구조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청년들이 밀집해있는 대학가 주거 문제부터 해결하기 위해 대학이 참여해 책무성을 발휘할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각 기초 및 광역자체단체 내 도시계획위원회에 대학과 대학생들이 참여하도록 위원회 구성을 전면 개혁해야 한다고 봤다.

■청년들의 안정적 고용시장 안착 지원하자 ‘구직수당’=부모 지원 없이 청년들이 기초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생계와 취업준비를 해나갈 생활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는 ‘구직수당’이라는 공약을 제안해왔다. 실업했을 때 한시적으로 구직비용을 지원하는 현재 실업수당 수준으로는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청년구직지원금제도(청년수당)와 상통한다.

문유진 위원장은 “생활비나 학원비를 보조해주는 개념”이라면서 “호주의 경우 청년층의 학업과 취업 지원을 위해 다양한 수당 지급과 구직 서비스를 제공해 안정적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학생이나 직업훈련을 받는 청년에게는 청년수당을 지급하는데, 자산규모와 결혼여부, 자녀유무 등에 따라 차등 지원해 청년들의 삶에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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