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권역별 토론회 개최…소규모 대학 위기 여전·기관 인증평가 연계 미미

▲ 17일 전남대에서 2주기 대학구조개혁 권역별 토론회가 열렸다.(사진=구무서 기자)

[광주=한국대학신문 김소연·구무서 기자] 교육부 2주기 대학구조개혁 정책 연구 설명회 이후 처음으로 교육부 기본계획안에 대한 권역별 공청회가 열렸지만, 대학들의 핵심 요구는 대부분 배제돼 논란이다.

일반대와 전문대를 대상으로 17일 전남대에서 열린 2주기 대학구조개혁 권역별 토론회에서 대학 관계자들은 불만을 표했다. 구조개혁평가 시점이 2018년 상반기로 정해진 상황에서 대학 현장의 목소리가 구체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한밭대에서 열린 2주기 대학구조개혁 정책연구 결과 발표 당시 대학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으나 결국 지역·규모별 평가 요구, 대학 기관인증평가와 연계 방안 등은 반영되지 않을 전망이다.

▲ 2주기 대학구조개혁 권역별 토론회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구조개혁 방안에 대한 설명에 집중하고 있다.(사진=구무서 기자)

■ 기관인증 평가와 구조개혁 평가 연계는 미비한 수준 = 구조개혁 평가와 대학기관인증평가 간 연계는 대학들이 요구한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실망감을 안겼다.

교육부는 2018년 인증대학의 경우에는 기관평가 인증 효력이 1년 연장될 수 있도록 조치해 2019년에 기관 인증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2018년 구조개혁 평가를 받고, 2019년 또다시 기관 인증 평가를 받아야 하는 셈이다.

또 구조개혁평가와 기관 인증평가에서 중복되거나 유사한 지표는 보고서 양식을 일치하거나 주안점을 동일하게 두는 수준에서 연계가 이뤄질 전망이다. 기관인증 평가와 구조개혁 평가 통합은 불가능하다.

대학들은 기관 인증평가와 대학구조개혁 평가 항목이 유사한 부분이 많은 만큼 평가를 대체하길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 일반대 교수는 "기관인증평가와 대학구조개혁평가 항목이 80~90% 비슷하다. 두 평가의 목적이 다르다면, 어떻게 동일한 평가 항목으로 평가를 진행하느냐"면서 "그렇다면 둘 중 하나의 평가가 틀린 것이다. 연계 방안이 아니라 대체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일반대 관계자는 “한밭대(지난해 11월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현장토론회)에서도 기관평가 인증을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질문했는데 이에 대한 대답이 없다. 어떤 평가지표를, 어떤 방법으로 연계시킬지 모르겠다. 현재까지 논의되고 있는 내용 등을 공개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교육부는 "오는 2021년 3주기 평가를 실시한다면 두 평가를 연계시킬 수 있을 것"이라면서 "현재는 한시적 상황에서 연계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토론이 이어지면서 지방 소재 대학들은 위기감을 숨기지 못했다. 지난 1주기 구조개혁평가 당시 지방대, 전문대는 서울 수도권 대학에 비해 규모와 여건에서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같은 조건으로 평가를 받아 정원을 감축해야 했던 상황이 2주기에도 되풀이되는 것은 아니냐며 비판했다.

교육부는 이번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의 과제 중 하나로 지방대·전문대 경쟁력 제고를 포함시켰다. 정원 감소에 대한 정책적 보호 차원을 넘어 자생력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나사렛대 재활복지특성화본부 관계자는 "1주기 구조개혁평가 결과를 보면 지방대를 살리겠다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지방대 정원이 감소했다"며 "수도권대학과 지방대가 경쟁을 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지방의 대학들은 대학 규모와 재정, 학생들의 선호도 등을 고려해 대학 규모별 리그를 구성해 맞춤형 평가를 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교육부는 평가 리그 구분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일부 지표 별로 평가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지난해 2주기 구조개혁평가 정책연구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김항우 송원대 기획처장은 "정원조정 강제성이 없는 자율개선대학의 대부분이 수도권 대학들인 것을 감안하면 결국 지방대가 정원감축 대상에 포진할 것"이라며 "지역의 대학들이 고사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김재근 신성대학 기획실장도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이 같은 퍼센트로 정원 감축을 하더라도 대학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다르다. 전라, 충청지역은 재학생이 매우 적은 편이다. 이 부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해숙 교육부 대학평가과장은 “상위그룹인 자율개선대학은 권역을 구분해 선정할 계획이다. 수도권과 지방을 나눠서 동일 비율로 선정하는 방안, 권역별로 동일 비율을 선정한 후 통합해 일정 비율을 추가 선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면서 평가단계에서의 규모 및 지역 패널 구분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 교육부 최지웅 사무관(가운데)이 참석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사진=구무서 기자)

■ “‘특성화 전략’은 왜 갑자기 1단계에?” 불만 고조= 이날 교육부는 평가 지표 중 '대학 특화 전략'을 제시했다. 대학 특화 전략은 지난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D, E 등급 일반대가 받았던 2단계 특성화 평가를 확대한 형태다.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2단계 지표에 포함된 대학 특성화 항목이 1단계로 변경되면서 A, B, C 등급을 받은 대학의 경우 특성화 관련 평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혼란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대학 특화 전략을 분야특화, 기능특화, 과정특화로 세분화했다. △분야 특화는 특화 계열이나 학과, 전공을 특성화 하는 경우 △기능특화는 연구 중심, 평생교육, 전문인력 양성 등 기능을 특화하는 경우 △과정 특화는 대학원 비중확대, 외국대학 교류, 새로운 교수법 도입, 지역사회 협력 등을 제시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대학 관계자들은 “대학 특화 전략이 무엇인지, 기존의 대학 특성화와 무엇이 다른지, 정원 감축 계획과 연계되는 것인지” 등을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모 대학 기획처장은 “특성화에서 대학 특화전략으로 이름을 바꿨다. 대학들이 특성화 정책을 정착해 잘 운영하고 성숙단계에 와 있는데 또다시 명칭을 바꾸면 혼란이 생긴다”면서 “평가 지표를 2단계에서 1단계로 바꾸는 자체도 의문인데, 이런 것 왜 하는지도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건국대 글로벌캠퍼스 기획 전략팀 관계자는 “2단계 평가 받은 대학들은 특성화 개념 가지고 있다. 그 부분에 따르면 컨설팅 받은 내용은 대부분 분야특화였다”면서 “갑자기 기능특화, 과정특화가 추가된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교육부 재정지원 사업에서 선정된 대학들은 기능특화, 과정특화에서 유리하다고 생각된다. 갑자기 특성화 지표를 확대하면 기존에 재정지원 사업에서 선정되지 않은 대학은 불리하다”고 말했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이 가진 다양한 전략을 포괄적으로 보기 위해 1주기 지표를 확장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하면서 “대학 여건과 특성에 따라 전략적으로 특성화 역량을 선택하면 된다. 다만 전문대는 고등직업교육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분야특화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대 토론회에서는 대학 특화 전략과 정원 조정 연계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김인수 한국영상대 교학처장은 “대학 특화 전략에서 경쟁보다는 인근대학 공동연계 전략에 가점 부여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충청권의 16개 대학 중 주력학과가 다르다. 대학마다 주력 학과에 따라 정원 조정을 하면 이 부분이 연계 전략에 가점되는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교육부 이해숙 과장은 “대학 특화 전략에서 연계 조정은 이런 예시가 부합한다”면서 “한 지역 안 여러 대학이 잘 살아가려면 똑같은 것을 모든 대학이 하면 안 된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주력학과 아니면 주력학과에서 더 잘하게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