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학 보건실에 떠넘기기…“총장 중심 관리 체계 만들 필요 있어”

"감염병 발생 전, 감염병 대응 관리위원회 조직 구성해야"

[한국대학신문 김소연 기자] 대학들이 개강을 앞두고 독감(인플루엔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신종 감염병에 대한 대응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대안 마련에 분주하다. 

2일 대학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교육부는 ‘학생 감염병 예방·위기대응 매뉴얼(대학교용)’을 만들어 배포했다. 교육부는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감염병 관리 규정을 만들고, ‘감염병 관리 조직’, 감염병 발생감시체계를 구축하라고 했다.

대학은 초·중·고등학교와 달리 학생들의 이동이 자유롭고 대학 본부에서 학생들을 모두 관리하기 어려워 감염병 발생 시 초기 대응에 실패할 경우 지역사회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 2015년 발생한 메르스 사태 당시 대학 내 감염병에 대한 관리체계나 관리시설 등이 없어 감염병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대학들은 감염병 관리 지침 없이 단순히 건물 출입을 봉쇄하고 자체적으로 휴강을 하는 수준의 대응만 가능했다. 이 때문에 수천명에서 많게는 수만명이 밀집해 있는 대학에서 감염병 예방과 감염병 관리 및 대응 체계를 위한 지침을 체계적으로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매뉴얼에 따르면 대학 총장은 반드시 대학 내 감염병 관리를 위한 의사결정 기구인 '감염병관리위윈회(가칭)'를 만들고, 감염병 총괄관리자와 감염병 발생 감시 담당자, 각 부서별 감염병 관리자를 지정해야 한다. 감염병 총괄 관리자로 지정된 직원은 매년 2월 까지 감염병 예방·관리 계획을 수립한 후 감염병 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총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3월 개강을 앞두고 대부분의 대학들은 해당 매뉴얼에 따라 준비를 하고 있지만 일부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는 대학도 있는 상황이다.

A대 보건실 담당자는 “대학본부에서 업무가 추가로 발생한다는 인식 때문에 보건실에 모든 일을 떠넘기고 있다. 질병 관련 업무는 모두 보건실에서 맡아 하길 바라는 것”이라면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이어 “감염병 발생 대응은 대학 보건실만으로 대처할 수 없다.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 실제로 발생했을 때는 전체 대학 차원에서 감염병이 확산되지 않도록 나서야 하는데 여전히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털어놨다.

교육부 매뉴얼대로 대학 내에서 감염병 예방 관리를 진행해야 하지만 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는 다는 지적이다. B대 보건실 담당자는 “대학마다 보건실에 1명, 많은 대학은 2명의 간호 인력이 배치돼 있다. 게다가 이들은 거의 계약직으로 정규직도 아니다. 보건실에서 대학 전체 감염병 관리 위원회를 꾸리고 교육부 매뉴얼대로 할 수 있는 힘도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위진희 대학보건간호사회 회장은 “지난해 말 매뉴얼을 받고, 나름대로 대학들이 감염병 예방 및 대응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대학마다 상황이 달라 어려움을 겪는 보건실이 있는 것으로 들었다”면서 “교육부에서 감염병 발생 시 대응 체계를 만들라고 안내했기 때문에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감염병에 대해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학 본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관리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 관계자는 “신학기가 되면 3월까지는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감염병 관리 규정을 만들고 대학 내 구성원 간 조직 구성, 역할 등을 정하도록 복지부와 교육부가 협업해 매뉴얼을 만든 것”이라면서 “질병이 발생하기 전인 평상시에 감염병관리위원회 등을 구성해 대비를 하자는 의미다. 미리 대학 내 조직, 역할 등을 정할 것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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