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유연학기제 준비 속속 진행…학생들 자기 미래 설계

“학기 유연화가 4차 산업혁명, 미래 대비 위한 대안은 아냐”

[한국대학신문 김소연 기자] 지난해 말 교육부가 학사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자 대학들은 각 대학에 맞는 다양한 학기제를 구상하고 있다. 다만 교육부 설명처럼 학사제도 유연화가 과연 4차 산업혁명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엔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9일 대학가에 따르면 대학들은 다학기제, 집중이수제, 유연학기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말 ‘대학 학사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다학기제, 집중이수제, 융합전공제, 유연학기제 등을 도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교육부 발표 전에 학생 스스로 창의활동 과제를 설계해 제안하고 수행하는 프로그램을 정규 학기로 인정하는 ‘자유학기제’를 도입한 대학들이 있다.

한동대는 2015년 2학기에 국내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자유학기제'를 도입해 주목을 받았다. 한 학기 동안 수업 대신 학교 밖에서 현장실습, 인턴십, 창업 활동, 어학연수, 해외문화 탐구, 사회봉사 등 학생이 원하는 활동을 자유롭게 하면 이를 최대 12학점까지 인정한다. 한동대를 시작으로 아주대, 이화여대 등이 도전학기제라는 이름으로 해당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최근 건국대는 ‘드림(Dream)학기제’라는 이름으로 기존의 정형화된 학제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가 수업 대신 자기주도적인 창의활동 과제를 설계하고 이를 수행해 학점을 받는 학제를 도입해 올해 1학기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삼육대도 다양한 학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김성익 삼육대 총장은 “유연학기제의 경우에 1학년 학생들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꼭 필요한 학기제도라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1학년만 유연학기제를 도입하고 나머지 학년은 그대로 둘 경우에 학사 행정이 복잡해져서 고민하고 있다. 2ㆍ3ㆍ4학년 학생들도 유연학기제를 도입하면 좋을 텐데 이 부분은 아직까지 대학 내부에서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 다학기제가 4차 산업혁명 대안? ‘글쎄’= 해당 학기제가 4차 산업혁명을 위한 대비책이 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하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대학 총장은 “교육부에서 주장하는 융합, 융·복합이 과연 미래 인재들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나? 교육부는 전공 몇 개를 융합시킨다고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데 오히려 지금 앞으로 3년간 취업 빙하기라고 해서 청년 실업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취업인데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교수들 사이에서는 학사 유연화가 대학 수업에 실제 적용되기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B대학 교양학부 교수는 “교육부에서 학사제도 개편안을 내놓고 규제 완화이자 4차 산업혁명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과연 유연학기제를 도입할 수 있는 대학이 몇 곳이 될지 모르겠다. 강의실에 여러 학년이 섞여있는 수업과정에서 해당 내용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나. 전형적인 탁상공론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일부 대학에서는 제도를 도입했음에도 학생들의 외면을 받는 곳도 있다. 결국 학생들이 해당 학기 제도를 제대로 알고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아무리 다양한 학제를 운영하기 위해 학칙을 변경해도 학생들이 선택하지 않으면 소용없기 때문이다.

실제 C대학에서는 자기 설계과정, 전공, 학기 등 학칙을 변경하면서 자유학기제를 도입했으나 아직까지 해당 제도를 선택한 학생은 없는 상황이다. C대학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학사제도 유연화 방안을 발표하기 전에 대학들이 먼저 해당 학기 제도를 도입하고, 학칙을 변경하는 등 노력해왔다”면서 “다만 학생들의 수요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학생들의 참여는 저조한 상황”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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