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지금 농성 중.

몇 달 전 한 인터넷 언론사가 뽑은 기사의 제목이다. 이화여대를 비롯해 서강대와 서울대, 한국외대, 청주대 등 상당수 대학에서 학생들이 대학 건물을 점거한 사태를 종합해 지칭한 말이다. 이후 고려대와 동국대 역시 점거농성에 돌입하면서 이 말은 문자 그대로 사실이 됐다.

소기의 성과를 거둔 학생들도 있고, 소득 없이 점거를 푼 학생들도 있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단연 돋보였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온갖 조롱과 ‘출구전략’을 뒤로한 채 본관에서 버티고 버텨 끝끝내 교수들의 동참을 얻어냈다. 이어 이화여대 학생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무령왕릉’을 캐내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었다.

당시 이화여대 학생들을 지지하며 학내행진에 나섰던 김혜숙 이화여대 교수(철학과)는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학생들의 점거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려 감동을 주기도 했다. 김혜숙 교수는 “학생들이 보여준 순수한 마음과 행동”에 가슴 깊이 공감한 모습이었다. 그것은 아마 청문회를 시청한 대다수 시민의 모습이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대학생들의 점거농성은 모든 것의 보루였다. 이뤄질 리 만무한 것을 요구하며 본관을 걸어 잠근 대학생들의 ‘철없음’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을 돌이켰고 지켜낼 수 없는 것을 지켜냈다. 점거는 한때 민주화의 보루였고, 이화여대에서는 공정의 보루였고, 부정한 정권의 사익에 대한 보루였다.

지금은 어떨까. 이제 한때 ‘지금 농성 중’이던 대학 중 단 한 곳이 남았다. 서울대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지난해 10월 10일 대학당국이 추진하는 시흥캠퍼스가 대학의 상업화와 기업화를 가속화한다며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하며 대학본관을 점거했다. 추풍이 흩날리던 날은 어느새 새해가 됐고, 대학당국이 물과 전기를 끊은 본관은 차디찬 겨울의 한복판에 서 있다. 이화여대와 달리 서울대 교수들은 하루빨리 점거농성을 풀어야 한다며 640명이 결의했다. 직원들 역시 청원경찰은 용역깡패가 아니라며 점거농성을 풀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서울대 학생들은 포위됐다. 

지금 언론은 제3자다. 서울대의 점거농성을 바라보며 교수들이 지적한 ‘실정법 위반 소지가 있는 점거농성’을 옹호하는 것은 불가한 일이다. 시흥캠퍼스의 사업성과 미래의 가능성 그리고 현존하는 대학 기업화의 위협에 대해 진단을 내리는 것 역시 오롯이 서울대 구성원들의 몫이리라.

그러나 불개입의 불문율을 넘어 한 가지만 묻고 싶다. 수개월간 서울대 시흥캠퍼스 사태를 들여다본 제3자의 입장에서, 수년간 대학에 몸담았던 교수들은 대체 그간 어디에 있었는가? 서울대가 가르치는 학문은 승리의 기록에 불과했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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