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연계교육 '꿈의 대학' 적극 추진

“대학과 대학의 연계, 시설·인프라를 공유하고 함께 나누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별 공동학위제도 고민의 대상이다. 대학과 대학을 경쟁만 시켜 대학간 협력이 중단되고 단절이 진행됐다.”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이재정 경기도교육청 교육감은 총장부터 국회의원, 장관 등 다양한 이력을 경험한 교육통이다. 각종 사회사안을 비롯해 교육문제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관심을 갖고 열린 자세로 토론에 임하는 소통형 리더로도 꼽힌다. 경기도교육감 당선 뒤 청소년 간담회를 열고 교육문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최근 이재정 교육감은 경기도 내 초중고등학교 학생의 방과후교육과 대학의 각종 수업·강의를 연동하는 ‘꿈의 대학’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꿈의 대학 사업은 고등학교 1~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저녁 7~9시에 대학이나 지역 공공시설 또는 학교시설에서 대학이 마련한 강의를 듣고 토론하는 사업이다. 경기도에 잘 갖춰진 대학교육 인프라와 고등 교육인력을 활용해 고등학생 때 진로적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야간자율학습이나 학원을 대체할 사업으로 구상됐다.

또 지난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전문대교협이 추진하는 진로진학체험박람회를 교육감협의회 차원에서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전문대교협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사업 역시 초ㆍ중ㆍ고 학생의 진로적성체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다. 지난 10일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교육청 교육감실에서 이재정 교육감을 직접 만나 꿈의 대학과 교육구상을 들어봤다. 이날 이재정 교육감은 최초로 밝히는 구상이라며 지역별 공동학위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 최근 전문대교협과 진로진학체험박람회를 공동개최하기로 했는데 배경이 뭔가.
“진로교육을 위해서다. 전문대교협 초청으로 총회를 방문해 전문대학 총장들과 인사를 나눴는데, 전문대학이 지향하고 있는 교육의 방향과 가치, 목표 등은 고등학교와 중학교가 연계되지 않으면 교육적 효과를 내기 어렵다. 전문대교협이 추진하는 진로진학체험박람회의 실제 대상이 유초등고교 학생 아닌가. 매우 소중한 진로체험 기회이기 때문에 준비단계부터 같이 하는 게 학생들에게 매우 유익하다. 그래서 양해각서(MOU)도 맺었다.”

- 이미 일반대와도 ‘꿈의 대학’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어떤 사업인가.
“꿈의 대학은 우선 진로교육이다.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갈증을 느끼는 게 진로문제다. 자신들의 삶을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준비하고 나갈지 고민한다. 한 학생은 직접 ‘우리도 인생이 있다’면서 ‘우리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더라. 지금 자유학기제 등으로 진로체험을 허용하고 있지만 보완이 많이 필요하다. 꿈의 대학은 경기도에 잘 갖춰져 있는 대학교육의 시설과 인력 등 인프라를 활용해 진로교육을 실시하는 사업이다. 83개 대학과 협약을 체결했고 경기북부지역 등은 강원도 춘천에 있는 한림대가 지원하기로 했다. 대학마다 온도차는 있지만 환영하는 분위기다.”

- 어떻게 운영하나?
“우선 고등학교 1~3학년 학생을 무학년제로 지원받아 저녁 7~9시에 원하는 강의를 지정된 장소에서 듣는다. 주제는 다양하게 토론이 가능한 것으로 선정할 것이다. 이를테면 한국대학신문과 대학교육 등의 주제다. 이를 통해 야간자율학습과 사교육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면서 다양하게 진로적성에 영향을 줄 수 있지 않겠나,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 주제는 무엇이든 가능한 것인가?
“그렇진 않지만 다양하게 마련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도 포함될 것이다. 우선 IT분야가 포함될 것이다. 이밖에도 미래의 삶을 추측해보는 노력도 있다. 화제가 됐던 인공지능(AI) 분야도 향후 인공지능이 우리 미래의 삶을 어떻게 해야 하나 논의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아이들이 상상력을 기를 수 있는 능력을 주자는 것이다.”

- 상당한 수준의 개혁조치인데. 배경이 된 문제의식이 있나.
“있다. 대학입시가 그간 고등학교 교육을 지배해온 형태라는 게 문제다. 그러니까 각종 사업에도 불구하고 실제 고등학교 교육 정상화가 어려웠던 것이다. 고교교육은 사실 그 자체로 완성된 교육이 돼야 한다. 고교교육 뒤 대학진학이나 사회진출로 방향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근데 이게 대학입시와 수능의 틀 속에 잠식됐다. 지난 2년간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심해왔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대학입시도 고등학교 교과서로부터 출발하는 게 옳지 않느냐는 것이다. 고교교육이 대입을 견인할 수 있다면 고교교육이 사는 것 뿐만 아니라 만연한 사교육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 성공회대 총장을 역임하는 등 대학교육에도 조예가 깊다. 제언을 한다면.
“공동학위제다. 대학의 분야별 특성화와 함께 대학간 공동학위제를 구성하고 그게 지역적으로 실현된다. 대학간 연대가 이뤄지고 학문적 공동작업이 가능해 미래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가령 10개 대학이 같은 지역에 있고 각기 다른 분야의 특성화를 갖고 있다면 훨씬 깊이 있는 전문적인 학문적 성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지역사회의 미래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그간 대학간 경쟁만 시켰다. 협력이 아니라 단절을 시키는 경쟁으로에 내몰아왔다.”

-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처음 밝힌 아이디어다. 개인적으로 신학박사학위를 받았는데 6개 대학이 공동으로 준 학위다. 장로교부터 감리회까지다. 사실상 6개 대학 공동 학위 아닌가? 이런 식으로 대학간 연구와 교육과 시설의 인프라를 공유하고 함께 나누는 체제를 만들면 더 앞서가는 분야를 구축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고 교육부가 줄세우기 경쟁만 강요하고 돈을 나눠서 뿌리니 고등교육에 발전이 없다.”

- 교육부 비판론이 거세다. 폐지론은 이미 공론화된 단계다. 교육부를 간략히 평가한다면.
“그간 교육부는 ‘통제·감독·평가·지시만 해온 부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기관이 아니라 각 교육기관들이 스스로 뭔가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번에 교육부를 폐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어 국가의 개입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 갈수록 어려워지는 인구절벽 등 사회구조상 문제를 극복하기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 조기대선이 예상되고 있는데. 다음 정권 대통령에게 바라는 게 있나.
“교육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교육부 장관에는 교육부를 해체할 용단을 내릴 사람을 임명하길 바란다. 국가의 미래를 놓고 어떻게 인재를 양성하고 미래사회를 만들어가는 창의적 인 것을 하느냐는 더 큰 교육정책의 문제다. 지금 입학정원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시기가 아닌가. 이런 문제를 모두의 지혜를 짜서 대학은 어ᄄᅠᇂ게 할 것이고 어떻게 문제에 대응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안보도, 경제도 중요하지만 젊은이의 미래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앞으로 수년 내에 예측 못할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정말 지금은 교육대통령이 필요한 시점이고 교육대통령이 미래 교육과 진로교육 측면에서 교육의 새로운 틀을 만들고 방향을 만들고 방법론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 이재정 교육감이 본지 김석준 발행인(오른쪽)과 대담을 하고 있다

■ 이재정 경기도교육청 교육감은 …
1944년 충남 천안 출생. 경기고를 졸업하고 고려대 문과대 독어독문학과를 나왔다. 1974년 서울대 종교학과 수료 뒤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신학박사와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8년부터 1994년까지 성공회대 학장으로 재직하다 1994년부터 2000년까지 성공회대 총장을 역임했다. 2000년~2003년 제16대 국회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편 뒤 2006~2008년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다. 2014년 경기도 교육감에 당선됐으며 현재 전국시
도교육감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대담 김석준 본지 발행인, 사진 한명섭 사진부장, 글 이재 기자>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