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한빛 기자] ‘우물을 파도 한 우물만 파라.’ 무엇을 할 때 한 가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의 속담이다. 과거에는 이 ‘한 우물’ 이론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어려운 시절이다 보니 한 가지에 집중해서 성공하는 사례가 많이 나오던 때이기도 했다.

체육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부 못해도 운동만 잘하면 된다는 인식이 퍼졌다. 이에 발맞춰 대학에서도 공부를 못해도 운동 실력이 좋은 학생들을 선발하는 체육특기생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은퇴 이후 초라한 생활을 하거나 잘못된 길로 빠진 선수들의 사연이 이어졌고, 특기생 제도를 악용해 대학에 입학한 정유라의 논란이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체육계에서도 하나만 잘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생겼다.

문체부와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는 학습과 운동을 병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학생선수 최저학력제 출전금지 규정을 만들어 올해부터 도입했다. 그러나 일부 리그에서는 과도한 규제라는 반발에 부딪쳐 시행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최저학력제의 도입은 필요한 일이다. 다만 학습과 운동의 병행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학력제가 또 다른 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든다.

현장에서는 학습권 보장의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규제를 통한 방식에는 난색을 보였다. 학습과 운동을 어떻게 병행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생소해했다.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강의를 운영하거나 대학 차원에서 학습과 운동을 관리하는 방안도 나왔지만 일부 대학에 그칠 뿐이었다.

학습권 보장을 강조한다면 관련 규정을 도입하기 이전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환경이 먼저 만들어져야한다.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의미가 단순히 학생선수들의 수업참여를 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불어 관행처럼 이어왔던 체육특기생에 대한 학사관리 특혜 역시 대대적인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 최근 교육부의 체육특기생 학사관리 실태조사 결과 학칙을 위반하며 학사경고 누적자를 제적하지 않고, 부실한 출결과 학습 참여에도 불구하고 학점을 부여하는 등 1000여건의 부정사례가 적발된 바 있다.

하나만 잘해도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다. 서울대 출신의 프로축구 선수, 홈런왕 출신의 교수가 더 이상 신기한 사례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학업과 운동에 모두 능숙한 인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앞으로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학생 선수의 학습권 보장은 차질 없이 지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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