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무서 기자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대입제도로 대입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어요.”

대입제도 기획 기사를 위해 취재를 하던 기자가 한 취재원으로부터 들었던 말이다. 분명 현 대입제도에는 많은 문제가 있지만 막상 대입제도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대입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일부 상위 대학에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몰려 경쟁이 심각하다는데 있다. 그렇다면 경쟁은 왜 심각한 것인가. 출신 대학, 즉 학벌이 20살 이후 남아있는 약 80년의 인생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직업과 관계된 직접적인 전문 기술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학벌이 좋은 사람들이 좋은 직장, 현재로서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이라고 불리는 곳에 취업한다. 여러 지표들을 토대로 취업률이 학벌과 관계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냉정히 말해 낮은 학벌로 대기업에 입사하는 경우는 소수고 대부분은 중소기업 행이다. 2016년 기준 3개월 이상 근무한 비율을 조사한 유지취업률 순위를 보면 재학생 1만명 이상 전국 51개 대학 중 상위 5개교는 고려대, 한양대, 성균관대, 서울대, 연세대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쟁에서 어떻게든 낙오되지 않으려고 온 국민이 아등바등하고 있다. 여기에 들어오는 사교육은 모두가 문제라고 공감은 하지만 내 자식에게만큼은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을 거쳤기 때문에 단 1점이라도 낮은 학생이 나보다 상위 대학에 입학하는 경우는 용납되지 않는다. 경쟁을 거친 이들에게는 ‘잠재력, 정성평가’는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학력고사, 수능, 논술, 면접, 학생부중심 등 어떤 대입제도를 적용해도 학생과 학부모는 그 제도에 맞춰 어떻게 하면 상위권 대학을 갈 수 있을까 고민한다. 고교 역시 어떻게 하면 새로운 제도에 맞춰 학생들을 상위권 대학에 보낼까 연구할 것이다. 기업은 대학이 학생들을 어떻게 선발했는지, 어떻게 가르쳤는지와는 관계없이 학벌을 보고 선발할 것이다. 수만명이 지원하는 1차 서류평가에서 개개인의 특성을 다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학 서열화는 누가 만들었는가. 학생과 학부모인가, 고등학교인가, 기업인가, 정부인가. 어떤 제도를 도입해도 상위권 경쟁에 매달리는 고교 현장, 임금격차와 사회적 지위가 확연히 벌어져있는 노동시장, 학벌로 개인을 판단하는 사회적 인식 등을 고려하면 적어도 대학만의 문제라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제 다음 달이면 새 정부가 들어선다. 정유라 사건, 문이과 통합교육, 4차산업혁명 대비 등 이슈를 고려하면 새로운 대입 제도가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왕 적폐를 해소할 것이라면 모든 문제를 철저히 파헤쳐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 서열화와 대입 제도에만 매몰되면 또 다른 괴물만 만들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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