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입시제도에 일반대 하위 개념으로 인식

시장 나눠야 둘 다 살아…학생 선발도 다르게 할 수 있어

[한국대학신문 천주연·구무서 기자] 고등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전문대학은 일반대와 비슷한 대입제도로 인한 신입생 확보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대입제도 개선에 앞서 대학의 기능 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학문중심의 일반대와 직업교육 중심의 전문대학은 지향하는 목표가 다른 만큼 신입생을 선발하는 평가 방법도 달라야 하지만 대부분의 전형과 평가방법은 엇비슷하다.

전문대학도 일반대와 마찬가지로 수시와 정시로 학생들을 선발하며 수시에는 △일반전형 △면접전형 △비교과전형 등이 있다. 이 중 성적 위주에서 벗어나 봉사나 동아리 활동, 전공 관련 평가 요소를 대폭 반영한 면접이나 비교과전형은 전문대학만의 특성화된 입시전형이었으나 일반대가 비슷하게 따라 하면서 차별성이 없어졌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두원공과대학 입학처장은 “입학사정관제가 비교과제와 비슷해 보인다”며 “양쪽에서 똑같이 해버리니 구분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정시 역시 비슷한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 2005학년도에 처음으로 도입된 이후 직업기초능력 중에서도 문제해결능력에 초점을 맞춘 직업탐구 영역이 거의 활용되지 않는 실정이다. 2017학년도 수능에서 △농업 이해 △농업 기초 기술 △공업 일반 △기초 제도 △상업 경제 △회계 원리 △해양의 이해 △수산해운 산업 기초 △인간 발달 △생활 서비스 산업의 이해 등 10개 선택 과목의 응시자 수는 총 6273명이었다. 2016학년도 수능에서 7512명이 응시한 것보다 줄어든 수치다. 반면 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가 밝힌 2016학년도 전문대학 입학정원은 17만7660명이었다. 전문대학 입학정원의 약 100분의 1에 해당하는 인원만 직업탐구 영역의 시험을 본 것이다.

대학가에서는 학생들이 전문대학 진학을 꺼려하는 현 사회적 분위기가 직업탐구 반영을 어렵게 한다는 주장이다. 전문대교협 오병진 입학지원실장은 “전문대학을 오겠다고 결정해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없다보니 직업탐구보다는 국영수 위주로 평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비슷한 평가지표로 학생들을 선발하다보니 일반대에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차선책으로 전문대학에 입학하는 상황이지만 전문대학은 별도의 대입제도를 만드는 것에는 회의적이었다. 오병진 실장은 “교사들의 머릿속에 전문대학이 없는데 이 상황에서 별도의 입학 체제를 만들어달라는 것은 우리만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대학에서는 고등직업교육이라는 특성과 그 특성을 토대로 한 학생 선발을 위해서는 일반대와의 기능 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반대는 학문중심 연구와 교육으로, 전문대학은 직업교육으로 기능을 나누자는 것이다.

최연숙 안동과학대학 입학처장은 “일반대에서 직업교육이 하는 것들을 다 가져가면서 또 다른 직업교육기관이 됐다”며 “우리의 정체성이 모호해지면서 전문대학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조상식 동국대 교수는 “지금은 일반대와 전문대학이 같은 시장에서 싸움을 벌이는 형국인데 대학 기능의 역할 분담이 돼야 둘 다 산다”며 “고등직업교육기관이 기능적으로 분화되면 입학에서 학생의 능력과 기초학력 부분도 다르게 측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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