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수익·홍보 효과’…이용자는 저렴한 가격에 만족
전문가 “공유경제 활성화에 대학 역할 매우 중요해”

[한국대학신문 황성원·윤솔지 기자] #결혼을 앞둔 김씨는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예식장 잡기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다. 고민 끝에 선택한 것은 ‘스몰웨딩’. 필요한 것만 갖춰놓고 초대하고 싶은 친척과 지인들만 부르기로 했다. 그렇게 장소를 알아보던 중 시간당 5만 원에 공간을 빌릴 수 있는 곳을 발견했다. 대학 건물이었다. 주위에는 자작나무가 심겨 있고, 깨끗하게 환경미화가 돼 있어 마음에 쏙 들었다. 비록 공간을 빌려 결혼식장으로 꾸미는 데 힘은 들었지만 모든 기억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체육시설이나 공연장, 창업 공간 등이 필요하지만, 시설이 마땅치 않거나 비싼 대여료로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사람들이 대학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과거 외부인 출입을 금하던 대학들도 일부 시설을 외부와 공유하거나 대여해주면서 지역사회와 상생을 표방하고 나섰다.

국토연구원의 ‘2015 공유경제 기반의 도시 공간 활용 제고 방안 연구’에 따르면 국내외 공유경제 가치가 2025년까지 3350억 달러(한화 383조390억원 상당)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를 반영하듯 현재 국내에선 공유단체·사업이 급증하며 사무실 임대나 숙박 공유, 주택 공유, 공공시설 공유 등 다양한 부문에서 공유 기류가 확산되는 추세다. 이 가운데 시설·학문·인적 분야에서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한 대학이 공유경제 활성화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이다.

▲ 서울시립대 자작마루 (사진=윤솔지 기자)

■ 대학 시설 빌려주며…지역사회와 ‘긍정적 상호작용’= 서울시립대 자작마루 건물에서는 결혼식뿐 아니라 연극 공연, 전시회 등이 열린다. 1937년 건립된 자작마루 소강당은 2000년대 들어 현대식으로 개조됐다. 지하에는 강의실이 있고 지상 강당은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평일에는 학생을 위한 공간으로 주말에는 누구나 예약을 하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쓰인다. 특히 대학 동문회관 결혼식장보다 대여료가 훨씬 저렴하고, 넓은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으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경희대 네오르네상스관 농구장은 홈페이지 시스템(http://khuis.khu.ac.kr/java/jsp/hjss/reservation)을 통해 예약하면 외부 단체도 이용할 수 있다. 오는 5월 완공 예정인 1800명 수용 규모의 국제캠퍼스 종합체육관도 지역 주민에게 개방될 예정이다. 숙명여대도 100주년 기념관을 교육 행사를 열고자 하는 외부에 대여하고 있다.

제주대는 음악공연과 특강 등 규모가 큰 행사를 할 수 있는 아라뮤즈홀을 외부에 개방하고 있다. 500석으로 이뤄진 홀은 음향 장비 등 시설이 좋아 외부 단체에서 음악 연주회나 공연 등의 신청이 잦은 편이다.

중앙대는 강의실과 아트센터 대극장을 일정 대여료를 받고 외부와 공유하고 있다. 이 대학 관계자는 “그간 대학 시설은 학생들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왔는데 최근 지역 주민과 함께 어울리자는 연대 의식이 생겼고 담장을 없애고 있다”며 “주민들은 시설뿐 아니라 캠퍼스 내부에서 휴식과 산책 등을 하며 자유롭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용재 중앙대 교수(도시공학)는 “과거 다소 폐쇄적이었던 대학 공간이 오픈 캠퍼스로 점차 전향하고 있다”며 “공간이나 시설을 공유하면 유지나 보수에 드는 예산도 절약할 수 있고 또 지역은 대학에 좋은 이미지를 갖게 돼 홍보 효과도 나타난다. 지역과 대학이 긍정적인 상호 작용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오는 5월 완공 예정인 경희대 국제캠퍼스 종합체육관의 투시도 (사진제공=경희대)

■ 창업기업 공간 내주며 ‘산학협력’ 이끄는 대학들= 스타트업과 창업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며 대학 내 사무실 공유 바람도 거세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창업을 희망하거나 사업 등록증을 낸 기업들이 고가의 대형 부동산 건물을 장기 임대하는 대신, 필요한 공간을 시간 단위나 월 단위로 저렴한 가격에 임대하는 형식이다.

세종대는 예비창업자나 창업한 지 3년 이내의 기업을 대상으로 창업공간을 대여해주고 있다. 현재 14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입주보증금은 평당 40만원, 월 임대료와 관리비도 평당 4만7000원 선이다. 서류·발표심사를 거쳐 입주 기업을 선정하며 공실 발생 시 수시모집하고 있다. 입주 기업엔 사무지원부터 시제품 제작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원하고 있다.

건국대도 동일 조건을 가진 기업에 시세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공간 대여를 해주고 있다. 현재 창업지원센터에는 20개 기업이 입주하고 있으며 주어진 공간에 기업 특성에 맞는 시설을 채울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또 창업교육을 지원하고 경영·기술 컨설팅, 특허·인증 취득 지원 등 사업화도 함께 지원한다. 

이처럼 대학이 창업 기업에 공간을 공유하는 이유는 ‘산학협력의 시너지 효과’ 때문이라는 게 창업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신중경 세종대 창업지원부단장은 “기업은 저렴한 임대료와 학교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입주를 희망하고, 학교는 기업과 학내 구성원 사이 공동연구개발이나 취업연계 등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공간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창업지원센터 관계자는 “입주 기업이 들어와 학교와 산학협력을 이루고 기업이 상장한다면 서로 득이 되는 일”이라며 “입주 기업을 대상으로 재학생 인턴활동이나 현장실습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학에는 현재 70여 개의 외부기업이 입주해 있다.

대학이 공간을 공유하는 추세에 관해 이용재 교수는 “한정된 자원 속에서 공유는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개념”이라며 “대학이 공유에 있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변화해야 한다. 공간 공유는 대학이 마땅히 주도해야 할 역할 중 하나다. 대학이 지역사회의 중심이 되고 또 생활이 된다면 대학과 지역은 하나의 집단으로서 상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대학가에 부는 ‘공유경제’ 바람…위기 극복 나선다
공간뿐 아니라 인적·물적·지적 자원 공유까지 나서

최근 대학가에서는 시설뿐 아니라 교원과 강좌 등 인적·지적 자원도 타 대학과 나누려는 움임이 활발하다. 단순히 시설이나 학점 교류를 넘어 ‘대학 간 공유’를 통해 교육의 질 제고에 나선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세계적 공유경제 바람과 맞물려 호황기를 맞았다.

전 세계적으로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공유경제의 성장률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자신의 집을 일정 기간 빌려주며 상품으로 내놓는 숙박 공유 플랫폼인 에어비앤비(Airbnb)와 택시를 잡기 어려운 도심에서 차량 공유형태로 차량과 승객을 연결해주는 우버(Uber)가 ICT를 활용한 공유경제의 대표사례다.

2008년 서비스를 시작한 에어비앤비의 기업 가치는 현재 300억 달러(한화 34조1400억원 상당)이며, 2010년 서비스를 상용화한 우버는 5년 만에 세계 30여 개 도시에 진출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메솔루션(Massolution)의 통계조사 결과, 세계시장 속 공유경제의 규모는 2008년 8억5000만 달러(한화 9673억원 상당)에서 2014년 100억 달러(한화 11조3800억원 상당)로 뛰어올랐으며, 2025년에는 3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한정된 자원의 가치 재창출이라는 이점을 지닌 공유경제가 활기를 띠면서 대학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열린 서울총장포럼에서 서울시는 대학 간 공유 시스템 구축 사업에 10억원의 예산지원을 약속했다. 케이무크(K-MOOC) 강의 공유, 대학 간 학점 교류와 더불어 ‘벤처와 창업’과 같이 사회적 수요가 높은 주제별 합동 프로그램 운영 등에 힘쓸 방침이다. 현재 운영모델 설계와 시스템 개발 단계에 들어가 있으며 올해 2학기부터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지난해 9월 동서대와 경성대가 교수진부터 시설과 강좌, 교육과정 등을 공유하는 협력 시스템 구축 협약식을 가졌다. (왼쪽 장제국 동서대 총장, 오른쪽 송수건 경성대 총장)

이미 대학 간 지적 자원을 공유하고 있는 대학들도 눈에 띈다. 지난해 9월 경성대와 동서대는 국내 최초로 교수진부터 시설과 강좌, 교육과정 등을 공유하는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 주목받았다. 두 대학이 체결한 협력분야는 문화 콘텐츠 특성화와 △공동 리버럴아트 칼리지 설립·운영 △글로벌 프로젝트 미래 첨단기술 공동연구센터 구축 △벤처창업 아카데미 운영 △대학원 전공 교과 협력 △기독교 공동체 대학 인프라 공유 등이다.

이미 두 대학은 지난 학기부터 도서관·체육관·공연장·전시실·공동기기센터 등을 양 대학의 학생과 교수 모두에게 개방했다. 또 8대 과제 태스크포스(Task Force)팀을 구성해 구체적인 사항을 협의한 후 이번 학기부터 교육과정 공동운영 등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김태곤 경성대 기획조정처 팀장은 “이번 학기부터 교양교육 강좌를 교차 운영하고 있는데 학생들 반응이 정말 좋다”며 “특성화 분야를 중심으로 공동수업도 시행하고 있고 과목도 점차 늘려나가 참여 기회를 확대할 예정이다. 다음 학기부터는 ICT를 기반으로 한 무크 강좌 공유를 위해 양 대학이 투자계획 등 구체적인 사항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 지역 6개 사립대도 연합체계 구축에 나섰다. 지난 3월 영남대·계명대·대구가톨릭대·대구대·대구한의대·경일대가 연합대학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학교 간 정규학기와 계절학기 과목의 교차 수강이 가능해졌다.

지난 20일에는 제주도 내 제주대·제주국제대·제주관광대학·제주한라대학 등 4개교도 자원교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대학 간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함께 운영한다는 취지다. 케이무크 과목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상호 대학 간의 학점 교류를 인정하기로 했다. 지적 자산뿐만 아니라 시설 측면에서도 인프라를 구축해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외국 대학과 협약을 맺고 자원 공유에 나선 대학도 있다. 2016년 7월 건국대는 아프리카 잠비아 코퍼벨트(Copperbelt) 대학과 상호 교류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학술교류협력과 학생, 교수 등의 인적자원 교류에도 합의했다. 각 대학에 학생 파견은 물론 대학 간 공동 학술연구도 가능할 전망이다.

남호수 동서대 기획처장은 “교육의 질을 높이고 효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공유의 가치는 미래 대학 사회에 필수적”이라며 “앞으로 어느 대학이든 재정난이 심화될 것이다.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등록금이 계속해서 동결되는 현 상황에서는 대학이 자기 것만 투자하려는 생각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 대학 간 공동 투자와 상호 협력이 필수불가결한 시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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