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현직 교사 연수’ 기능 강화, 대학 인프라 지역사회에 개방

“한자문화권 교사양성 통합” 포부…정부 재정지원 확대 절실 피력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수능 과목을 줄이고 난이도를 낮춰야 사교육이 사라집니다. 초등교육은 대학입시의 패러다임에 따라갈 수밖에 없어요. 미국에선 수험생들도 금요일 밤에는 놉니다. 미국 수학능력시험(SAT)이 쉽기 때문이죠. 대신 많이 경험하고 좋아하는 학문에 집중하고 많이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초등교육이 삽니다.”

김경성 서울교대 총장은 대한민국 발전의 초석은 ‘초등교육’이라고 자신하면서도 지금의 ‘초등교육’이 대학입시 방향에 좌지우지되고 있는 점은 아쉽다고 토로했다.

한국교육평가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 채점위원장 등 국가적인 연구와 평가 사업에 참여해온 김 총장은 “성적으로만 줄 세워 뽑는 입시보다는 ‘가능성’과 적성을 고려한 학생 선발이 이뤄져야 교육이 산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서울교대는 내신이나 수능 성적과 관계없이 교사 자질이 있는 학생을 오로지 교장 추천으로 뽑는 전형을 만들어 선발하고 있다. 지난해 10명을 시작으로 올해에는 30여 명으로 확대했다.

앞으로 김 총장은 교대가 교원양성기관이라는 점을 토대로 대학원 기능을 강화하고 유아교육과 특수교육 영역 확대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내년에는 서울시에서는 최초로 특수아동을 위한 유치원도 건립할 예정이다.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대학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를 위해 김 총장이 내놓은 키워드는 ‘공유’다. 대학의 물적·인적 인프라를 지역 아동과 중·고등학생을 비롯한 주민들과 충분히 공유하기 위해 ‘실습실 개방’ ‘영재교육 진행’ ‘독학사 과정 전국 대학 유일 운영’ ‘특수아동을 위한 어린이집 건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 개교 71년주년을 맞았다. 서울교대 역사는.

“서울교대는 1946년 서울대와 같이 설립돼 지난해 70주년을 맞으며 명실공히 우리나라 초등교육의 본산으로 자리매김했다. 1953년 서울대에서 서울교대로 분리됐으며 2년제였던 서울교대는 1981년 4년제 대학으로 승격했다. 1996년 석사과정, 2011년 박사과정이 생겼다. 서울교대를 거쳐 간 초등교사 숫자는 3만5000명 정도 된다.”

-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평가 사업에 참여했는데 대입제도 방향에 대해 제언하자면.

“학생을 실력으로 뽑아야 할지 가능성으로 뽑을지 조절하는 게 대입제도의 요체라 할 수 있다. 학생이 잠재력은 있으나 교육 여건이 좋지 않아 높은 점수를 못 받는 경우가 많다. 수능은 사교육 노출 빈도를 결정짓는 부모의 사회적 능력과 지위에 영향을 받고 사회적으로 열악한 지역 학생들에게 불합리하게 작용하는 면이 없지 않다. 반면 수시 전형은 수능에 비해 비교적 그런 문제가 덜하다. 정부에서도 수시 비율을 높여 가능성을 보고 뽑으라는 추세다. 결론적으로 이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가능성만 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절대적으로 점수가 높은 학생만 뽑을 수도 없는 거다.”

- 초·중·고교생 희망 직업 1위가 교사라고 한다.

“1990년대 초반 우리 대학에 상위 15~20% 학생들이 입학했다. 현재는 전국 1%학생들이 몰려든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우리나라에 이렇게 똑똑한 학생들이 갈 수 있는 직장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점점 대기업 등 탄탄한 기업에서 좋은 자리, 우수인재들이 갈 자리를 없앴고 그마저 자리가 불안정해졌다. 그 때문에 우수 인재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 교사를 지향하고 교대를 들어온다. 하지만 교사는 안정만을 추구하며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진정으로 교사가 되고 싶은 마음이 따뜻한 사람, 다음 세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지방에 있는 고등학생의 경우 수능 점수는 조금 낮더라도 진정으로 교사가 되고 싶은 학생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한 고등학교에서 교장 추천으로 한 명씩 입학할 수 있는 전형을 마련했다. 그야말로 그 학교의 대표선수 1명은 교대로 올 수 있는 거다.”

-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선행학습을 규제하는 추세다.

“알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문제다. 일단 이런 현상의 주범은 대학입시다. 교육 과정은 우리가 뭘 가르쳐야하는지 교육 철학과 목표가 있어야 한다. 목표가 정해지면 뭘 가르칠지, 교수 방법과 학습, 교육목표를 달성했는지 평가를 거쳐 이것을 목표에 피드백 하는 게 과정이다. 가장 중요한 건 목표와 과정이다. 지금 선행학습 나오는 건 평가에 방점이 맞춰져 있는 거다. 대학입시가 오지선다형이면 초등교육도 오지선다 위주다. 대학입시에서 국·영·수를 보면 초등교육도 국·영·수 위주로 흐른다. 선행학습을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대학입시다. 현재의 줄 세우기식 입학시험이 존재하는 한 선행학습은 안 없어진다. 대입 과목을 줄이고 난이도를 낮추는 등 대학입시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선행학습이 없어진다.”

- 대학이 위기다. 타개 방안은.

“지금 교육대학의 위기는 우리나라 위기와 비슷하다. 한 해 학령인구가 많게는 3만 명까지 줄어든다. 3만 명이 줄어들면 교실 1000개 없어지고 교사 1000명이 줄어든다. 전국 10개 교대 정원이 100명씩 줄어드는 거다. 현재 서울교대 정원이 385명인데 100명 줄면 285명이 된다.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 기본적인 운영비를 보충하기 위해서 연수기능을 확장했다. 교육대를 졸업한 지 오래된 교사에게 재교육도 필요하기 때문에 일석이조다. 또한 교대는 이제 초등교사 양성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기능을 확대한다면 2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유아교육, 또 하나는 특수교육이다. 우리 대학에 유아교육, 특수교육 대학원이 있는데 내년에 특수아동을 위한 유치원을 설립한다. 실제 유치원마다 특수아동이 다니고 있긴 하지만 서울에 처음부터 특수아동을 위한 유치원은 없는 실정이다. 국가와 사회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 현직 교사 연수도 진행하고 있다.

“교육전문대학원에서 교사 연수를 맡고 있는데 4년 전을 기점으로 교사 연수 비중이 높아져서 현재 학부정원이 385명인데 전문대학원 정원이 500명이다. 서울에 초등교육 전문대학원이 우리 대학뿐이기 때문에 초등교사를 위한 교육에 신경을 많이 쓴다. 특히 교육대학을 졸업한지 오래된 교사는 재교육이 필수다. 현재 우리나라는 법으로 매년 초등 교사가 60시간 재교육을 받아야하는데 선진국에서는 대학 학점을 받으면 연수로 갈음한다. 우리나라도 이처럼 연수 방법을 다양화해야 한다.”

-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은.

“학교에서 한 해 몇 십명 씩 미국,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에 학생들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교육부가 한ㆍ중ㆍ일 캠퍼스아시아 프로그램을 공모했는데 교육 분야에서 서울교대가 프로젝트를 땄다. 교원양성대 등과 한ㆍ중ㆍ일 학부생을 교류하는 5년 단위 프로젝트다. 학생들은 전공학문 외에도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습득하고 공통 이슈에 대해 토론도 한다. 작년 베이징사범대에 보낸 학생은 6개월 배운 중국어로 나와 베이징사범대 총장과의 대화를 통역하는 등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 지역사회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나.

“지역사회 봉사 차원에서 학교 내 80명 규모 국공립 어린이집을 유치했다. 학교 밖에 있는 55명 규모 어린이집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가능한 한 10개 정도 운영하려고 한다. 100여 대가 구비돼 있는 피아노 실습실도 개방했다. 저소득층 영재교육도 서울시에서 지원받아서 진행하고 있다. 평생교육원 산하에는 독학사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대학 못 간 사람에게 대학 학사자격 받도록 하는 것이다. 국문학과, 영문학과, 가정학과 3개 학과가 있다. 10년 전만 해도 서울에 있는 많은 대학이 독학사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현재는 서울교대만 운영하고 있다. 수입이 시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봉사 차원에서 학교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고 그 학생들 위해 기숙사 배정도 하고 있다.”

- 제4차 산업혁명에서 ‘인간 교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앞으로 인공지능(AI) 교사가 교사의 70%를 대체하는 시대가 온다고 한다. 사람의 몫은 30%만 남는 거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앞으로 교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정리하고 그런 교사를 양성해야 한다. 요리 등 아날로그적인 것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디지털로 바뀔 수 없다. 같은 맥락에서 디지털로 대체될 수 없는 부분은 바로 창의성과 감성교육이다. 지금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교대의 역할은 바로 AI가 할 수 없는 아날로그적인 것을 찾아서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것이다.”

- 교사 양성에 있어서 포부가 있다면.

“유럽연합이 유럽 화폐를 통합하면서 다음 세대를 위해 그들이 하고 싶어 한건 교육의 통합이었다. 교사 양성을 통합하고 싶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 문화와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한자문화권의 통합을 꿈꾸고 있다.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등 한자를 기본으로 의사소통하는 나라들은 문화가 비슷하다. 10년 정도 전부터 한·중·일 연합으로 교사를 양성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지금 11년째다. 우리나라도 심포지엄을 계속 개최하고 있다.”

- 서울교대 총장으로서 정부에 바라는 것.

“어느 대학이나 마찬가지다. 위기다. 교대도 마찬가지다. 최근 교육의 무게중심이 4차 산업혁명, 창의·과학, 직업창출 쪽으로 쏠리고 있다. 초등교육이 다른 영역 못지않게 중요한 것을 인식해서 국가 예산을 적절하게 투입해야 한다. 전문대학 137개교에 재정지원만 지난해 기준 3338억원 규모다. 반면 10개 교육대 1년 재정이 2016년 기준 32억원은 전문대 한 곳 정도 예산이다. 열악한 상황이다. 교육대학 특성상 대부분이 취직이 되다보니 투자를 안 한다. 그러나 초등교육은 조금만 투자해도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인재양성 등에서 굉장한 효과를 낼 수 있음을 알아달라.”

■ 김경성 총장은 …

1956년 출생. 고려대 사범대학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 캘리포니아대(UCLA)대학원 교육학과 석·박사과정을 거쳤다. 1992년 서울교대 조교수로 부임한 뒤 대학발전기획단장, 교무처장 등을 거쳐 2015년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사와 전국교원양성대학교총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대담=김석준 부회장 겸 발행인 / 정리=이현진 기자 / 사진·영상 =한명섭 사진부장, 이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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