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

"교육을 수단으로 간주하는 경향 짙어 강사문제는 뒷전"
"국회와 교육부 모두 강사 문제 해결에는 직무유기했다"
"주15시간, 월80시간 일하고도 '일터' 달라서 제도차별"

▲ (사진= 주현지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재·주현지 기자] 강사법 시행이 내년 1월 1일로 또다시 다가왔다. 2년만이다. 지난 2011년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강사법은 시행을 목전에 두고도 4년간 3차례나 유예됐다. 사실상 입법이 잘못됐다고 국회가 자인하는 꼴이다. 실제 법의 적용 대상인 대학과 강사는 모두 이 법에 반대하고 있다. 서로 입장은 다르지만 이를 풀 대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열악한 처우와 불안한 고용문제는 입법 뒤 무려 6년이 흐른 지금까지 해결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분야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한다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앞서 이미 인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1만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했다. 임순광 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 위원장은 “정권 교체 뒤 대학이 올바로 서고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특히 적폐청산 사회대개혁을 요구한다. 문재인 정부가 이제 교육적폐를 청산하고 대학가의 가장 대표적인 적폐인 55년 묵은 강사제도를 청산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순광 위원장을 18일 오후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만났다.

-시간강사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된지도 이미 10여년이 훌쩍 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관심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이런 현상의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나?
“교육을 수단으로 보고 있어서다. 시민들이 교육을 하나의 수단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교육의 질이나 학문 성숙에 대해서 일부를 제외하면 관심을 덜 갖게 됐다. 학문 경시풍조도 생겼다. 취업에 도움이 안되는 것에는 신경을 안 쓰는 풍조가 시간강사 문제에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대학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도 커졌다. 그리고 사실 예전부터 시간강사 문제에 사회적 관심은 크지 못했다. 관심이 있었던 시기는 사람이 죽었던 시기다. 2003년 서울대 강사의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고 2010년 조선대 서정민 강사가 유명을 달리했다. 당시 관심이 컸다. 당시 조선대에 노동조합이 있어서 더 확대가 가능했다. 그래서 사회적 문제로 비화됐고 2011년말 강사법이 통과됐다. 국회가 법을 통과시키면서 이 문제가 일단락됐다고 인식되는 것도 사회적 환기가 어려운 원인이 됐다.”

-약 10년이 흘렀다. 10년간 강사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와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어떻게 평가하나.
“직무유기다. 국회는 초기엔 나름 노력을 했다. 그러나 2011년 강사법을 통과시킨 뒤 문제가 있다는 게 드러나 2012년 유예하고 나서 한 일이 없다. 2012년 이후 강사법 해결을 위해 6월에 토론회를 열었는데 그 이후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4년간 3차례 유예만 했다. 입법활동을 게을리 한 것이다. 법을 잘못 만들고 나서 되돌리려는 노력이나 보다 나은 법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없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내 특별위원회 구성도 무산됐다. 2015년 12월 당시 설훈 의원이 국회 내 강사특위를 만들어 해결해야 한다고 발언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이 국면이 매우 아쉬운 게 당시 교육부는 내부에 시간강사 제도개선위원회를 만들고 있었다. 행정부와 입법부가 같은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면 보다 해결이 빨랐을텐데 입법부가 특위를 만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교육부가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고 입맛에 맞는 그릇된 제도를 만들어도 견제를 할 수 없었다. 강사법 시행을 유예시킨 국회는 문제가 많다는 것을 매우 잘 안다. 직무를 게을리 했다는 평가 밖에 할 수 없다.”

-행정부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 (사진= 주현지 기자)

“더 나쁘게 했다. 교육부의 일정한 궤도이탈은 지금 전 정권이 무너지는 단초를 제공한 셈인데, 교육부가 강사문제에 대해서도 유사하게 행동했다. 우선 이전 문제가 많아 국회가 유예한 강사법도 청부입법이다. 교육부의 강사제도에 대한 인식을 뜯어고치지 않으면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제도개선위원회 운영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한교조(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는 항상 공개적으로 토론하자고 제안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민감한 이야기나 세밀한 협의가 필요한 부분에서 협의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럴수록 공개토론을 해서 검증하는 게 필요하지 않나? 공개토론회, TV토론회 무엇이든 하자고 했는데 응하지 않았다. 강사제도처럼 공론화가 많이 이뤄지고 문제제기가 된 문제가 어디 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개선위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들어가서 반대의견이라도 내지 않으면 교육부가 제멋대로 악법을 만들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강사법의 문제에 대해 간략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다.
“누더기 법인 게 문제다. 가장 최근에 교육부가 내놓은 종합대책부터 보자. 지난 2011년 국회를 통과한 강사법도 악법인데 이 종합대책은 더 후퇴했다. 일단 법에선 1년이상 계약을 정했는데 교육부 종합대책에선 1년 미만으로 강사를 고용할 수 있는 예외조항을 만들었다. 팀티칭으로 강의를 쪼개기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면 1년 고용이 무너지는 거다. 예를 들어보자. 사회학을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눠서 강의하면 팀티칭으로 인정된다. 그러면 1년 고용 안해도 된다. 사회학 일반강의를 만들어서 전반기는 개론, 후반기는 실제 사회문제를 들여다본다고 팀티칭으로 만들면 두 명의 강사를 고용해 1년 미만으로 쓸 수 있다. 이런 팀티칭이 폭넓게 용인된다. 또 다른 문제는 당연퇴직이라는 문구를 집어넣은 것이다. 강사들은 계약 뒤 특별한 통보가 없으면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면 소청심사권도 인정된다. 계약기간 만료에 대해 특별한 통보 없이 계약을 종료시키면 갱신기대권을 어겨 부당해고로 인정되는 것이다. 근데 당연퇴직 조항을 추가하면 이 갱신기대권이 무너진다. 사실상 강사의 고용문제에 대해서 심각한 후퇴다.”

-이 때문에 한국비정규교수노조는 연구강의교수제 도입을 주장해 왔다.
“그렇다. 일단 오해부터 풀고 가자. 연구강의교수제는 보완재다. 가장 중요한 요구는 전임교원을 100%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강의교수제를 주장하니까 비정규직을 늘리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는데 정당하지 못한 것이다. 전임교원 100%를 충원하는 게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고 새 정부가 강조하는 좋은 일자리, 공공일자리 개선과도 부합한다. 강사문제의 근본해법은 항상 전임교원 100% 확충이다. 지금은 50%도 안 된다. 연구강의교수제는 100% 충원으로 가는 와중에 발생하는 강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다. 강사들이 모두 100% 전임교원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나. 그들은 그럼 지금처럼 불합리한 제도 속에서 머물러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지금보다는 낫게 대우해줘야 한다. 그걸 계약직으로 하자는 것이다. 2년 이상 계약하고 국가가 기본급을 보장하고 대학이 수당을 보장하는 형태다. 강의는 수당, 기본급은 연구보수다. 수천만원 쓸 일도 아니다. 강사로서 2년간 강의를 하고 역량이 미달되면 수당을 못받고 연구하는 형태로 전환하는 거다. 아무런 성과나 실력이 없으면 대학강의를 쉬는 게 맞지 않나. 2년 이상이니까 퇴직금도 적용된다. 대학들은 강사들에게 퇴직금도 주지 않고 직장건강보험도 해주지 않는다. 법적으로는 가능한데 실제로는 소송을 해야 겨우 인정된다. 연구강의교수제를 통해서 이를 확보하자는 것이다. 또 이들이 한 대학에서 9시간 이상 강의하면 다른 강사들의 일자리를 위협한다. 2~3개 대학에 갈 수 있게 책임시수를 5~6시간 수준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 고용은 덜 불안해지고 처우는 나아지는 효과가 있다. 지금 강사법과는 아주 큰 차이다.”

▲ (사진= 주현지 기자)

-강사법 시행 유예되고 연구강의교수제도 활발히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지금 강사들의 상황은 어떤가. 다시 한 번 조명해볼 필요가 있겠는데.
“처우와 고용문제는 이미 앞서 밝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도적인 차별이 크다는 점이다. 강사가 본인의 상황에 대해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다. 의사결정권이 없다. 총장선출권도 없고 강사에 대한 자원배분결정권도 없지 않나. 자원배분은 공간배정이나 연구공간, 휴게공간, 예산 등이다. 모든 것에 대한 결정권이 없다. 결국 대학 내에서 여전히 중요하지 않은 계층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이 건물을 짓고 땅을 파헤치고 노트북을 업그레이드하는 동안 우는 소리를 하지 않으면 강사에 대한 개선은 전혀 논의되지 않는다. 수년간 4만원대에 머무르고 있는 사립대 강의료가 가장 큰 증거다. 대학 외에 사회적 제도에서도 차별이 극심하다. 우선 비정규직은 퇴직금과 직장건강보험 가입에서 불리하다. 주15시간 노동, 월80시간 노동이 어려우니 직장건강보험에서 제외된다. 간헐적으로 노동하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제도적 차별로 확인되고 있지 않나. 강사는 여기에 추가적인 차별이 더 있다. 사실 강사들은 주15시간, 월80시간 일한다. 강의한다. 문제는 서로 다른 대학에서 일하기 때문에 인정을 받지 못한다. 세 대학에서 3시간씩 강의하는 강사들이 많은데 이들은 실질적인 노동시간은 퇴직금, 직정건강보험 가입대상이다. 그런데 현실을 보라. 각 대학은 해당 강사에게 3시간만 인정해준다. 그러니 노동시간이 입증이 안 된다. 비정규직 중에서도 특수한 위치에서 중첩된 차별에 노출된 것이다. 이밖에도 익히 언론에서 다뤄왔던 인권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뒤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강조하고 있다. 정권교체에 따른 기대감이 있나.
“기대하고 있다. 정권교체 뒤 대학이 올바로 서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해주길 기대한다. 1962년 군부정권이 지식인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게 강사제도다 55년간 이어진 대표적인 적폐다. 지금은 그리고 구조적인 차별의 온상이 됐다. 이 제도를 철폐하고 올바르 교원제도, 그리고 학문정책 수립을 이번 정부가 할 수 있다. 단순히 악법 저지를 넘어서 개선된 제도가 나오길 갈망한다. 현장에서 그렇다. 강사들이 이제 유예나 법안 폐기 논의를 넘어 한발은 더 나아갈 수 있지 않겠냐고 묻는다. 그렇기 위해선 강사들의 자체적인 노력도 중요하다. 목소리를 낼 것이다. 상경집회도 하고 파업을 위한 조직화도 지속할 작정이다. 물론 반정부투쟁을 전개하던 지난 정부와는 궤가 다르다. 지지와 기대를 담은 목소리다. 적폐를 청산하고 강사제도를 폐지하고 올바른 교원제도를 만들자는 요구를 전달할 것이다. 쉽게 말하면, 잘하라고 목소리를 낼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