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수혜 개선 요구에 '연구동력 저하' 우려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감사원이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등 외부기관으로부터 연구용역을 수주해 인건비를 받아온 국립대 교수들의 연구활동은 ‘이중수혜’라며 중단을 요구해 대학가에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당장 5월 집행 예정인 외부기관 연구용역 인건비 집행부터 제동이 걸렸다. 장기적으로는 국립대 교수들의 연구동력이 크게 저하될 것이란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30일 교육부와 대학가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16일 일선 국립대에 공문을 보내 교수들의 이중수혜를 개선할 방안을 7월 31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국립대 산학협력단 실무자들이 이를 논의하기 위해 29일 충남대에서 교육부 관계자와 함께 만났으나 뾰족한 수단은 내놓지 못했다.

국립대 교수들은 통상 지자체나 기업의 연구용역 과제를 수주해 대학 산학협력단을 통해 연구비를 지급 받아왔다. 대학도 이 같은 외부기관의 연구용역비 중 일부를 간접비로 대학 경영에 사용할 수 있어 외부 연구용역을 장려해왔다. 교수들은 기업과 지자체와의 협의를 거쳐 이 연구비 가운데 일부를 인건비 명목으로 받아왔다.

감사원이 이에 제동을 걸면서 대학들은 당장 5월에 집행돼야 할 인건비 지급조차 미루는 모습이다. 한 국립대 산학협력단장은 “교육부가 공문을 내린 것이 16일이라 그 전에 인건비 지급계약을 맺은 연구과제의 인건비 지출을 어떻게 해야 할지 깜깜하다. 지적을 받기 전이라고 강조해도 받아 들여지지 않으면 그대로 규정을 위반한 게 된다. 정부가 일정한 기준을 마련해주기 전까지 집행을 유예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 국립대 총장은 “지금은 아직 지급중단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지급일자를 넘긴 교수들도 발생하고 있어 항의가 접수되고 있다. 사정을 설명해주고 있지만 언제까지 미봉책으로 불만을 억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더구나 소식을 접한 교수들은 적잖은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어 연구의욕의 저하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21개 국립대 산학협력단을 감사한 감사원은 2012년 1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약 5년간 정부와 민간기업의 연구용역을 수행한 국립대 교수 등 4696명이 1418억2749만원을 인건비를 지급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감사원은 지난 1월 감사결과를 분석해 국가공무원에 속하는 국립대 교원(교수)가 연구용역을 발주한 기업이나 지자체로부터 대가로 인건비를 받는 것은 이중수혜를 금지한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을 어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과 지자체는 국가가 아니지만 이미 임금을 국가로부터 받는 국립대 교수가 연구비 중 일부를 인건비 명목으로 받는 것은 이중수혜라는 것이다.

감사원은 당초 이 금액을 모두 환수하는 것도 검토했으나 국립대와 교육부의 반발로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각 국립대가 연구비 관련지침을 새로 마련해 인건비 지급을 중단하라는 요구는 지속하고 있다.

국립대에선 자칫 교수들의 연구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다며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특히 감사원의 감사가 국립대 교수에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적잖은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다. 한 국립대 교수는 “사회적으로 국립대나 사립대 구분 없이 교수의 역할은 연구와 교육”이라며 “단지 속한 기관이 국립대라는 이유 때문에 사립대와의 차별을 감수하라는 게 적절한 국가정책인가”라고 질타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가 아닌 감사원의 지적사항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인건비 지급 중단을 철회할 수는 없다고 완강하게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립대의 경우에도 인건비를 받지 않고 연구수당을 받도록 한 사례들이 있다. 국립대 교수들의 주장처럼 사립대가 인건비를 자유롭게 수주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기업과 지자체 연구용역에 인건비 지급이 가능해 연구과제간 균형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고, 교수가 연구에 몰두하면서 교육과 학생지도, 산학협력 등에 소홀하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고 전했다.

교육부가 완강한 태도를 취하면서 대학가에선 기존 인건비로 받았던 항목을 폐지하고 연구수당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설득력 있게 논의되고 있다. 한 국립대 산단장은 “인건비를 유지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이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은 교육부로서도 부담이 있으니 적정 수준에서 연구수당으로 전환해 보전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적정 수준이 총 연구비의 절반(50%)수준인지 그 이하인지는 아직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오랫동안 국립대 교수들이 요구해온 국립대 교수 관련 법·규정 정비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연구와 교육 등 교수의 사회적 역할에도 불구하고 다른 국가공무원과 똑같은 규정에 적용을 받고 있는 현재 국가공무원법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특히 국립대 교수들은 사립대 교수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보수규정을 따르고 있어 임금격차가 컸다.

한 국립대 관계자는 “획일적인 공무원사회의 규정을 대학의 교수들에게 적용하는 게 적절치 않다. 이번 연구비 관련 문제도 결국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이중수혜 금지 원칙을 교수 본연의 역할인 교육에 고민없이 적용하면서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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