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적생 기준 40%는 125만6867명 … 57만명 더 확보해야 '목표달성'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국공립대 네트워크와 공영형 사립대가 전문대학에 또 다른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정부가 국공립대 네트워크와 공영형 사립대 재학생 비율을 5년 뒤 전체 대학 재학생의 4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걸 목표로 삼으면서 가격경쟁력과 교육의 질에서 전문대학이 이들에 뒤처지면 설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지난해 분석한 고등교육기관 학생 수 (재적생)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전문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은 지난 2016년 69만7214명으로 전체 고등교육기관 재학생의 22.12%에 불과하다. 일반대와 비교하면 33.4% 수준이다. 일반대 재학생은 2016년 기준 208만4807명이다.

전문대학가에서는 특히 지방대와의 경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재는 취업률이 높고 등록금도 상대적으로 싸 지방 국립대나 사립대로 진학할 입학자원 상당수가 전문대학으로 진학하고 있지만 국공립대 네트워크와 공영형 사립대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전문대학의 현장중심형 교육에 이끌려 일반대를 졸업하고도 다시 전문대학에 진학하는 이른바 ‘U턴입학’도 주춤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전문대학 교수는 “자연스런 경쟁 속에 전문대학이 취업역량을 갖추면서 일반대 학벌에 대한 사회적 위상이 낮아졌다. 그 결과 현장중심의 교육을 받고 싶어하는 시민들이 전문대학을 노크하고 있다. 여기에 국공립대 네트워크와 공영형 사립대를 밀어 넣는다면 다시 전문대학에서 현장중심의 교육을 받고 싶은 사람들을 학벌을 매개로한 일반대 취업시장에 밀어넣는 격이 아닌가. 인위적으로 대학시장을 조정하는 것은 고등직업교육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공영형 사립대를 추진해도 수도권의 대규모 대학들이 응하겠는가. 강제로 전환할 수도 없을텐데 결국 대상은 지방의 중소규모 사립대다. 이들에게 대규모 재정을 지원하고 정부가 운영하는 사립대로 전환시킨다면 그 지역 학생들이 어느 대학을 택하겠는가. 대학의 자율성을 크게 훼손하는 정책이 될 것이다”고 비판했다.

국공립대 네트워크도 마찬가지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고등직업교육연구소 한 교수는 “국공립대 네트워크가 공영형 사립대와도 제휴해 고등교육의 중간벨트를 만든다는 계획인데 이 과정에 전문대학도 수렴될 수 있다. 공영형 전문대학도 이미 공언됐지만 그보다 더 적극적인 형태, 즉 통합 등으로 잠식될 우려도 있어 뵌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고등교육 재적생 현황을 보면 이 같은 우려는 사실로 드러난다. 지난해 국내 고등교육관 재적생 314만2166명 가운데 국립대와 공립대에 다니는 학생은 각각 68만2720명, 2만4685명에 불과하다. 사립대 재적생 수는 243만4761명으로 거의 절대적인 격차다. 

비율로 보면 국공립대 22.5%, 사립대 77.5%다. 목표치인 40%는 125만6867명. 2016년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57만4147명을 더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어 5년 뒤 구체적인 수치는 예측할 수 없지만 상당한 규모가 될 것은 틀림없다. 특히 이 수를 모두 사립대에서 전환해오는 인원으로 충족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 크다. 57만명은 사립대 재적생 수인 243만4761명 가운데 23.6%에 달하는 상당한 수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문대학가에선 이 수요의 상당수가 전문대학을 타깃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영형 전문대학과는 별개로 공영형 사립대로 흘러들어갈 전문대학 입학자원이 많을 것이란 분석이다.

호남지역 한 전문대학 교수는 “이미 수도권 대규모 사립대 입학을 준비하는 학생은 지방대나 전문대학에도 관심이 없다. 학력수준을 기준으로 지방대와 전문대학, 그리고 수도권 대규모 사립대 입학자원은 입시시장에서 구분돼 있다. 그렇다면 공영형 사립대로 전환할 대학들에 입학할 학생들이 누가 될지가 관건이다. 중간수준의 학생이라면 국공립대 네트워크로 수렴될 것이다. 결국 지방 사립대와 전문대학, 그리고 재수 사이에서 고민하던 학생들이 타깃 아니겠나. 그렇다면 결국 전문대학에 비해 더 낮은 등록금과 4년제 학벌로 유혹하는 공영형 사립대로 진학하게 될 확률이 높다. 전문대학이 국공립대 네트워크와 공영형 사립대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가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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