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자문기구 격하" 공약 비리당사자 원아웃제 이사 요건 강화 병행돼야

대학교육 정상화를 위해선 우선 ‘악한 고리’인 사학비리를 근절해야 한다. 사학비리대학들은 대학에 대한 정부의 투자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돼 왔다. 문재인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국공립대 네트워크와 공영형 사립대도 벌써부터 사학비리재단의 연명수단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본지는 대학교육 정상화를 위한 첫 걸음으로 꼽히는 사학비리 근절을 위해 현재 상황과 중장기적 대책을 3회에 걸쳐 알아본다.

상. 사학분쟁조정위원회 10년, 만신창이 상지대와 개선방안은
중. 사학비리 근절, 법개정 없이 시도할 수 있는 단기적 대책은
하. 사학비리 근절 중장기 대책, 해법은 입법이다

시민사회단체 사학비리 피해자 구제 위원회 신설도 제안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사학비리의 단호한 척결의지를 드러내면서 대학가의 기대감이 크다. 대학가에서는 특히 2007년 사립학교법 재개정으로 탄생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폐지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 사학비리 피해 교수들이 주축이 된 사립학교개혁과비리 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사학개혁국본)는 도입 10년을 맞은 사분위의 폐지 없이는 사학 정상화도 없다는 입장이다.

사분위의 탄생은 다분히 정치적 타협의 결과다. 2005년 개방이사와 대학평의원회 도입 등 사학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당시 참여정부와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사립학교법 개정 뒤 박근혜 당시 의원 등 한나라당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결국 2007년 양당은 대학평의원회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개방이사 추천 권한도 후퇴시킨 사학법 재개정에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게 사학분쟁을 평화롭게 조정하겠다며 도입된 사분위다.

현실은 달랐다. 사분위는 사실상 옛 재단 비리 당사자의 복귀 통로로 이용됐다. 사분위가 각종 한계를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폐지를 위한 입법은 쉽지 않다. 2005년과 2007년 사학법 개정을 둘러싼 파동을 겪은 여당 의원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이른바 친노-친문 정치세력에게 사학법 파동은 사실상 정권을 넘겨주게 된 단초로 여겨진다. 그래서 사학법 개정을 쉽사리 시도하지 못한다. 사학법 개정은 정권을 걸어야 할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사분위 폐지에 공감하면서도 법안 발의는 정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분위 폐지를 위한 최선이 법개정이라면 차선은 정상화 심의 원칙 수정이다. 현재 사분위가 고수하고 있는 정상화 심의 원칙은 국회나 교육부의 논의 없이 사분위가 자의적으로 수립한 내용이다. 사학법과 사학법 시행령은 사분위의 구성과 목적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을 뿐 사분위가 어떤 성격의 정상화를 강행할지 여부는 철저히 사분위에 위임돼 있다.

사분위는 설치 당시 ‘합의 또는 합의에 준하는 이해관계자(구성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원칙으로 제시하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종전이사 측에 과반수의 정이사 추천권을 부여하는 정상화 심의 원칙을 만들었다. 그러나 사회 각계에서 자의적인 심의 원칙에 문제제기가 잇따르자 사분위는 합의의 대상에 이해관계자와 종전이사 과반의 찬성을 추가하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종전이사에 과반수의 정이사 추천권을, 나머지 정이사는 중립적 인사를 추천해 사분위가 검증하는 과정을 추가했다. 또 비리 당사자의 정이사 선출을 제한하는 조항도 함께 만들었다.

그러나 수정된 정상화 심의 원칙 역시 여전히 비리를 저지른 종전이사에 과반수 추천권을 허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임기 만료 뒤 비리 당사자를 정이사로 선출할 권한을 남겨놓고 있어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사학개혁국본 등 사학비리 피해 당사자들은 우선 사분위의 정상화 심의 원칙이 재정립될 때까지 사분위의 심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사분위의 정상화 심의 원칙을 국회의 요구 아래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각종 법제도의 강화도 요구된다. 기업의 사외이사에 준하도록 사학재단의 이사자격요건을 강화하는 것도 포함된다. 비리가 적발된 당사자는 향후 어떤 사학기관에도 참여할 수 없도록 ‘원아웃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런 조항들을 사분위 정상화 심의 원칙에 포함시키거나 시행령을 개정해 강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이미 사분위를 자문기구로 격하시키겠다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준사법기관의 지위를 갖고 사실상 사학분쟁에 대해 최종판결을 내리고 있는 사분위의 기능을 약화시킨다는 내용이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보다 발전적인 발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은 “사분위를 자문기구로 격하시킴과 동시에 사학비리 방지와 피해자 구제를 위한 위원회 성격의 기구를 고민해볼 여지도 있다. 여기에서 지금까지 발생한 사학비리 피해를 규정하고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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