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인권센터 대학원생 인권실태·교육환경 설문조사 결과보고서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서울대 대학원생 10명 중 3명(33.8%)은 폭언과 욕설에 시달리고 연애나 결혼 등 개인생활의 간섭을 받는 대학원생도 4명 중 1명(25.5%)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13일 서울대 대학원생 인권실태와 교육환경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해 11월 11일부터 20일간 122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인권침해 경험을 비롯해 대학원생의 경제 환경과 장학금, 근로환경, 건강과 실험실 안전 실태, 제도적 지원환경 등의 설문이 진행됐다.

조사결과 서울대 대학원생 33.8%는 폭언과 욕설을 경험했고, 집단 따돌림과 배제를 경험한 대학원생도 14.6%로 나타났다. 기합과 구타가 이뤄지고 있다고 답한 대학원생도 3.9%로 나타났다.

자유권을 억압한 사례도 나타났다. 서울대 대학원생 40.3%는 개인적 자유시간을 침해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연애나 결혼, 양육 등 개인·가족생활의 간섭을 받고 있다는 답변도 25.5%에 달했다. ‘출신학교에 따른 차별(18.7%)’ ‘성별에 따른 차별(17.2%)’ 등 평등권을 침해받은 대학원생도 많았다.

특히 특정 성에 대한 비하 발언 등 성희롱·성폭력을 경험한 학생도 21.2%로 집계됐다. ‘회식자리에서의 성차별적 관행(11.5%)’ ‘원치 않는 신체접촉(5.7%)’ 등이 뒤를 이었다.

조교 등 대학원생 노동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서울대 대학원생 40.6%는 조교 활동과 프로젝트 수행 등 대학원에서 연구노동을 한 뒤 적정 수준의 보수를 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교수의 개인적인 업무 수행을 지시 받은 학생 비율과 연구비 관리 등의 과정에서 비윤리적인 행위를 지시받았다는 학생도 각각 14.7%와 20.8%로 나타났다. 인권센터 측은 다양한 인권문제가 교육연구환경으로부터 파생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학업·연구 분야의 부당한 대우도 여전했다. 타인의 연구와 논문작성을 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13.4%로, 논문이나 추천 등과 관련 대가 제공 요청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4.8%로 나타났다.

이처럼 다양한 인권침해가 드러났지만 절반에 가까운 대학원생들(43%)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당사자에게 직접 문제 제기를 하거나 인권센터 등 제도적 통로를 통해 대응했다고 밝힌 응답자는 약 10%수준에 그쳤다.

인권센터는 제도적 대응기구가 보다 활성화되고 자율적인 해결과 조정·중재 등 다양한 해결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연구환경을 둘러싼 대학원생간 불균형도 뚜렷이 드러났다. 대학원생 80.5%는 학업 수행 관련 정보를 학과 구성원들로부터 얻고 있지만 정보를 얻기 위해 개인적인 노력을 하거나 일부 정보는 비공식적으로 전달된다고 고백했다. 또 원하는 정보를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거나 학과 구성원에 따라 제공되는 정보의 양이 다르다고 응답하는 등 대학원생간 정보 입수가 불균등하다고 지적했다.

대학원생이 학위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이탈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나타났다. 인권센터는 경제환경 관련 설문에서 대학원생 절대 다수(93.6%)가 미래를 위한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특히 의식주나 등록금 납부, 연구 제반비용 마련 등 연구수행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원생이 24.4%에 달했다고 밝혔다.

대학원생 과반수(55.1%)는 장학금을 받지 않고 있었고, 절반가량은 연구지원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되는 교내 근로활동을 수행하고 있었다. 연구원과 수업조교 등으로 활동하는 이들의 77%는 월 90만원 미만의 임금을 수령했고 60%는 1년 이하 단기 노동에 그치고 있었다.

특히 이 같은 교내근로에 종사하는 대학원생은 공식적인 근로시간이 정해진 바 없다고 답했고, 59.9%는 근로조건조차 알지 못하거나 구두로 들었다고 응답했다. 인권센터는 교내 노동의 상당수가 공식적인 계약절차 없이 진행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교내외 노동이 학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변한 대학원생이 각각 45.9%와 46.5%로 절반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출산·보육에 대한 지원과 졸업 후 취업과 진학 등에 대한 정보와 공식적 지원 프로그램 제공이 미비하고 휴게·자치활동을 위한 공간과 부모학생을 위한 모유수유실이나 유아휴게공간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내 실험실을 사용하는 대학원생(48.8%)은 사고 발생 시 입원 치료 이상을 요구하는 수준의 위험한 실험을 하고 있다고 답했고 실험의 주요 위험 요소는 실험재료와 실험장비, 기반시설 순으로 나타났다. 대학원생들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실험실 기본시설 교체와 개인보호구 구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권센터는 대학원생 중 상당수가 다른 20~30대 연령집단에 비해 상당히 높은 정신적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지니고 있었고 낮은 삶의 질을 체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권센터는 인권실태와 교육연구환경 개선을 위해 △인권상황의 지속적 파악을 통한 제도개선 △대학원생의 근무 실태 개선 △대학원 실험실 안전 △대학원생 건강 △부모학생 지원 △대학원생의 정보접근 경로 합리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인권센터 측은 “향후 본 조사 보고서를 토대로 지속적으로 실효적인 인권규범을 마련하고 실행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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