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에 기본 경비 필요 “쌀이 필요한데 고기만 주나”

국립대 교수 변화 두려워하지 않아…방향 설정이 중요
거점대학 중심 국립대 네트워크 우려 “지역중심 대학 목소리 들어주길”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대한민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시가 내걸고 있는 안동의 수식어다. 성리학을 집대성한 퇴계 이황 선생의 출생지이며 도산서원을 필두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40개의 서원을 보유한 곳이 안동이다. 총장실의 고풍스런 병풍을 보면 이곳이 전통과 유교, 예절과 기풍을 중시하는 도시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예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안동이 최근 변화의 중심에 섰다. 경북도청이 대구에서 안동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경북 북부지역의 경제‧산업 발전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동에서 인재 양성과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지역 중심 국립대인 안동대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새로운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사회맞춤형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LINC+)사업에 선정된 안동대는 전통적 특색에 더해 산학협력을 기반으로 또 다른 도약을 시작하고 있었다.

- 올해 개교 70주년을 맞았다. 오랫동안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고 지역을 대표하는 대학이 될 수 있었던 안동대의 특색은 무엇인가.

“1947년 사범대학으로 출발한 안동대는 교육대학 과정을 지나면서 해방 이후 초등교육의 중요성을 고려해 초등교육 양성이라는 목표로 출발했다. 초등교육자로서 가져야 할 인성과 품성 등을 가르쳐왔고 이러한 역사와 전통을 유지해온 것이 우리만의 특색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한국대학신문으로부터 전국 대학 중 유일하게 인성교육 우수대학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수상 후 우리 학교 교수와 직원, 학생들에게 자랑도 많이 했다. 우리 대학에 꼭 맞는 상인 것 같다. 인성교육이 잘 이뤄져 학생들이 올바른 인성을 갖고 사회에 진출할 수 있게 도울 수 있어서 자랑스러웠다.”

- 우리 사회와 대학의 화두 중 하나가 4차 산업혁명이다. 안동대는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발전시키고자 하는 특화 전략이 있나.

“우리는 지역 여건을 고려, 바이오‧농업‧생명산업 분야를 특화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농업도 분명 산업이다. 경기북부 지역에는 농기계나 농소재 관련된 기업이 많다. 농생명을 바탕으로 특화 전략을 세워 학교를 발전시키고 싶다. 그 일환으로 얼마 전 안동 내 한 기업에서 백신공학 교육에 대해 요구해왔다. 다만 백신공학 분야가 넓지 않아 관련 교수들이 하나의 학과로 만드는 것을 반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역의 산업계에서 요구하고 있고 수요가 있어 교수들을 설득하기로 마음먹었고 2019학년도부터 백신공학과를 신설해 운영하게 됐다. 내년부터 학과 교수들도 채용할 것이다. 안동시가 백신산업의 메카가 될 수 있도록 협조할 계획이다.”

- 지역사회와 소통이 잘 이뤄지는 것 같다.

“맹자님 말씀 중 ‘무항산 무항심’이라는 대목이 있다. 왕이 백성들에게 먹거리를 계속 제공해줘야 백성들이 왕을 믿고 따른다는 뜻이다. 지역사회와 네트워크를 형성해가면서 대학이 일방적으로 얻어가기만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지역주민들과의 관계 속에서 항상 서로가 유익한 성과를 얻고 공유해야 마음을 얻고 관계를 지속시킬 수 있다. 도청이 이전하면서 도지사와도 끊임없이 만나고 경상북도의 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 참여해 조언도 했다. 교수들에게도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것이 있으면 솔선수범해서 찾아가 조언도 하고 참여하라고 독려한다. 안동대가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4년 동안 하면서 지역의 중고교 학생들을 안동대로 초대해 진로진학 체험 학습을 제공해준다. 교수와 선배 학생들이 지역의 중고교 학생들을 위해 적극 관계를 맺고 있다. 사실 대학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 이 학생들이 안동대로 온다는 보장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역과 지역의 학생들을 위해 유익한 점을 전달하고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결과적으로 안동시를 포함한 경북 시군에서 18억원의 예산 지원이라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관(官)뿐만 아니라 산업계에도 적극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총장과 산학협력단장 등 학교 구성원이 꾸준하게 지역 기업들을 다니며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찾고 상생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약 1000개 기업과 관계를 맺고 있다.”

- 이러한 성과가 LINC+사업 선정으로 나타난 것 같다.

“처음 총장에 취임했을 때 산업연계 교육활성화선도대학(PRIME‧프라임)사업이 시작됐다. 그때만 해도 내부에서는 우리 학교가 전통적 학문에 치우쳐 있고 쟁쟁한 사립대학들과 견줘 가능성이 없다고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교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기 위해 도전해보자고 했다. 이 과정에서 170여 명 정도를 정원 이동시켰다. 우리 학교 총 인원이 그 당시 1456명이었음을 감안하면 큰 규모였다. 안타깝게도 프라임 사업에는 탈락했지만 이 시도를 바탕으로 LINC+사업에 도전했다. 우리가 선제적으로 7개 단과대학에서 2개 단과대학을 없애고 1개의 단과대학을 신설하는 등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그 결과 쟁쟁한 거점국립대들을 제치고 우리 학교가 선정됐다. 나는 국립대 교수들이 변화를 두려워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프라임 사업과 LINC+사업 도전을 통해 나는 국립대 교수들도 변화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느꼈다.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그 방향이 옳다고 생각하면 국립대 교수들도 스스로 변화에 나서고 힘을 합친다는 것을 실감했다.”

- 현재 사회 화두 중 하나가 최저임금 시행이다. LINC+사업 선정 등으로 직원이 늘어날 텐데 정규직 채용 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학교에서는 인건비가 부담될 수도 있다. 안동대는 어떤가.

“내가 총장으로 취임한 시점에 기성회계가 폐지되고 대학회계로 전환이 됐다. 기존에는 여러 대학들이 회계 관련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기성회계를 통해 여유를 갖고 자율적으로 돈을 쓸 수 있었다. 그래서 국고 지원이 적더라도 대학이 자율적으로 교육을 하고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취임하자마자 기성회계가 폐지되니 반환과 청산 절차를 밟아야 했다. 내가 대학회계로부터 시작한 첫 총장이 됐다. 나는 회계학을 전공했고 회계를 잘 모르는 것도 아닌데 총장이 되니 돈이 한 푼도 없었다. 가정살림이었으면 아마 벌써 파산했을 것이다. 지금 대학은 기본경비가 부족하다. 사립대와 달리 국립대는 국가로부터 예산이 주어지지 않으면 달리 방도가 없다. 그런데 기본경비가 부족한데 정부는 사업비를 준다. 쌀이 필요한데 고기만 던져주는 격이다. 기본경비를 충분히 제공하고 대학의 특성화와 역량에 따라 사업비를 배분해야 대학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대학회계는 점점 고갈되고 있다. 우리 학교 평균 등록금이 1년에 370만원인데 장학금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1년에 약 100만원이 대학으로 들어온다. 이렇게 해서는 국립대가 인프라를 갖출 수 없다. 사회 변화에 맞춰 학제개편도 해야 하고 국립대로서 기초 학문도 외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정부가 국립대에 기본경비를 제공해야 한다.”

- 현재 새 정부가 각료를 임명하고 대학교육 정책을 새로 추진하는 과정이다. 국립대 총장으로서 제언한다면.

“새 정부에서 국공립 네트워크와 거점국립대 육성을 이야기하는데 국립대 발전은 좋으나 좀 더 깊이 생각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 현재 40개 정도의 국립대 중 거점국립대는 10개 미만이고 나머지는 지역중심 국립대, 특목대학, 교육대학들이다. 각 대학마다 나름의 역할을 다 하고 있다. 그런데 각 국립대학들을 거점국립대 중심으로 통합 네트워크화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과거에도 그러지 않았나. 국립대, 사립대, 거점국립대, 지역중심국립대 등 각 대학마다 온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정부가 인정하고 귀를 기울여줬으면 좋겠다.”

- 사회적으로 청년실업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일자리위원회를 만들고 대통령이 스스로 위원장을 맡는 것을 보고 전적으로 박수를 드리고 싶다. 다만 내 생각에 대한민국의 현재 화두는 일자리가 아니라 청년이다. 우리 사회 저출산, 결혼, 보육, 복지, 고령화 사회 등 모든 문제는 원인과 결과를 떠나 청년과 다 연결된다. 일자리만 주어지면 청년 문제가 다 해결될까. 청년들이 일자리가 있는데도 왜 선뜻 그 일자리를 취하지 않는지, 일자리를 얻게 되면 그 후에 청년들은 무엇을 원하는지, 청년들이 좋아하는 것은 뭔지, 현재 청년들이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나는 김관용 도지사에게 청년국을 만들어 청년 문제 컨트롤타워를 세우자고 제안한 바 있다. 정부에서도 여성가족부처럼 청년부를 만들 수 있다. 청년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일자리를 기준으로 보면 기업이 공급자지만 노동시장을 기준으로 보면 청년이 공급자다. 일자리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만 바라보지 말고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이들을 어떻게 건강한 세계 시민으로 성장시킬지를 고민하는 게 기성세대가 해야 할 일이다.”

- 안동대가 창립 70주면을 맞으면서 더 발전하기를 바란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상생보다는 협생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함께 사는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혼자 살 수 없다. 조직도, 대학도, 나라도 마찬가지다. 한국대학신문이 대학 정론지로서 역할을 많이 해주고 대학과 더 긴밀한 관계가 되길 바란다.”

▲ 권태환 총장(왼족)이 김석준 본지 부회장 겸 발행인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 권태환 총장은 

1956년생. 경북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관리회계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7년 안동대 회계학과 교수로 부임한 뒤 사회과학대학원장, 행정경영대학원장, 안동대 구조개혁추진위원장, 교무처장 등을 거쳤다. 한국경영교육학회 편집위원장, 한국산업경영학회 부회장, 한국관리회계학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대담=김석준 부회장 겸 발행인 / 정리=구무서 기자 / 사진·영상=한명섭 사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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