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책과 꾸중으로 스트레스 쌓인 상태서 해외 테러 뉴스 접해 범행 결심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 착잡함 나타내기도

▲ 폭발물 사고가 일어났던 연세대 제1공학관.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교수에게 앙심을 품은 대학원생이 교내에서 폭발물을 이용해 해당 교수에게 상해를 일으킨 사건이 발생하면서 연세대는 물론 대학가가 충격에 빠졌다.

지난 13일 연세대 1공학관 4층에서 김모 교수는 교수 연구실 앞에 있는 상자를 발견했다. 김모 교수는 오전 8시 40분쯤 이 상자를 열었고 개봉과 동시에 작은 나사들이 튀어나왔다. 이 사고로 김모 교수는 얼굴과 목, 손 부위에 화상을 입었다.

사건을 일으킨 대학원생 김모씨는 경찰 조사에서 해외 폭탄테러 뉴스에서 착안해 지난 5월부터 범행을 계획했으며 인터넷에 올라온 제조법이 아닌 자신의 지식을 바탕으로 하숙집에서 폭탄을 제조했다. 김씨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새벽에 연구실 3D프린터 프로그램을 가동시켜놓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평소 교수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은 학생의 원한 때문에 발생했다. 김모씨는 평소 해당 교수로부터 연구 지도를 받는 과정에서 질책과 꾸중을 받는 일이 있었고 논문작성 과정에도 이견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러한 상태에서 기사 검색을 통해 상트페테르부르크 폭발사건을 접하고 이에 착안해 이번 사건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14일 폭발물 사용죄를 적용해 김모씨를 구속하고 정확한 범행 의도 등을 추가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해자인 김모 교수는 경찰에 "논문 작성 과정에 이견이 있어 교육적 의도로 대화한 것"이라며 "교육자적 입장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을 두고 연세대 구성원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연세대 소속 한 교수는 "정황상 다른 교수들이 언급을 하는게 적절치 않아 뭐라 말하기가 어렵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착잡해 하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학생들 역시 이번 사건에 대해 애석함을 나타내면서도 이번 사건이 연세대 학생 전체를 일반화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공과대학 한 학생은 "마치 우리 학교가 성격이 모난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비춰질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사고 당일 학교 측의 안이한 대응에 대한 비판도 뒤따랐다. 연세대 일부 학과에서는 군경이 사고 경위를 파악하는 와중에도 예정된 시험을 그대로 진행했다. 학교 측은 "사건이 있던 1공학관만 차단됐고 다른 공학관은 차단되지 않아 다른 건물에서는 시험이 그대로 진행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피의자인 김모씨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아직 징계위원회를 열거나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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