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제도 대폭 변화 및 교대·사범대 개혁 예고

▲ 수능 설명회장에 모인 학부형 모습. 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수능 절대평가 도입’ 파장이 가시기도 전에 고교학점제가 국정과제로 선택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대학들도 긴장하고 있다.

대통령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위원장 김진표)는 오히려 수능 절대평가보다 무학년 고교학점제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빠르면 현 중2 학생들이 고교에 진학하는 2019년에는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우선 교육부는 지난달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를 통해, 고교학점제 도입에 대비해 내년부터 2022년까지 중고등학교 교사 6590명을 증원하고, 특수학교 교사를 5330명, 초‧중‧고 비교과 교사를 8070명 늘리겠다는 교사 증원 계획을 내놨다. 당장 하반기에 교육직 공무원 3000명을 선발한다는 추경안이 제출된 상태다. 교육부 내에는 국정과제 확정 이후 고교학점제를 추진할 태스크포스(TF)가 발족된 상태다.

교육감들도 이에 적극 부응하면서 고교학점제는 그야말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을 비롯한 다른 지방교육청도 고교학점제 도입에 대비해 현재 교육부가 제한적으로 운영 중인 고교학점제 시범학교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

■ 입학처 긴장 “뭘 보고 선발하라는 건가”= 현 중3 학생들은 2021년 수능을 전 과목 절대평가로 치르고, 중2 학생들은 수능 절대평가와 고교학점제와 병행하게 될 내신 절대평가(학업성취제)가 맞물리게 된다. 이는 대학 입시 개편과 관련해 가장 크게 우려를 사는 부분이다. 수능 절대평가와 내신 절대평가 두 제도가 그대로 확정된다면 상위권 대학들은 변별력이 없어 우수한 학생들을 뽑을 기준이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도권 77개 대학 입학처장들은 최근 문재인정부의 대입정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 교육부에 우려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수도권 사립대 입학처장은 “수능 절대평가를 도입하게 되면 학생부종합전형이나 논술, 면접 등을 통해 변별력 있게 학생을 선발해야 하는데 학생부마저 절대평가를 하고, 논술과 면접고사를 폐지해나가면 사실상 입시는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사립대 입학처장 역시 “대학 진학률이 70%에 달하고 어떤 대학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평생 삶이 좌지우지되는 사회구조는 바뀌지 않고 있는데, 급하게 대학입시를 손보고 학생 성적을 무력화시킨다면 과연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느냐”면서 “수능이든 학생부든 우선 한 가지부터 변별력을 둬 충격을 완화해야 혼란을 덜 수 있다”고 토로했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수(교육학과)는 “문재인정부의 고교교육 정상화 및 대입 정책이 전반적으로 이상적인 측면이 있지만, 경쟁 위주의 학교교육을 전환시킨다는 목적에는 부합한다”면서도 “수능 절대평가, 내신 절대평가를 병행할 경우 대학입학전형은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선발하도록 보장해야지, 그것까지 통제하려고 한다면 혼란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학생들의 성적 위주 선발이 변별력을 잃게 되면서 가능성에 초점을 둔 학생 선발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상위권 대학들에 더 민감한 문제가 된다.

최충옥 경기대 명예교수(교육대학원)는 “결국 학생의 가치관과 잠재력을 살펴볼 수 있는 프랑스 바칼로레아 시험과 같은 논술고사나 면접의 비중이 커질 것이고, 고교별로 우수 명문대학에 학생을 보낼 수 있는 ‘쿼터제’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교대·사범대학 혁신 신호탄 될까 = 학교의 혁신이 필요한 만큼 초중등교원을 양성하는 교육대학과 사범대학도 강한 개혁요구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5년간 교원 수를 크게 늘리는 만큼 당장 20대 1 이상의 경쟁률로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하는 중등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사범대학 학생들은 미소 짓는 표정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이 같은 형식의 교원양성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교대 등은 수년간 교육전문대학원 제도를 통해 보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경험, 사명감을 지닌 교원을 양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교육전문대학원 제도를 도입할 경우 교대와 사범대학이 모두 통폐합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중등교원 수급 외에 교육과정 개편도 과제다. 고교학점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도시‧농어촌 격차 줄이기△학점제 실현방안 △토론 위주의 교수법 강화 △기존 교원 재교육 △대학‧고교 연계 AP(Advanced Placement) 과정 설계 △도시‧농산어촌 교과 격차 줄이기 △고교 간 학점 교류 등 다양한 방안을 다층적으로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충옥 교수는 “고교학점제는 토론식 수업 강화, 외국어 교육 다양화 등 중등교육은 물론 고등교육까지 크게 바꿀 계기가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교육전문대학원 제도 도입 또는 교대사범대학 평가제도 혁신 등 교원양성 시스템부터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