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필까지 손댄 ‘논문컨설팅’ ①] ‘논문 컨설팅’ 검색하면 나오는 업체 많게는 40여곳…현직 교수 관여 정황도

< ① “웃돈 주면 대필해 주겠다”는 컨설팅 업체 >
< ② 대필은 불법이지만 컨설팅은 '케바케'...법규 마련해야>

▲ 본지 취재 결과 몇몇 논문 컨설팅 업체들은 고액의 대가를 받고 암암리에 논문 대필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사진= 주현지 기자)

‘풀서비스’ 대필은 물론 컨설팅조차도 연구윤리 위반 여지 다분
지도교수 지시는 그대로 컨설팅 업체에게…교수들 “대필했는지 알기 힘들다”

[한국대학신문 주현지‧김정현 기자] “석사 논문 대필은 500만원, 박사는 1000만원”

학위논문을 대필해주며 거액의 대가를 챙겨온 논문 대필 업체들이 포착됐다. 이 업체들은 비밀 유지를 당부하며 “웃돈을 얹어주면 대필을 해 주겠다”고 취재진에 제안해 충격을 안겼다. 석사 논문은 한 편에 500만원, 박사 논문은 2배 더 비쌌다.

23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현재 영업 중인 논문 컨설팅 업체는 약 40곳에 달한다. 이들 업체는 지금도 자신들의 합법성을 강조하며 성행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논문 컨설팅 시장은 약 2년 전부터 호황을 맞았다. 취업 적체로 대학원생이 늘면서 논문 컨설팅 업체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우후죽순으로 업체가 들어섰다. 덩달아 컨설팅 강사로 업체에 뛰어드는 박사들도 많아졌다. 이들 업체는 현직 대학교수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이나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원들까지 포함해 많게는 한 업체당 약 90명에 달하는 인력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업체는 주제 선정부터 결론까지 논문을 통째로 대필해준다. 표면적으로 대필을 거부하는 업체들도 논문 주제를 설계해주고 조사, 작성을 대행해주며 컨설팅 명목으로 350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요구했다.

이 같은 업체는 최근 몇 년동안 ‘아는 사람은 다 아는’ 학계의 골칫거리였다. 이들은 컨설팅 과정에서 의뢰인의 본래 지도 교수를 대신해 주제 선정, 연구계획서, 목차뿐만 아니라 어떤 논문의 어느 구절을 써야 되는 지까지 알려주기도 한다.

논문 컨설팅이나 대필을 의뢰한 대학원생은 본인의 본래 지도교수를 만나서 피드백을 받으면 이를 그대로 업체에 전달하고, 업체는 그 피드백에 따라 논문을 다시 수정한다. 논문이 완성되면 업체는 논문 심사를 위한 ‘족보’를 만든다. 의뢰인은 예상 질문과 답변을 외워서 심사에 임하면 된다.

한 업체 관계자는 대필은 하지 않는다며 완강한 태도를 보이다가 상담이 끝날 무렵 은밀하게 대필을 제안해오기도 했다. 그는 의뢰인이 컨설팅 진행 중 대필을 요구할 경우 계약을 파기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대필 작업을 진행할 경우 그 조항을 지운 채로 계약을 체결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들은 대필이 공론화돼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비밀유지 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업체들은 이것이 명백하게 불법인 것을 인지하면서도 암암리에 대필을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의학‧언론‧법학 등 많은 분야에서 논문 컨설팅과 대필이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간호학과 유아교육학 분야 대필 의뢰 수가 1, 2위를 다툰다고 전했다.

취재 중 두 업체에서 공통적으로 서울 소재의 한 사립대 언론정보대학원을 언급했다. 유독 이 대학 언론정보대학원에서 의뢰인들이 많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한 관계자는 “그 학교에서 의뢰를 많이 해서 내부에서 소문이 돌았나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많은 교수들은 이미 이 실태를 알고 우려를 보내왔다. 서울 사립대의 B 교수는 이들 업체가 연구윤리를 건강하게 한다며 광고하는 것을 보고 황당했다고 말하며 “대학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현실을 성찰하는 일이 먼저겠으나, 그렇더라도 연구윤리를 이런 식으로 언급하는 게 잘못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업체에 돈을 내고 도움을 받으면 학술지에 논문을 보낼 때 저자 자격은 어떻게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SCIE급 국내 학술지 편집장을 맡고 있는 C 교수는 “경악스럽다. 선진국으로 가고 있는 한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대학 교수로서도 충격적”이라며 “국가에서 받은 연구비에 대한 결과물로 (대필 논문을) 제출한 것이라면 법적인 문제가 된다. 학위의 경우에도 충분히 취소하거나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C 교수는 간혹 적발되는 표절, 대필의 경우 저자의 말실수나 중복된 데이터를 사용하는 등 운이 좋아서 잡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작심하고 정밀하게 위‧변조 데이터를 활용한 대필을 할 경우 잡아내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김창일 중앙대 교무처장도 “계속 실험을 해야 하는 이공계에서는 그런 일이 잘 벌어지지 않는데, 인문‧사회계에서는 지도교수와 상의하는 척하며 컨설팅을 받은 논문을 냈을 시 세밀히 보지 않으면 모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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