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하반기부터 공무원과 공공부문에 블라인드 채용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블라인드 채용은 대선공약으로 이력서에 학력과 출신지, 스펙 등을 기재하지 않는 채용제도다. 2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서울에 있는 대학과 지방대 출신이 똑같은 출발선에서 실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라인드 채용에 관한 법제화도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대학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특히 지방 소재 대학 담당자들은 학벌에 따른 공공연한 차별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였는데 이를 일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환영하고 있다. 이미 민간부문에서도 자율적으로 활용해온 만큼 출신지와 성별, 학교, 외모 등의 이유로 채용시장에서 차별받는 일은 없어야 마땅하다.

블라인드 채용은 물론 보완할 점이 없지 않다. 사회적 불신이 팽배해 있는 현실에서 블라인드 채용으로 오히려 취업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귀담아들을 일이다. 사회적 연줄과 네트워크가 폐쇄적으로 작동하면 또 다른 인사비리로 나타날 우려도 없지 않다.

결국 해답은 정교한 제도 마련에 있다. 블라인드 채용이 단순한 인기영합주의가 아니라 정말 한국사회에서 능력과 실력을 중심으로 공정한 경쟁의 단초가 돼야 한다. 훨씬 실력있고 열정있는 인재를 채용할 수 있도록 자리매김해야 한다.

공공부문에서의 성공은 이 제도가 민간부문에 더욱 급속도로 확산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정교한 제도를 만들어 민간과 공공부문 모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