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50개 대학 MOOC·경성대 공유강좌·기업 클래스 셀링

▲ 동서대 전경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설립 25주년을 맞은 동서대가 대학의 미래를 다시 조립하고 있다. 현재의 대학 체제로는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뛰어넘을 수 없다고 판단한 동서대는 아시아 자매대학 50곳과 연합해 아시아판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 무크)를 구축했다. 단순히 온라인 강좌를 제공해 활로를 뚫겠다는 수준이 아니다. 대학을 파편화해 전혀 다른 ‘어셈블리 대학(Assembly University, 조립형 대학)’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승부수다.

4차 산업혁명은 대학교육 곳곳을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이뤄졌던 강의실을 매개로 한 수업은 온라인에 공간을 내줬다. 510만개의 일자리가 소멸한다는 지난 세계경제포럼 클라우스 슈밥 회장의 경고는 대학이 가르치는 커리큘럼에 지각변동을 몰고 왔다. 공고한 보수집단으로 남아 있던 대학은 어느새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지 몰라 가장 먼저 해체에 몰린 격이 된 셈.

동서대가 꺼내든 어셈블리 대학 모델은 그래서 새롭다. 장제국 동서대 총장의 말을 들어보자. “고유 노하우나 교과과정은 독자적으로 만들어야 하겠지만 모든 교육 콘텐츠를 한 대학에서 다 할 필요는 없다. 무크나 인근 대학과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아시아판 무크는 그런 프로그램이다. 동서대 관광학부 재학생이 인도네시아에 대해 공부하고 싶으면 인도네시아 자매대학 관광학부 교수가 만든 무크 강좌를 수강하면 된다. 각자 대학이 가진 노하우를 활용해 교과과정은 각자 만들되 완성은 다른 대학, 그리고 다른 산업체와 함께 구축하는 것이다.”(2017년 3월 30일 본지 UCN 프레지던트 서밋 콘퍼런스에서)

이런 고민은 스마트 캠퍼스 구축을 진행했던 과거의 경험에서 나왔다. 동서대는 4차 산업혁명에 앞서 생활의 질을 전환시켰던 스마트폰의 보급 초기부터 모바일 캠퍼스 가동에 나섰다. 단순한 대학도서관 검색이나 모바일 학생증 기능을 넘어서 교육과 행정, 캠퍼스 생활 등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모바일로 제공한 시도다. 학사행정을 비롯해 모바일 강의까지 수강하도록 구축했다.

그러나 사업의 성공적인 마무리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남았다. 다시 장제국 총장의 말을 들어보자 “대학은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했다고 해도 완성까지 약 7~8년이 소요된다. 구조조정을 다 했어도 기존의 제도로 입학한 학생들을 위한 학사제도는 그대로 유지해야 해서 안착기간이 길어진다. 그 사이에 또다시 트렌드가 변화하면 거기에 맞춰야 해서 결국 이도저도 하지 못한다. 구조적인 문제다.”

▲ 동서대가 어셈블리 대학 추진의 한 축으로 삼고 있는 클래스셀링은 기업에 수업을 판매해 기업의 애로기술을 해결하고 학생들도 직접 실습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사진은 동서대 디자인학부 학생들이 클래스셀링을 통해 만든 제품디자인들. 실제로 시판되고 있다. (사진= 동서대 제공)

4차 산업혁명처럼 변화의 주기가 빠른 시대에는 기존의 템포로는 그 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는 진단이다. 그래서 고심 끝에 나온 모델이 어셈블리 대학이다. 어셈블리 대학은 다양한 형태로 활용이 가능하다. 동서대가 수업을 기업체에 판매하는 것도 어셈블리 대학의 일종이다. 이 대학은 후지제록스가 가진 산업적 고민을 풀기 위해 한 학기 동안 대학의 수업을 후지제록스에 팔았다. 재학생들은 후지제록스의 애로기술을 점검하고 풀어내기 위해 꼬박 한 학기를 썼다. 이 과정에서 애로기술의 해결활로가 모색될 수 있고, 더불어 학생들은 기업체와 밀착된 수업을 받을 수 있다. 각광받는 수업방식인 캡스톤디자인과 주문식 강의 등의 혼합 모델이다.

동서대가 대학가에 던지는 화두는 명확하다. 변화다. 장제국 총장은 “동서대 도전의 이면에는 한국 고등교육계가 직면한 위기와 관련된 강한 생존의지가 담겨 있다. 산업화 시대를 향유해왔던 전통적인 대학에게 똑같이 던져지는 화두다. 대학이 미래사회에서도 여전히 의미 있는 사회기관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교육과정과 제도가 학생들의 미래 역량을 키워낼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를 품고 수행돼야 한다. 학생들이 대학을 다니는 동안 관심 분야를 탐구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아울러 대학에서의 다양한 학습경험을 바탕으로 하나 이상의 직업과 관련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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