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원내 5개 정당 관계 복잡 … 내년 지방선거까진 사학법 발의 힘들 것/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사립학교법이 개정과 재개정의 급물살을 탄 17대 국회(2004~2008) 이후 18대와 19대 그리고 지금 20대 국회까지 발의된 사학법 개정안은 모두 121개다. 이 가운데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24개. 주로 적립금 운용의 투명성 강화와 비위교원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담은 법안이 발의됐다. 사립대의 구조를 근간부터 다시 정립하려는 시도는 적어도 지난 10년간 없었다.

지금은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한 국회 관계자는 교육 관련 상임위원회에서도 사학법 개정은 쉽게 꺼낼 수 없는 말이었다고 고백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뜻밖의 대승을 거뒀을 당시에도 사학법 개정을 말하는 것은 어려운 분위기였다. 더불어민주당의 일각을 차지하고 있는 참여정부계 인사들은 또렷하게 10년 전 사학법 개정 당시를 기억한다. 사실상 정국 주도권을 빼앗긴 기점을 사학법 재개정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2007년 뒤 야당이 된 민주당계 의원들은 줄곧 변죽만 울리는 사학법 개정안을 발의해왔다. 이마저도 대학 총장들과 사학재단의 거센 반발에 밀려 난항을 거듭했다. 대학평의원회가 대표적이다. 2005년 사학의 민주적인 운영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돼 대학운영의 전반적인 사항을 심의하고 의결할 권한을 부여받은 대학평의원회는 그러나 2007년 그 기능을 자문위원회로 격하한 사학법 재개정으로 타격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가에선 대학평의원회를 구성하지 않은 채 꾸준히 버틴 대학이 많았다. 2008년에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사립대 총장들이 대학평의원회를 악법으로 규정하며 개정운동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진통 끝에 대학평의원회가 사립대에 모두 도입된 것은 교육부가 대학평의원회 구성을 대학평가 지표로 포함한다고 밝힌 2014년부터다. 그전까지 고려대와 연세대는 무려 7년간 법으로 정해진 대학평의원회를 설치하지 않고 버텼다.

이 와중에도 사학법을 전면 개정하는 법안은 나오지 못했다. 당시 한 시민사회단체에서 사학법 개정을 주장하던 한 국회 관계자는 “대학들이 대학평의원회 구성을 안 하고 버티기는 것을 국정감사에서 매년 지적하고도 법안 발의로 이어가지 못했다.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이었던 2007년에도 재개정에 굴복했는데 국회에서 겨우 야당 풀칠이나 하던 시기에 사학법 개정안을 낸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자살 행위였다”고 회고했다.

이런 흐름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게 국회와 대학가의 분석이다. 대학가에서는 지난해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뜻밖의 압승을 거두고, 올해 대선까지 승리해 행정권력까지 교체한 지금이 사학법 개정의 적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어느 정도 참여정부 시절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한 사립대 교수는 “참여정부는 2004년 故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발의 사건 이후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당시 사학법 개정도 탄력을 받았다. 그러나 지나친 야당(당시 한나라당) 봐주기로 개혁의 호기를 놓치고 이른바 4대 입법을 모두 누더기로 통과시켰다. 이번 문재인정부는 이런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고 행정부의 힘이 가장 강한 집권 초기에 개혁과제들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국정 지지율도 80%를 넘는 지금이 아니면 개혁입법은 더욱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치권의 목소리는 다르다. 특히 원내에 5개 정당이 진입해 어느 때보다 복잡한 구도를 갖고 있는 현 시점에선 오히려 신중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 관계자는 “자유한국당의 정견대립을 상수라고 보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스탠스가 어떤 식으로 기울어지느냐에 따라 정책의 향배가 판가름 난다. 사학법 개정에 대해선 정의당이 지지해주겠지만 정작 교육상임위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내에는 정의당 의원이 없지 않느냐. 인사청문회가 끝나고 1차 검증을 받는 내년 지방선거까지는 개혁입법안을 꺼내들지 않고 관망하는 추세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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