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폐지·교육회의 안착 … 朴정부 실패를 교육부에 전가

[한국대학신문 이재·이하은 기자] 교육 전문가들이 교육계의 화두로 떠오른 국가교육회의의 필요성과 구성을 두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국가교육회의가 도입만 전제됐을 뿐 기능과 위상 등에 대해 거의 정해진 바가 없어 사실상 국가교육회의 재정립에 가까운 토론이 진행됐다.

▲ 국가교육위원회를 둘러싼 이날 쟁점은 △전면 이양론 △국가교육회의의 필요성 △교육부 폐지 등이다. (사진= 이재 기자)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사회적교육위원회와 교육희망포럼이 공동주최하고 박경미·안민석·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후원한 ‘국가교육회의 구성과 교육부 개편의 방향’ 토론회는 시작부터 입추의 여지없이 많은 인파가 몰렸다. 이날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참가자들은 3시간 30분에 걸친 장시간 토론에도 불구하고 거의 자리를 비우지 않고 토론회를 지켜봐 국가교육회의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이날 토론자들은 첫 번째 발제부터 달아올랐다. 첫 발제를 맡은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문재인정부에서 교육개혁이 성공할 것인가 전망한다면 내 의견은 부정에 가깝다. 교육관료들에 의한 치밀한 포위작전이 시작됐지만 권력의 핵심부에 있는 이들은 아직 눈치를 채지 못했다”며 교육부 폐지와 국가교육회의 도입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김승환 교육감은 헌법이 명령하고 있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현재 교육계의 모습은 상당한 간극이 있다며 그 원인을 교육부에 물었다. 김승환 교육감은 “지난 이명박·박근혜정부 9년동안 이른바 헌법현실과 헌법규범 격차가 커졌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뒤 진행된 누리과정과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이 좋은 예다. 이명박정부에서는 교원평가 시행을 위한 초중등교육법을 국회가 통과시키지 않자 교육부는 연수규정에 교원평가 규정을 넣어 강제했다. 현재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은 심각한 수준이며 교육부는 그간 법률로 정할 것을 시행령으로 규정하는 방식으로 이를 무너뜨렸다. 법률의 시행령으로서의 도피다”고 규정했다.

이날 토론자 중 김승환 교육감은 직접 교육부와 마찰을 겪고 있는 당사자답게 가장 강경한 표현으로 교육부 폐지를 강조했다. 김승환 교육감은 “지금 이 순간에도 교육부 관료들의 머릿속에는 유·초·중등교육을 어떻게 해서든 교육부에 붙들어 놓으려고 하는 계책들이 준비돼 있을 것”이라며 “그 술책으로 동원될 수 있는 게 순차 이양론이다. 업무를 일시에 시·도교육청으로 이양하는 것은 무리가 있기 때문에 업무의 중요도에 따라 나눠 이양하자는 주장이다. 이는 이양 불가론을 위장하는 술책에 불과하다. 그 덫에 걸려드는 순간 문재인정부도 교육부 관료들에게 농락을 당하다가 아무런 교육개혁도 못한 채 막을 내리게 돼 있다”고 비난했다.

이처럼 교육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김승환 교육감은 권한의 즉각 이양과 교육부 폐지 또는 폐지에 준하는 개혁을 요구했다. 또 국가교육회의에는 징검다리에 불과하다고 강조하며 다만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위한 과도기적 존재로 이해할 수 있다고 정의했다.

김승환 교육감은 “국가교육위 설치를 위해서는 법률을 제정하거나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짧은 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워 과도기적으로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국가교육회의 설치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회의는 독임제 기관이 아니라 합의제 기관이 되는 게 바람직하고 그 구성에서 직무의 본질을 놓치게 하는 법조인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정치인은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환 교육감의 발제는 뜨거운 호응을 받았지만 다음 발제자들에 의해 상당부분 부정됐다. 가장 첨예하게 논쟁이 오간 것은 △전면 이양론 △국가교육회의의 필요성 △교육부 폐지 등이다.

▲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국가교육회의 구성을 두고 국회에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 패널로 참가한 전문가들은 국가교육회의의 필요성과 기능 등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했다. (사진= 이재 기자)

 먼저 전면 이양론은 바로 다음 발제를 맡은 이상철 부산교육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이견을 냈다. 이상철 선임연구원은 이날 교육부행정체제 개편의 내용과 과제를 주제로 교육부 개편을 중심으로 교육부의 현재 업무와 직제를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국가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지원하는 기구로서의 국가교육회의의 기능을 상정해 100명 수준의 규모를 지닌 기구로 정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교육부가 갖고 있는 유·초·중등교육 권한을 시·도교육청으로 순차적으로 이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교육부는 3실 3국 11관 49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이상철 연구원은 개편대상 44과 중 기획과 예산 등 23과는 잔류하고 학교정책과 공교육진흥 등 21과는 시·도교육청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획조정실 정책기획관 내 기획과와 예산과, 창조행정과, 규제개혁·법무과, 교육통계과 등 기획조정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과를 비롯해 비상안전국 등 기획조정실 전반은 교육부에 잔류한다. 국제교육협력과 재외동포교육 등 국제협력관도 모두 잔류한다. 학교정책관 중에선 교원복지연수과만 교육부에 잔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정책실 업무에선 대학정책과, 대입제도과, 사립대학제도과, 산학협력정책과, 지역대학육성과, 전문대학정책과, 취업창업교육지원과, 대학재정과, 대학학사제도과, 대학장학과 등이 잔류한다. 평생직업교육국에서는 인재직무능력정책과와 교육시설고, 교육정보화과, 이러닝과가 잔류한다.

이밖에 학교정책과, 공교육진흥과, 교원정책과, 교육과정정책과, 교과서정책과, 교육과정운영과, 인성체육예술교육과, 학생복지정책과, 학교생활문화과, 학생건강정책과, 방과후학생지원과, 대학평가과, 학술진흥과, 지방교육자치과, 지방교육재정과, 유아교육정책과, 특수교육정책과, 평생학습정책과, 진로교육정책과, 직업교육정책과, 학교안전총괄과 등 21개 과는 시·도교육청 또는 국가교육회의로 이양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에 이상철 연구원은 시·도교육청으로의 이양은 순차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육기능을 상당수 시·도교육청으로 이양했을 때 지역간 교육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이 때문에 이상철 연구원은 현재 느슨하게 운영되고 있는 시·도교육감 협의회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고 대안을 내놨다. 또 새로 구성될 국가교육회의도 교육부로부터 이양받은 각종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100여명 수준의 작지 않은 기구로 확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상철 연구원은 “국가교육회의가 25명 규모의 위원들이 활동하는 기구로 편성된다고 해도 각종 정책의 기획과 자문을 하기 위해선 이를 뒷받침할 배경조직이 필요하다. 국가교육회의 내에 분과 등을 비롯해 이런 국가교육회의 활동을 지원할 범지원조직으로서 규모가 100명 수준으로 구성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상철 연구원의 발제가 시사하는 것은 국가교육회의가 결코 작은 기구로 구성되진 않을 것이란 점이다. 앞서 발제한 김승환 교육감의 주장과 이상철 연구원의 발제를 토대로 분석해보면 국가교육회의는 범교육적 문제를 논의하고 자문하는 기구로 역할하면서 동시에 정책의 수립에도 적잖은 영향을 주는 기구다. 현재 사회적으로 논의되는 것처럼 특목고·자사고 폐지문제나 학생부종합전형 등 대입문제 해결을 위한 자문역할 또는 대학구조조정 등 교육부와 현장의 첨예한 갈등이 드러난 정책을 조정하는 수준에 머무르지는 않는다.

■ 교육부는 朴정부 적폐 희생양? 교육위와 교육회의는 엄연히 달라= 그런 점에서 보면 국가교육회의는 정책결정기능이 집중된 새로운 교육부로도 개념이 확대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존 교육부를 폐지하고 새로운 틀의 정책결정 단위를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은 이 점은 사실 지난 정부에 대한 비판이 상당수 교육부에 전가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근혜정부로 대표된 교육적폐를 교육부 폐지라는 희생양을 통해 일거에 해치우겠단 의도가 아니냔 것이다.

박남기 전 총장은 “잦은 정책 변화와 미해결 난제의 심화, 교육갈등의 심화, 그리고 교육의 실패 등을 모두 교육부의 책임으로 묻고 있는데 실제 내용을 따져보면 청와대와 국회 등의 다른 정책결정기관의 문제였다. 당장 국정 역사교과서만해도 교육부가 아닌 청와대 비서실에서 요구한 것인데 이 정책의 해결점으로 청와대 비서관제도 폐지를 요구하진 않고 있다. 대통령 단임제 하에서 청와대의 통치구조가 존재하는 한 교육부 장관의 역할은 한정적이다”고 말했다.

유·초·중등 교육의 교육청 이양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견해를 드러냈다. 박남기 전 총장은 ‘강제로 시키는 것은 자치가 아니다“며 ”현재 학교장에게 물어보면 교육부의 방침이나 교육청의 방침이나 일선학교에선 다 ’중앙의 방침‘이라고 한다. 교육청의 교육감 자치는 자치가 아니다. 앨빈 토플러의 말을 인용하면 지방에서도 ’악질적인 전제정치‘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가교육회의가 우선 구성될 것인 만큼 교육부의 폐지는 다른 수준의 이야기란 말도 강조했다. 박남기 전 총장은 “대통령 단임제 하에선 대통령 들어설 때마다 공약을 새로 만들고 전 정권과 완전히 다르게 가려는 모습을 피하기 어렵다. 그래서 미래창조과학부 개편의 핵심은 미래교육에 적합한 교육 지배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교사들이 주체가 되고 학생도 운영과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여러 가지 요건을 구비하는 것이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생긴다면 교육부의 역할분담과 축소, 폐지론이 얘기될 수 있으나 국가교육회의는 앞선 정부에서도 있었던 위원회라 교육부 폐지와는 논의의 층위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남기 전 총장이 국가교육회의 구성과 교육부 폐지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박남기 전 총장는 오히려 국가교육회의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몇 가지 제언도 내놨다. 정책의 포퓰리즘을 극복하는 것과 정당의 정치적 이념 성향 제약을 극복하는 것,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고수하는 것 등이다.

박남기 전 총장은 또 “명실상부한 협치조직이 되려면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진 집단이 추천한 인사도 포함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교육회의를 조직의 이익을 대변한 대표들이 참여한 정치조직으로 할 것인지, 전문성을 가진 집단으로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정치적 리더는 자기 조직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에 합의를 이룰 수 없다. 다양한 사회 집단들이 전문성을 가진 대표를 추천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고 이들이 논의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박남기 전 총장은 국가교육회의가 정책의 의결을 하기보다 정책을 의결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플랫폼으로서 역할해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박남기 전 총장은 스위스의 원전 관련 국민투표를 예로 들며 “위원회가 원전 중단을 결정한 게 아니라 원전 중단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국민투표와 국민투표 준비를 진행하는 기구였다”며 “국가가 공인하는 원전 관련 교육기관을 선정하고 그 기관에서 국가가 공인한 연수를 받은 자에 한해 투표권을 줬다”고 말했다.

▲ 국가교육위원회는 이미 앞서 2002년경 처음 도입된 말이다. 15년간 도입이 논의됐으나 제대로된 제도 정치권에서 관심을 가져준 것은 처음이다. (사진= 이재 기자)

■ 학문자치·대학 자율성은 ‘입법조항’ 국가교육위·교육회의 결정 사항 아냐= 박남기 전 총장이 에둘러 표현한 것과 달리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더욱 분명하게 국가교육회의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임재홍 교수는 국가교육회의 또는 국가교육위원회 논의는 사실상 교육부의 정책실패에서 시작됐다고 말하며 특히 대학을 예로 들어 학문의 자치와 대학의 자율성 등은 국가교육회의나 국가교육위원회가 아닌 국회가 법률로 정할 사항이라고 못박았다.

임재홍 교수는 또 국가교육위원회가 국가교육회의로 후퇴한 과정도 결국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된 예라고 주장했다. 임재홍 교수는 “교육이 정치화되면서 법률안 제·개정이 마비상태다. 가장 비생산적인 상임위원회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됐다. 그러다보니 법률로 정할 것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편법을 지난 10여년간 보수정권이 써왔다. 그런 상황이 국가교육위 설치와 교육부 폐지를 지난 대선의 공약 첫 손에 꼽히도록 만들기도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국가교육위 설치법이 국회를 통과하긴 난망하다. 문재인정부는 국가교육위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이 떄문에 국가교육위에서 국가교육회의로 선회했다. 정책집행을 위한 잘한 선택이지만 그 자체가 이미 법률로 정하는 국가교육위를 포기하고 대통령령으로 만드는 국가교육회의를 택함으로써 교육이 정치화된 것을 증명한 셈이다”고 지적했다.

임재홍 교수는 미래교육 단위에 가서야 국가교육회의의 역할이 있다고 긍정했다. 임재홍 교수는 “국가가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으로 교육영역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결정하거나 법률을 제·개정한다고 하면 교육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정책이나 법령에 반영될 수 있는 상황이라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국가교육회의보다 국회의 법률제정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은 굽히지 않았다. 임재홍 교수는 유럽의 볼로냐 프로세스를 예로 들며 교육자치와 대학 자율성 등은 법률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학과 유착된 교육부 전직 관료들 끊지 않고는 교육적폐 해결 못해”= 안승문 미래교육포럼 공동대표는 국가교육회의 구성에 앞서 본질적인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승문 대표는 발제를 통해 △교육 패러다임의 대전환 △교육의 민주화 △보편적 교육복지의 실현 △교사의 자율성과 전문성 보장을 강조했다. 특히 교육부를 퇴임한 공무원들이 사립학교 재단이나 사립대 총장, 사무국장 등으로 유입돼 사학과 유착된 구조를 끊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안승문 대표는 “교육부 퇴임 공무원들이 사학과 유착돼 있는 것을 끊지 않고는 대학의 문제는 물론이고 중고등 사립학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교육부 개혁 등 거대 담론도 중요하나 구체적 문제를 함께 논의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가교육회의 구성안에 반드시 학생이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안승문 대표는 “핀란드의 국가교육위를 보며 2~3명 학생들이 포함돼 있다. 다양한 교육주체와 정당 대변자들이 들어가 15명으로 교육위를 구성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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