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개 전문대학 40개 부스 설치 직업세계 변화 한눈에

교육청 협약 불구 참가 적어 전문대학 관계자들 아쉬움

[한국대학신문 이재·천주연 기자] 직업세계의 변화가 7개 체험 분야와 4개 기획체험 분야로 나뉘어 선보였다. 32개 전문대학은 40개 부스를 차려 △공학 분야 10곳 △이색 분야 7곳 △간호·보건분야 8곳 △자연 분야 4곳 △교육 분야 2곳 △예체능 분야 7곳 △사회 분야 2곳 등 자율체험관을 꾸렸고 전문대학 대표 분야와 직업을 시범 선정한 항공분야와 메이크업 및 헤어, 피부 미용, 네일아트 등 4개 기획체험관을 마련했다.

이 행사는 전문대학가의 대표적인 행사인 진로·직업체험박람회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대구광역시교육청과 함께 올해 처음으로 21일과 22일 대구 엑스코에서 박람회를 개최했다. 시·도교육청과 처음 손잡고 열린 이번 박람회는 예년보다 직업세계의 변화를 더욱 일목요연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기우 전문대교협 회장은 개막식에서 “이번 박람회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미래세대가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직업과 전공을 현장에서 미리 찾아볼 수 있도록 실제적이고 내실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직업체험이나 학교기업, 진로진학상담과 진로상담, 드론경진대회 등 학생들에게 즐겁고 신나는 교육의 장을 제공하기 위해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전문대학은 현재 실무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해 직무능력과 산업현장의 불일치를 해소해 궁극적으로 능력중심사회를 선도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앞으도 우리 사회와 산업의 변화요구에 부합하는 실력있는 지역 인재를 꾸준히 양성해 고등직업교육 중심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와 대구광역시교육청은 21일~22일 2일간 대구 엑스코에서 진로진학체험박람회를 개최했다. (사진= 한명섭 기자)

■ 직업체험도 4차 산업혁명 열풍= 가장 눈에 띈 것은 4차 산업혁명의 대표주자인 드론이다. 이번 박람회에서 많은 전문대학들이 드론 등 무인비행기를 체험할 수 있는 부스를 꾸렸다. 경북전문대학 항공전자정비과와 동원과학기술대학 항공학부, 대경대학 드론과 등은 참가자들이 드론을 직접 조종해볼 수 있는 부스를 꾸렸다.

전문대교협도 드론체험관을 따로 마련했다. 전문대교협은 21일과 22일 양일간 드론전문업체를 섭외해 드론을 직접 조정해볼 수 있는 부스를 마련했다. 또 박람회 대회장을 마련해 각각 오후 1시와 오전 11시 학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경진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21일 한 때 80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전문대교협 관계자는 “각 대학들이 드론과 관련된 체험부스를 마련했지만 사람이 몰려 체험을 잘 못할 수도 있어 전문업체를 섭외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참가한 중고등학생도 드론 체험부스에 많이 몰렸다. 대여섯 곳의 부스를 체험했다는 신종한(경주안강전자고1)군은 드론을 진로로 염두에 두고 있다며 이번 박람회도 드론 관련 학과를 체험하기 위해 참가했다고 밝혔다. 신종한군은 “드론을 이용한 농업이 활기를 띄고 있다. 농약을 뿌리는 것도 드론을 통해서 한다고 알고 있다. 지역에서 이미 드론 체험부스를 직접 운영해본 경험도 있다. 장래성이 밝은 분야라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진로를 정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도 드론은 인기였다. 신종한씨와 함께 박람회장을 찾은 김동하(경주안강전자고2)군도 “아직 진로는 정하지 못했지만 드론이 유망하다고 해 관심은 있다”고 말했다. 김동하씨는 “다니는 학교에 내년부터 드론학과가 개설되는데 안타깝게도 내년엔 3학년이 돼 드론을 학교에서 배울 기회가 없다. 그러나 전문대학에서 드론을 가르치고 있고 체험도 할 수 있으니 관심이 있어 참가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4차 산업혁명 열풍을 반증하듯 가상현실(VR)과 인공지능(AI)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 부스가 다수 눈에 띄었다. 수성대학은 VR콘텐츠과로 부스를 구성했고 연암공과대학은 스마트소프트웨어학과가 개발한 인공지능 비서를 선뵀다.

항공분야 기획체험관을 꾸린 구미대학은 VR기기를 활용한 비행체험 등의 체험기회를 제공해 많은 호응을 얻었다.

■ 군용헬기·포뮬러 레이싱카 등 이목 집중= 박람회장의 중앙을 차지한 구미대학은 실제 500MD 군용헬기를 공수해와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 대학은 실제 제트기 엔진을 설치해 내시경으로 안을 살펴보고 해당 엔진을 구성하는 부품들을 직접 눈을 볼 수 있게 전시하는 한편 이를 정비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해 전시관을 마련했다. 또 이 대학을 졸업하고 군 부사관으로 임관해 항공정비를 하고 있는 현역 군인 4명을 초빙해 항공정비에 대한 설명을 해 실제 과의 진로를 간접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전시된 500MD 헬기는 실제 군용헬기로 구미대학은 이를 일일이 해체해 박람회장으로 옮긴 뒤 다시 안에서 조립을 하는 열성을 보여 주변을 감탄케 하기도 했다. 도수길 구미대학 홍보팀장은 “실제 항공정비분야의 업무를 입체적으로 드러내 체험 뿐만 아니라 진로와 교육내용까지 볼 수 있도록 구성하고자 했다.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VR콘텐츠 등도 구비했다”고 말했다.

가톨릭상지대학 자동차모터스포츠과는 실제 포뮬러 레이싱카 1대와 경주용 카트 2대, GT4급에 출전하고 있는 슈퍼레이스 경주용 차량 1대 등과 함께 실제 경주서킷을 구현한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4기를 설치해 처음부터 많은 학생들이 몰렸다. 설치된 GT4급 차량은 이 대학 학생들이 실제로 개조해 레이스에 사용한 차로 현재는 현역에서 퇴역했다. 이 대학은 이 차량을 포함해 10대에 달하는 실제 레이싱용 차량을 보유해 아마추어 레이싱을 펼치거나 프로레이싱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국내 대학 중 유일하게 레이싱팀을 보유한 이 대학은 레이싱과 차량 튜닝 시장이 향후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이미 2004년부터 자동차모터스포츠과를 설치하고 학내 레이싱 트랙까지 마련해 관련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 학과 김병지 교수는 “우리 학과는 다른 대학의 자동차과에서 하고 있는 자동차정비검사 분야의 고장진단 전문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교육에 더해 모터스포츠 분야의 드라이버, 미케닉, 오피셜 등 카레이싱과 튜닝 전문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페인트탄을 이용해 실제 발사를 해볼 수 있도록 꾸민 대구과학대학 국방기술행정과의 서바이벌체험관 등도 눈에 띄었다는 평가다.

▲ 이번 박람회는 구성과 기획은 예년에 비해 알찼다는 평가지만 여전히 중고등학생 참가자 수가 적어 아쉬움을 남겼다. (사진= 한명섭 기자)

■ 간호보건계열 직군 ‘한자리’에 =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아 꼭 등장하는 간호보건계열 체험이 진화했다. 이전에는 △간호사 △임상병리사 △물리치료사 등 각 직업군 별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면 이번 박람회에서는 이를 한 데 모았다.

대구보건대학은 ‘시뮬레이션으로 배우는 병원 직업체험’을 준비했다. 교통사고로 다발성 골절을 당한 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순간을 가정해 병원에서 간호사 및 의료 기사가 대처하는 과정을 박람회장에 그대로 옮겨놓았다. 학생들이 상처 드레싱, 혈압검사,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부터 혈액·혈당 검사, 초음파 검사, 재활훈련까지 전 과정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꾸몄다.

김기형 대구보건대학 홍보팀장은 “병원에는 의사와 간호사뿐만 아니라 임상병리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방사선사 등 여러 의료기사들이 있다. 이들이 각자 맡은 역할을 통해 환자 한명이 완치할 수 있게 되는 시스템”이라면서 “중·고등학생들은 이런 직업을 한 곳에서 경험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대학에는 이런 학과들이 다 있다 보니까 이번 기회에 한 자리에서 그 직군들을 한꺼번에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구보건대학 부스를 찾은 한 고등학생은 “(교통사고를 당한 것을 가상해 만들어놓은 심맨을 보고) 처음에는 깜짝 놀랐지만 실제 병원에서 어떤 과정으로 이뤄지는지 알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 적은 관람객 수에 대학들 “아쉬워”= 박람회는 예년에 비해 알찼다는 평가지만 적은 관람객 수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열심히 준비한 것에 비해 학생들이 많이 찾아주지 않아 서운할 정도다. 지난해 박람회의 아쉬움을 극복할 수 있으면 하고 기대했으나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박람회는 대구교육청과 공동주최한 행사라 전문대학 관계자들의 아쉬움은 더 컸다. 교육청과의 협력으로 일선 학교의 학생 참여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전문대학가 한 관계자는 “교육청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은 게 아닌가 반추해보고 있다. 교육청과의 협력이 잘 된 행사들을 보면 행사장 내에 각 학급별 교사가 학생들의 스케쥴을 관리하면서 행사장을 꼼꼼히 살펴보는데 오늘 행사장엔 교사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도록 한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편 이번 박람회에는 체험부스 외에도 부산경상대학과 대경대학, 구미대학, 인천재능대학, 경북과학대학이 참여한 학교기업관과 한국장학재단 부스, 이벤트 부스, 상담존, 북카페 등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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