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되는 대학,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 국회 토론회

▲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사학진흥재단은 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폐교대학의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는 실제 2012년경 폐교된 대학의 전직 교수들이 참석해 정부정책을 집중적으로 성토했다. (사진= 이재 기자)

교원·학생 구제방안 마련해야 … 사학청산 요구도 나와

[한국대학신문 이재·이지희 기자] 폐교에 몰린 대학의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주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이미 폐교된 대학의 교수들이 정부 정책에 불만을 쏟아냈다. 폐교대학에서 근무하다 지금은 교육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전직 교수는 “환수금만 제대로 받아냈어도 이런 일을 없었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사학진흥재단은 25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폐교되는 대학,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등록금 수입 감소로 재정적인 한계에 몰린 대학들을 지원하고 대학이 폐교될 경우 교수와 직원, 학생의 재취업 또는 편입학을 지원하는 제도를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다.

이날 토론회에는 지난 2012년 폐교된 성화대학 관계자 등 전국폐교대학교권수호를위한교수연합회(폐교대학 교수회) 관계자 20여 명이 참여해 폐교된 대학의 사후처리가 여전히 미진하다며 교육부를 성토했다.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이덕재 전국폐교대학교권수호를위한교수연합회 대표(전 성화대학 교수)는 폐교대학 절차, 재단의 귀책사유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이덕재 대표에 따르면 2년 내 7개 대학이 폐교됐다. 폐교 과정을 보면 2~3개월 내 폐교 계고 및 폐교 처분이 발표되고 6개월 이내 폐교가 완료됐다. 이덕재 대표는 “이명박정부의 국가공권력에 의한 마녀사냥식, 줄세우기식으로 교육부만 바라보게 하는 ‘교바라기(교육부 바라기)’ 폐교조치다”고 주장했다.

이어 “폐교된 대학을 보면 대학경영진 등에 의한 경영비리가 주로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교수를 마치 공범인양 취급하고 있다. 실제 성화대학의 사례를 보면 교수들은 대학의 불법 원격강의를 교육부에서 조사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묵살당한 바 있다. 교육부는 새겨 들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덕재 대표는 학령인구 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 수를 없애는 것은 일차원적인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이덕재 대표는 “미국의 경우 인구수 대비 대학의 수가 우리나라에 비해 1.5배 많지만 강제 폐교된 사례는 없다”면서 “OECD기준 교수 1인당 학생 비율은 15명인 반면 한국은 30여 명이다. 대한민국의 고등교육은 후진국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또 “교육부가 힘 있는 대학에만 입학정원을 풀어줘 자원을 확보하게 하고 힘없는 지방 사립대와 전문대는 무시하고 있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토론회에서 배포된 자료집에 따르면 총 10개 대학 중 6개 대학은 강제 폐교됐고 4개 대학은 자진 폐교했다. 특히 2012년에 △명신대 △건동대 △선교청대학(성민대) △성화대학이 무더기로 폐교처리 됐다. 현재 한중대와 대구외국어대가 폐교절차를 밟고 있다.

장만호 전 명신대 교수도 이 자리에서 “폐교대학의 귀책사유는 재단과 교육부가 져야한다”며 “법원 경매를 통해 학교 재단과 건물을 모두 경매 신청을 했지만 반려됐다. 그 이유는 교육시설이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장 전 교수는 “교육부에서 환수금 집행에 손도 대지 않고 있다. 명신대 환수금만 67억원이다. 환수절차만 제대로 해도 이런 결과는 초래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현재 폐교대학의 재단은 다 살아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홍성학 전국교수노조 위원장은 교원의 지위 안정과 보여주기식 폐교 조치 반대를 주장했다. 홍성학 위원장은 “교육부의 졸속 추진으로 교원 신분이 불안해졌다. 특별법이나 기본법에는 분명히 교원의 지위를 보장하라고 돼 있음에도 구체적인 제도적 마련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구조조정을 단행한 게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 성화대 폐교조치 사례를 들면서 “성화대는 인근 대학보다 교육 여건이 더 좋았음에도 폐교를 시켰다”면서 “폐교조치를 할 경우 고등교육법 등을 검토해 해당 대학 구성원들이 폐교 절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의 발언이 격화되자 토론회를 주최한 오영훈 의원은 즉석에서 이덕재 교수에게 해당 논의를 위한 자리를 따로 마련해 보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폐교되는 대학,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신중범 대학노동조합정책연대 정보부회장, 안동인 영남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이덕재 대표, 길용수 한국사학진흥재단 학교경영지원본부장, 홍미정 변호사, 정성훈 대구가톨릭대 교수(경제통상) 등이 참석했다.

주요 토론 내용은 △폐교대학 교원·학생 등의 구제 방안 △대학구조개혁기금 설치 등을 위한 법제도 개선 △사학 청산으로 진행됐다. 신중범 부회장은 발제에서 폐교대학의 교직원 고용문제와 학습권 침해 피해를 입는 학생 등 구성원 구제 방안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특히 교원 고용 문제는 대학의 재량에 맡겨져 있어 이를 해결할 방법이 논의되기도 했다.

학생들의 구제를 위해서는 위탁수업, 편입학 등의 논의들이 오고 갔다. 다만 위탁수업의 경우 수업은 인근 대학에서 듣고 졸업장은 본래 대학에서 받는 부분 등을 두고 이견이 있었다. 대학구조개혁기금 마련에 대해서는 별도로 펀드를 조성하거나 현행 사학진흥기금 일부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제안이 주로 논의됐다.

그러나 이번 논의가 사실상 전 정권의 정책을 보완하는 논의라는 지적도 있었다. 박순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은 “이번 논의는 전 정부에서 발의한 대학구조개혁법안의 통과를 전제한 논의다. 새 정부가 들어섰고 교육부 정책 기조도 바뀌어야 하는 상황에서 과거의 논의에 기대고 있다. 관점을 바꾸는 논의가 필요하다. 대학구조개혁법안이 문제가 많다는 것은 이미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대학정책을) 대수술하자. 상황을 바로 인식하길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