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대 폐교 단초 됐지만 소급적용 안돼 … 의대는 원광·전북大 배정 전망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경영진의 부정·비리로 대학이 문을 닫을 경우 잔여재산을 국고로 귀속하도록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이 추진될 전망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폐교 시 잔여재산은 학교법인의 정관에 따라 처분하도록 돼 있어 부정·비리를 저지른 당사자에게 재산이 귀속될 여지가 남아있다.

2일 국회에 따르면 유성엽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폐교 시 잔여재산 처분을 규정한 사학법 35조를 개정해 경영진의 부정·비리로 대학이 폐교될 때 부정·비리 해당액과 교수와 직원 체불임금 변제에 필요한 금액을 국고로 귀속하도록 하는 법개정을 논의하고 있다.

현행법은 해산한 학교법인의 잔여재산은 “합병 및 파산의 경우”를 제외하면 “정관으로 지정한 자”에게 귀속되도록 했다. 이 때문에 경영진의 부정·비리로 대학이 경영위기에 빠져 폐교돼도 정관이 정한 바에 따라 설립자 혹은 비리당사자가 재산을 다시 획득할 수 있는 허점이 있다.

법개정의 단초가 된 것은 서남대다. 서남대는 2012년 설립자 이홍하씨가 서남대 교비 333억원을 횡령한 게 드러나 경영위기에 빠졌다. 이홍하씨는 서남대 외에도 설립한 광양보건대학 등 4개 대학에서 1000억원대 대규모 횡령을 저질러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유성엽 교문위원장 등 지역 국회의원들은 당초 서남대 폐교에 반대 방침을 밝혀왔다. 서남대는 특히 의과대학 정원 49명을 갖고 있어 지역사회에서도 폐교에 적극적으로 반대해왔다.

교육부는 서남대가 이홍하씨의 비리로 2014년부터 3년 연속 신입생 모집정지 5% 처분을 받고 최근에는 의대 신입생 모집정지 100% 처분도 사실상 확정되는 등 회생 불가능한 상태라고 봤다. 서울시립대와 삼육대 학교법인 삼육학원 등이 서남대 인수의향을 밝혔으나 이홍하씨가 횡령한 333억원을 보존할 것을 요구한 교육부의 방침에 미치지 못하면서 폐교로 가닥을 잡았다.

■ 사학법 개정해도 서남대 소급적용 불가능 … 의대정원 원광·전북대 배정될 듯= 문제는 폐교 시 잔여재산이다. 서남대 학교법인 서남학원은 2013년 정관을 바꿔 폐교 시 잔여재산을 이홍하씨가 설립한 또 다른 대학인 신경대를 운영하는 신경학원에 귀속하도록 했다. 폐교되면 이홍하씨가 횡령한 돈 333억원을 돌려받을 채권주체가 사라지기 때문에 신경학원은 횡령금 보존 의무도 사라진다. 사실상 대학만 폐교되고 잔여재산은 모두 사학비리 당사자인 이홍하씨에게 되돌아가는 셈이다.

유성엽 교문위원장 측은 “부정을 저지른 당사자에게 재산이 돌아가는 것은 부당하기 때문에 관련법을 개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사학법이 개정돼도 개정 전에 서남대가 폐교되면 서남대 잔여재산이 신경학원으로 귀속되는 것을 되돌릴 방법은 없다. 소급적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소급적용이 가능하도록 특별법 제정도 검토한다는 방침이지만 서남대 한 곳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기엔 부담이 크다. 

이 때문에 서남대 교수들은 사실상 비리당사자를 옹호하는 결정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김철승 서남대 교수협의회장은 “서남대를 폐교하면 5년간 서남대를 살리기 위해 불철주야 동분서주해온 서남대 교수와 직원, 그리고 제대로된 교육을 받지 못했던 학생들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것”이라며 “사학비리 척결을 주장하면서 결과적으로 서남대 사학비리 당사자에게 재산을 되돌려주는 결정을 내리는 게 정부의 방침이냐”며 분개했다.

한편 서남대가 폐교되면 의대 정원 49명은 전북지역의 다른 대학에 배정될 전망이다. 원광대와 전북대가 유력하다. 의대 정원은 보건복지부의 소관으로 지역별로 정원을 정해놔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다른 지역에 배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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