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맞춰 수능개편 시안이 발표된 가운데, 절대평가 과목 수는 확정되지 않은 채 2개 안이 공개됐다.

1안은 기존의 한국사, 영어 외에 통합사회·통합과학과 제2외국어/한문 과목까지 4개 과목을 절대평가 하는 방안이며, 2안은 7개 과목 모두를 절대평가 하는 방안이다.

교육부는 수능 절대평가 적용 범위에 대해서는 권역별 공청회에서 의견수렴을 거쳐 이달 말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발표와 함께 여론은 양분됐다. 대학들은 대입에서 변별력을 둘 수 있는 4개 과목 절대평가 1안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학부모 및 시민단체는 전 과목 절대평가 2안을 택해야 사교육 풍선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과 변별력이 뚜렷한 수능 위주의 정시가 확대돼야 한다며 맞서는 상황이다.

교육계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직접 수능 절대평가에 대해 변별력과 안정적인 연착륙을 강조한 만큼 1안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후 국가교육회의 논의를 통해 내신 절대평가가 대입에 반영되고 고교학점제를 전면 실시하게 된다면 수능은 전 과목 절대평가이자 사실상 자격고사로 추가 개편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 논란은 각론에 치우쳐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코앞에 닥쳐 창의 융합 인재를 기르는 것이 중요한 상황에서, 고등학교 교육과 대학교육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할 대입제도라기에는 미봉책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수학 분리실시만 해도 문·이과 통합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학생들이 대입 부담 없이 학교 울타리 안에서 공부하고 진로를 탐색하며, 장차 시민의식을 갖춘 창의·융합 인재로 자라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교육 철학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단순히 대입제도만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미 정부는 삼불정책을 비롯해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과 연계해 대학입시를 규제하고 있다. 물론 학벌주의가 공고한 사회인만큼 삼불정책은 사회적 공감대가 두텁다. 그러나 대입전형 운영 측면에서 대학들의 자율성은 점차 위축되는 것은 사실이다. 수능, 학생부 모두 절대평가를 실시할 경우 변별력이 사라져 다른 전형요소가 확대될 것이라는 서울 상위권 대학들의 입장은 으름장이 아니라 항변에 가깝다.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꿔야 한다면 대학이 정말 자율적으로 학생을 뽑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대입제도 하나로 사교육 시장과 중등교육을 좌지우지하겠다는 발상은 접어야 한다.

대학서열화가 공고한 상황에서는 일선의 대입제도는 각 학생의 유불리에 따라 반발에 부딪칠 수밖에 없게 돼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취지에 따라 대입제도를 개선하려 했다면 이번 시안 발표에 앞서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 전문가, 현장 교사와 학부모가 머리를 맞대고 교육제도 전반에 대해 토론하고,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형성이 이뤄져야 했다.

네 차례 권역별 공청회를 거쳐 이달 말 최종안을 결정하더라도 당분간 양분된 여론은 쉽게 모아지지 않을 것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는데 20여 일동안 네 차례 공청회만으로 만족할 만한 방안이 나올 수 있는가. 이럴 때일수록 나무가 아니라 숲을 봐야 한다. 교육부는 수능개편안을 최종 확정할 때 문재인정부의 교육철학과 정책방향,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의 교육이 각각 어떻게 변화하고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제시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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