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창 건양대 의료공과대학장

▲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윤솔지 기자]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의공학이 전 세계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추세다. 의료와 공학의 융합으로 새로운 학문이 창조됐고 그로 인해 고수입 직종들도 생겨났다. 이미 미국에서는 폭넓게 의공학을 받아들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산업의 흐름을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인공지능, IoT, 빅데이터와 접목시킬 수 있는 또 다른 학문 분야의 등장도 기대된다”

의료공학. 아직은 생소한 융합학문분야이다. 의료와 공학의 결합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불 꺼진 복도에서 홀로 불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오도창 의료공과대학장의 연구실을 찾았다. 오 학장은 방학인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회의와 기획들로 학기 못지않게 바쁘다고 했다. 의료공학을 알리기 위해 백방으로 홍보도 다닌다. 중학교 자유학기제, 고등학교 지역교육청 프로그램, 교수 특강 등으로 의료공대에 대한 정보를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건양대는 지난 2011년 기존의 전통적 공과대학에 속해있던 8개 학과를 통폐합했다. 선호도가 높던 △의공학부, △제약생명공학과 중심으로 △의료IT공학과 △의료공간디자인학과 △의료신소재학과 5개 학과를 신규로 만들었다. 일류 강소 글로컬을 표방하는 건양대의 비전에 따라 대전 캠퍼스를 메디컬 캠퍼스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결정된 일이다. 4만평의 부지에 의료공대, 의과학대학, 간호대학 그리고 의과대학 및 대학병원이 합쳐져 메디 바이오 콤플렉스의 집적화가 펼쳐졌다. 의료공대가 발전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과 인프라다.

5개의 학과는 모두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그동안 비교적 잘 알려져 왔던 의공학부, 제약생명공학과, 의료IT공학과 외에도 그 중 독특한 학과들이 눈에 들어온다. 의료공간디자인학과와 의료신소재학과다.

“의료공간디자인은 한마디로 환자들을 위한 힐링 스페이스를 만드는 학과다. 기존의 건축공학, 인테리어학과와는 차별화된 특성화학과가 필요했다. 수년간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병원 건축과 힐링 스페이스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환자의 안락함과 감정, 회복 등에 집중한 공간을 창조한다. 예를 들면 창문이나 세면대의 위치까지 고려한 맞춤형 의료 디자인이다. 이런 디자인이 치유속도 증가나 감염축소 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이러한 근거중심디자인을 위해 여기서도 빅데이터가 활용된다. 의료신소재학과는 인공뼈, 인공장기, 인공피부까지 다룬다. 질병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인공 소재를 발굴하고 활용하는 분야다. 이를 위해 다양한 재료의 3D 프린팅 기기가 활용된다”

오 학장은 작년 1월부터 학장직을 맡으면서 ‘기업연계 학생 프로젝트’도 시행해왔다. 수업 전체가 하나의 프로젝트 개념으로 움직인다. 저학년은 창의설계, 기초설계를 듣고 고학년은 캡스톤 디자인과 심화설계를 듣는다. 이 프로그램은 고학년 재학생 2~3명과 기업 멘토, 병원 임상 교수, 대학 지도 교수가 한 팀을 이뤄 기업이 제시한 프로젝트를 해결한다.

“기업은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제품의 향후 버전을 선행 연구하며 동시에 실무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학생들에게는 기업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실전에서 해결할 기회가 주어진다. 대학은 병원, 기업 간의 협력으로 프로젝트도 수주하고 융합연구도 가능해진다. 이것이 대학-기업-병원의 3 채널 구조 산학협력이다. 앞으로는 적정기술이라는 축도 확대할 예정이다. 적정기술이란 사회적으로 소외된 그룹의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기술이다. 학생들이 졸업 전에 반드시 해결하고 나가도록 커리큘럼을 짜려고 한다. 성과는 이미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의료신소재학과 재학생들이 캄보디아 해외봉사 프로그램에서 착안한 적정기술로 장관상을 받았다. 생리대가 없어서 나뭇잎을 사용한다는 캄보디아 학생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 것에서 보완된 생리컵을 개발해냈다”

산업수요와의 인력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한 실무형 교육의 방편이다. 오 학장은 “아마 학생들의 대학생활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며 “콘텐츠와 교육방법이 가장 중요하다. 프로젝트 수업은 자기주도형 토론식으로 해야 한다. 강의식 교육방법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교수들은 중간 중간 코칭하는 역할만 한다”고 강조했다.

오 학장은 2년 간 ACE협의회 사무국장 자리를 지켰다. 내년 2월에 임기가 끝난다. 대학 교육혁신에 앞장서서 많은 성과를 배출했던 오 학장의 소회 또한 남달랐다.

“회원대학 사업단이 굉장히 많이 도와줬다. ACE사업이 모범적인 국고사업이 될 수 있던 것이 그 덕택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전국 ACE 포럼을 열면서 회원교 간의 교류와 사업성과 공유도 활성화됐다. 잘 가르치는 대학을 구현해보자는 여러 대학의 절실한 의도들이 반영되어 ACE사업이 대한민국의 학부교육을 한층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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