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캠 협의회 소득 없이 끝나 학생대표들, 협의회 입장서 거부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서울대 시흥캠퍼스 협의회가 소득 없이 끝나면서 서울대와 학생간 갈등이 재점화하고 있다. 서울대가 학생들과 약속했던 경찰고발 취하도 뒤늦게 이뤄져 이미 경찰이 기소의견을 검찰에 송치한 게 드러난 것도 골을 깊게 만들었다. 그러나 학생들이 행정관 점거부터 학생징계까지 거치면서 동력을 상실해 이전과 같은 물리적 충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와 학생들은 우선 서울대 시흥캠퍼스 협의회에 대한 평가부터 엇갈렸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12일 협의회 활동 종료에 맞춰 학내 담화문을 발표하고 “협의회를 통해 서울대는 학생들이 요구한 자료를 공유하고 여러 질문에 최대한 성실히 답변했다”며 “양측 모두 완벽하게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과정이었다”고 평가했다.

성낙인 총장은 또 17일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열린 국공립대총장협의회 정기총회에서도 “시흥캠퍼스는 국제화캠퍼스를 마련하기 위한 계획으로 11년간 추진된 것”이라며 “학생과의 갈등으로 시끄러웠지만 곧 정상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정반대의 입장이다. 협의회는 시흥캠퍼스 착공을 위한 명분쌓기에 불과했다는 게 학생들의 주장이다. 협의회가 진행되는 도중 학생 12명에 대한 중징계가 결정돼 논란을 부추기기도 했다.

학생들은 서울대가 제안한 시흥캠퍼스 추진위원회 참여에도 미온적이다. 시흥캠퍼스 추진위원회는 시흥캠퍼스 협의회가 한달 활동을 마친 뒤 제안된 것으로 시흥캠퍼스 건립에 학생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다. 시흥캠퍼스 협의회는 활동을 마치며 내놓은 입장문을 통해 각종 추진 과정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시흥캠퍼스 건립은 철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입장문 발표에는 교수와 대학본부 대표들이 모두 참여했지만 학부생 대표 2명은 동의하지 않았다.

학생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실제 시흥캠퍼스 반대운동이 다시 전개되기는 힘든 모습이다. 지난해 10월 행정관 점거를 시작으로 대학본부와 상시적으로 충돌하면서 학생들도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특히 점거를 주도적으로 전개했던 학생 12명에 대한 징계와 방학이라는 시점은 학생들의 움직임을 결정적으로 위축시켰다.

그러나 서울대가 여전히 시흥캠퍼스 건립을 강행하면 언제든지 충돌의 여지는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시흥캠퍼스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학생들이 많이 있고 곧 2학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이익을 얻기 위해 서울대의 명성을 이용했다는 시흥캠퍼스의 근본적인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협의회 과정에서 시흥캠퍼스 건립이 제대로 된 재정·운영계획이 없이 추진됐다는 학생들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 것도 서울대로서는 부담이다.

결국 해법은 시흥캠퍼스 건립을 보다 민주적으로 진행하는 데 있다. 서울대 한 교수는 “학생들이 시흥캠퍼스 건립에 반대하고 나선 직접적인 원인은 대학 상업화지만 감정적인 동력은 서울대가 학생 등 학내 구성원을 철저히 무시한다는 데서 오는 분노다. 이걸 해소하는 협의회가 됐어야 했는데 지난 한달간의 협의회 활동을 보면 여전히 서울대는 학생들의 의사를 존중하거나 귀담아 들을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협의회 활동은 그야말로 지난 몇 달간 진행됐던 서울대의 일방통행과 이에 반발하는 학생들의 저항을 압축적으로 드러낸 격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시흥캠퍼스 협의회를 본 학생들이 추진위원회에 선뜻 참여할 수 있겠는가. 또 들러리만 세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클 것이다. 서울대는 우선 징계를 완화하거나 철회해 이런 불신을 해소하고 보다 많은 정보를 공개해 학생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민주적인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