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설립 취지는 지역사회에 훌륭한 인재를 배출하는 것"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서중석 총장은 지난해 8월 1일 대전보건대학 14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서중석 총장 취임 뒤 대전보건대학은 2주기 전문대학 기관평가인증을 획득했고 특성화전문대학육성(SCK)사업 2017년 연차평가 최우수등급에 선정됐다. 서중석 총장은 또 지난 6월에는 대전과 세종지역 5개 전문대학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역 내 대학 간 출혈경쟁이 아닌 상생과 융복합을 강조했다.

지난 1977년 대전보건전문학교로 설립돼 1998년 교명을 대전보건대학으로 바꾼 후 정예 의료 보조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간호사는 물론이고 방사선사, 치기공사 등 의료현장에서 사람을 살리는 의학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인재를 배출해오고 있다.

서중석 총장은 국내 초기 법의학자 중 한 명으로 1991년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25년간 봉직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까지 거치며 국내 법의학 발전을 이끌어왔다. 대학 총장으로 취임해서는 “물음표가 느낌표가 되는 멋진 대학”을 강조하고 있다. 

- 취임 약 1년인데 소감은.

“이제 갓 잠에서 깨어난 기분이다. 국가에 봉사하다가 대학에서 또 다른 봉사를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대학당국과 지역사회에 감사하다. 늘 최선을 다하겠다는 작은 소망과 바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 대학의 설립 취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지역사회에 훌륭한 인재를 배출하는 것이다. 설립자인 이기석 박사께서 환자를 돌보면서 생긴 소액으로 벽돌을 한 장씩 사와 건물을 지으면서 설립된 대학이다. 가난한 사람들과 힘든 사람들을 보듬기 위해 의료행위를 하는 보조자를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는 박애정신으로 대학을 설립했다고 들었다. 그런 사랑의 정신을 실천하는 데 내가 적합한 사람인지 늘 고민한다. 우리 대학이 위치한 곳을 동네에서는 꽃산이라고 하는데 꽃산을 아침에 오르며 꽃에서 나는 향기를 많은 분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 총장께서는 드물게 법의학을 전공했다.

“원래 병리전문이었다. 병리학자로서 대학에서 본과 2학년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이었다. 병리학은 면역병리와 종양병리 등 구체적 전문 분야가 있고 법의학은 병리학의 작은 전공으로 누구도 전공하려 하지 않고 국가고시에 나오지도 않는 상태였다. 법의학 교수로 대학에서 계속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면 남이 하지 않는 법의학을 전공해 더 훌륭한 교수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개인적인 기대에서 출발했다. 국민의 억울한 점과 법의학 발전 등 대의나 공익보다 사익이 우선했던 게 사실이다. 근데 법의학을 전공하다보니 병리보다 더 재밌고 사사받은 스승들의 훌륭한 지도로 새로운 법의학을 길을 가봐야겠다고 다짐했다.”

- 대전보건대학에 과학수사과가 있다. 대전보건대학의 특성화 분야는 어떤가.

“우리 대학은 오래전부터 보건과 의료 쪽 특성화가 확실히 돼 있다. 그 근간에는 설립자 정신에 따라 앎을 온전히 지역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정서가 있다. 최근에도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졸업생과 재학생이 다수 참여한 가운데 지역주민 의료봉사를 했다. 굉장히 호응이 좋았다. 특성화 분야는 총장이 강조하지 않아도 대학당국과 교수들이 잘 어우러져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지금 교육이 4차 산업혁명과 융복합 등 많은 변화를 목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교육 환경에 접목해 교육을 선진화하고 고급 기술을 학생들에게 교육시켜 사회로 진출시킬 것인가에 굉장히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사장을 비롯해 경제적으로 뒷받침해주는 분들과 교수들이 협업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대학의 대응은 어떤지.

“대학이 학생에게 요구해야 할 교육과정은 인간애를 가진 기본 철학이다. 과거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교양과목 다양화와 현대사회에서 요구하는 훌륭한 인재의 기본인 인성에 굉장히 중점을 두고 있다. 무크와 빅데이터 등 여러 기술을 융복합할 수 있지만 결국은 기존 학문에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교육 방향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한 과목을 한 교수가 담당하지 않고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다양한 교수가 참여하는 융복합 강의를 마련했다. 학계에 따르면 의료기술은 5년 정도면 교체가 이뤄진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이를 뒷받침할 의료보조인들도 고정된 틀의 학문을 배워 단순히 시험 보고 면허를 따는 것보다 인성교육과 다양한 학문을 융합할 수 있는 개념을 갖고 교육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면 4차 산업혁명이나 빅데이터 기반 교육이 새로운 일이 아니다. 그런 가능성을 열어주는 게 교육자의 역할이라고 본다.”

- 대전보건대학의 인성·융합 교육은 어떻게 마련돼 있나.

“우리 대학은 음악과 미술, 그리고 2학기부터는 서예도 가르친다. 체육도 있다. 이런 분야를 학생에게 선택권을 줘서 배울 수 있도록 한다. 단순 교양이 아니라 음악 전공한 교수들이 바로크와 로코코 시대의 곡을 가르치고 재즈 음악의 탄생까지 실용적인 면을 부각하면서 인간 뇌의 건강구조에 어떤 작용을 하고, 전두엽을 자극해 델타파를 활성화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해주면 학생들이 음악도 건강이나 보건에 중요한 분야라고 인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이들이 나중에 물리치료나 작업치료 시 예술과 융복합된 치료를 활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굉장히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본다.”

- 대전보건대학은 장애인 직업교육도 하고 있다. 상당히 의미가 있는 교육인데.

“현재 장애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수들이 바리스타 교육과 제빵 교육 등을 하고 있다. 또한 어려서부터 고립된 환경에서 자랐을 장애인 학생들을 위해 함께 야구장이나 대중이 많이 모인 장소로 이동해 사회에 적응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큰 치료나 정책을 발표하는 것보다 내가 갖고 있는 조그만 기술과 학문적인 지식을 지역사회의 어려운 분들과 함께하면서 다 같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대학이 해야 할 일이다. 고등직업기술을 가르치는 전문대학에서는 이런 방향을 설정해 지역사회와 더불어 가는 게 중요하다. 가능하면 지역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면 좋겠다. 조만간 뉴 캠퍼스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인데 지역주민들에게 캠퍼스를 상당히 개방하는 정책이다. 지역주민들과 더불어 사는 그런 분위기로 대학을 운영해볼까 생각하고 있다.”

- 지역사회의 연계가 중요한 만큼 대학 간 연계도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는데.

“이미 대전과 세종지역 전문대학들은 상호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함께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물품 공동구매나 컴퓨터 프로그램 공동구매 등이 그것이다. 그동안 지역사회 내에서 대학 간 불필요한 경쟁이 많았다. 또한 스쿨버스를 공동배차해서 운영하는 아이디어도 있다. 능력 있는 강사 풀도 만들고 더 장기적으로는 대학 간 출혈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특성화 분야 논의도 필요하다고 본다. 강점 분야에 집중 투자를 하면서 다른 분야는 다른 대학과 학점교류를 하거나 아예 학과를 M&A 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 여전히 대학 내에 지역대학을 경쟁 상대로 보는 견해가 있는데 경쟁은 지역사회 대학끼리 할 게 아니라 국내 전체 대학과 경쟁해야 하고, 이제는 외국대학도 있다. 이런 인식에 많은 구성원이 동조해주고 있다.”

- 정부의 대학구조개혁 등 대학정책에 대한 견해는.

“정부정책을 말하기엔 경험이 일천하다. 그러나 한 가지 명확한 것은 대학들이 국가와 사회의 걱정을 모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해결 방법을 정부가 정해놓고 논의하게 하니 문제다. 과거 정부에서 일해본 경험에 비춰보면 정부는 자꾸 뭔가를 강조하고 경계심을 일선에 주려고 한다. 대학들이 이를 평가로 받아들게 되니 그 틀에만 맞춘다. 강조점에 대해 대학들이 고유한 정책을 갖고 접근하면 별 문제 없다. 정부도 대학을 쓰러뜨리려고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정부도 일방적인 정책을 쓰겠다는 입장은 아닌 것 같은데 평가의 취지와 내용 등을 잘 설명해줘야 한다. 단 이런 정책들로 인해 대학 내 문서업무가 폭증한 건 문제다. 교수들이 학문적, 기술적 발전에 시간을 쓰지 못하고 문서작업 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가능한 한 평가를 합치고 단순화해 주길 바란다.”

- 문재인정부에 대한 기대는 어떤가.

“국민 없이 국가가 없지 않나. 대학과 학생이 없이는 교육정책도 없다. 항상 어떤 정책을 마련할 때 대학과 학생들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개인적인 모토이기도 하지만 마음을 아름답게 하면 사람 몸에서 아름다운 향기가 나듯이 정책도 그냥 딱딱한 종이에 쓰인 정책이 아니라 아름다운 향기가 묻어나는 정책이 많이 입안돼 훌륭한 교육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주기 바란다. 가능하다면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해달라. 문재인 대통령을 과거 만나본 경험에 비춰보면 이야기를 많이 경청하고 신속하게 뭘 하기보다 정리해서 정책을 진행하는 편이다. 교육정책을 신속하게 변화하는 것보다 현실을 많이 보고 얘기를 많이 듣고 대학과 학생이 먼저 고려되는 정책을 펴주기를 기대한다.”

<사진=한명섭 기자>

■ 서중석 대전보건대학 총장은…

서중석 대전보건대학 총장은 양정고를 졸업한 뒤 중앙대 의과대학 의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에서 의학석사와 박사를 했다. 1991년부터 2016년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을 지냈고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대전과학수사연구소 소장을,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부장을 지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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