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정부 핵심사업, 文정부서도 '블라인드채용'으로 강조돼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결산이 조만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블라인드 채용을 강조하면서 당초 우려했던 사업 폐지는 피했다는 분석이지만 여전히 축소 가능성은 남아 있다.

환노위는 오는 22일 전체회의를 열고 2016년 고용노동부 결산을 심의한다. 지난해 NCS 예산은 약 246억원이다. 847개 NCS를 고시하면서 사실상 개발은 완료단계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활용과 확산 등은 과제로 남아 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예산으로 전년대비 72.6%가 삭감된 67억원을 배정해 한때 사업 축소 우려도 있었다.

NCS는 박근혜정부가 능력중심사회 전환을 국정과제로 삼으면서 탄력을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청년취업난 해소와 능력중심사회를 강조하며 대선공약으로 NCS 도입과 확산을 줄곧 강조해왔다. 실제 산업현장에서 나타난 직무를 능력단위로 쪼개 직무에 맞는 능력을 배울 수 있도록 한 NCS는 유렵과 호주 등에서 앞서 도입된 제도다. 국내에선 2002년부터 도입이 연구됐으나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2012년 대선을 치른 뒤 박근혜정부의 핵심 교육·노동정책으로 부각됐다.

현재 평가는 엇갈린다. 4년여간 6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입했지만 실제 채용시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비난도 거세게 일었다. 공기업을 중심으로 NCS기반 채용을 확대해왔지만 실제 많은 구직자가 몰리는 일반 사기업은 여전히 NCS를 외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NCS기반 교육을 특성화고와 전문대학을 중심으로 도입하면서 교육현장의 문제도 지적됐다. 이 가운데 특히 전문대학은 거의 전면적인 도입을 강요받아 도입이 필요 없는 분야까지 무리한 NCS기반 교육과정 도입이 이뤄졌다. 국가고시로 자격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간호 분야 등은 NCS개발 유보 분야에 속했지만 대학가에선 NCS기반 교육과정으로 포함하는 등 혼선도 많았다.

전문대학이 더 큰 혼란을 겪은 것은 정부의 무리한 강요 때문이다. 교육기관임에도 NCS기반 교육과정 도입지표를 끌어올리기 위해 전문대학 관련 각종 재정지원사업에 NCS기반 교육과정 도입률을 핵심지표로 삼았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에서 전문대학에 가장 큰 예산을 지원했던 전문대학특성화(SCK)사업도 NCS기반 교육과정 도입률이 핵심지표로 자리해 정량평가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정성평가에서도 당락을 결정지을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했다.

실제 SCK사업 선정평가 위원과 지원대학의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SCK사업 선정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게 NCS기반 교육과정 도입이었다고 말할 정도다. NCS기반 교육과정이 교수들에게 심한 부담을 주는 것도 수차례 지적됐다. 교수학습법보다 NCS를 숙지하고 관련된 문서작업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빼앗긴다는 것이다.

이처럼 NCS를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면서 문재인정부 집권 뒤에는 사업이 없어지거나 축소되는 게 아니냐는 진단이 많았다. 문재인정부가 적폐청산을 강조하면서 전 정부의 색깔 지우기를 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이 중에서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던 NCS 등은 유력한 개편 대상으로 점쳐졌다.

전문대학가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며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고 이에 NCS를 활용할 복안을 밝히자 환영하고 있다. NCS 개발을 도맡았던 산업계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완성된 NCS기반 교육과정 체계를 기업이 수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도 일단 NCS기반 교육과정을 채용시장에 확대할 수 있을지 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앞서도 여당은 NCS가 예산투자가 많이 이뤄져 막무가내로 폐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드러내왔다. 연착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실 관계자는 “잡음이 심했고 여전히 재정투자가 지속돼야 하는 돈 먹는 하마 같은 제도다. 그러나 취지나 필요성에 공감대가 있고 문재인정부 역시 채용시장 개혁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무작정 사업을 없애자고 들수도 없다. 다만 낭비된 예산이나 불투명하게 운영됐던 점들이 있으면 밝혀 차년도 사업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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