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대학구조개혁평가 수정안이 8월 25일 우송대에서 발표됐다.

그간 대학가에서는 대학구조개혁평가의 실행 자체에 대해 반발을 해왔다. 대학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인 평가 잣대를 들이대 대학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수정안이 발표된 현장에서는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교수단체가 구조개혁평가를 즉각 중단하라는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6월 총장들의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기관평가인증 중심으로 자율적 구조개혁을 실시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대학구조개혁평가 ‘보이콧’을 선언한 바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대한 자율과 지원을 확대하겠다던 새 정부가 대학구조개혁평가를 그대로 이어간다는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발표된 수정안을 살펴보면 소득주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문재인정부가 지향하는 가치들이 일부 반영됐다.

전임교원 확보율의 지표 배점을 기존 8점에서 10점으로 올렸다. 전임교원임에도 처우가 열악한 비정년트랙의 최소 보수 수준 기준도 상향했으며 전임교원 연봉이 낮은 대학에 대한 페널티는 일반대 -0.6점에서 -1.5점, 전문대학 -0.5점에서 -0.6점으로 강화했다.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해 시간강사 보수 수준도 지표로 신설했다.

법인에 대한 책무성도 강화됐다. 법인책무성 지표는 일반대에 한해 종전 2단계에서 1단계로 변경하고 배점을 높였다. 지표에는 법인의 전입금 규모, 법정부담금 등이 포함됐다.

다만 대학가에서 간절히 호소해왔던 규모별 평가는 반영되지 않았다.

정원감축이 강제되지 않는 자율개선대학 선정을 수도권/비수도권 구분에서 권역별로 세분화했을 뿐 국‧사립, 지역, 규모 등에 따른 평가리그 분리는 이번 수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학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반재정지원도 대학에서 평가자료로 제출하는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라 교육부가 차등 지원하기로 해, 대학 지원에 대한 주도권과 결정권을 여전히 정부가 쥐려는 모양새다. 중복 논란이 있는 기관평가인증과의 연계 문제도 빠져있다.

대학가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년 2월로 평가 실시가 예정된 점, 이미 편람이 공개됐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는 그대로 진행될 것이 유력하다. 문재인정부가 대학구조개혁평가 진행을 꼭 하겠다면, 그 방향과 결과는 고등교육의 생태계를 건강하게 되돌려놓는 것이어야 한다. 대학의 공공성과 자율성을 제고하고 교육의 질이 담보되며, 구성원이 고통을 떠안지 않는 부실대학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

신임 류장수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은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중단하기는 어렵지만 대학 현안 해결방안을 함께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류 위원장의 말처럼 교육부는 공청회 및 설명회를 통해 형식적인 의견 수렴에 그치지 말고 대학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등교육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겸허하고 엄중히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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