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보조를 맞췄던 대학가가 2학기를 맞아 들썩이고 있다. 한 축은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다른 한 축은 입학금 폐지 정책이다.

마무리된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와 수정된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편람이 발표되자 대학들은 동요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 6월 총회에서 결의한 건의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에 반발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는 실시 이후 평가 방식과 평가 과정에 대해 지적된 문제는 한두 개가 아니었다. 질적 평가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이명박정부의 재정지원제한대학 지정 평가보다는 나아졌다는 평가도 있었으나, 서열화와 지방대학 공동화를 심화시켰다는 비판은 불식시키지 못했다.

단순히 대학 간 유불리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평가가 가져야 할 신뢰도와 공정성에 대한 시비도 불거졌다. △모든 지표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A등급 대학에 대한 기준 번복 △하위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 2단계 평가에서 일부 대학을 상위 그룹으로 올리겠다고 했다가 번복 △불분명했던 부정비리대학 페널티 기준 △D등급을 D+와 D-로 양분해 사실상 6등급제로 변경 △사전에 평가제외 대학을 선정하고도 별도 조치 대학을 다시 선정하는 등 절차상 문제들이 그 예다.

교육부도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후폭풍이 커지자 황우여 당시 부총리가 직접 대학에 서한을 보내 대학구조개혁평가 자료와 평가위원, 절차 등 전반에 대한 사항을 비롯해 평가 결과에 따른 후속조치, 향후 구조개혁 추진방향에 대한 의견을 듣기도 했다.

2주기 평가에 대한 대학들의 의견도 마찬가지다. 교육부는 1주기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결과를 활용하는 데 있어서도 차이가 있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학에 등급을 매기고, 그에 따라 정원 감축이나 폐교를 강제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대학의 자율성을 인정하겠다던 문재인정부가 여전히 이같은 평가를 유지한 데 대해 배신감을 느끼는 대학인들을 탓할 수도 없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도 입학금 폐지 정책에 들고 일어났다. 8일 관련 대학 협의체들은 의견을 모아 교육부에 △국가교육회의 참여 보장 △법령 허용 범위 내 등록금 자율 인상 허용 △대학 재정 확충과 연계한 입학금 폐지 추진 △대학구조개혁평가와 대학인증평가의 이중 평가 방지 방안 마련 △사립대 경상비 지원을 골자로 한 ‘사립 고등교육기관 지원·육성 특례법’ 등을 요구했다.

교육부가 10개 사립대 기획처장들이 참여하는 대학 입학금제도 개선 협의체를 꾸리고 입학금 인하·폐지 정책을 발표한 직후 꾸려진 자리였다. 물론 입학금의 근거가 뚜렷하지 않고 각 대학마다 천차만별이라는 지적에 여론은 차갑다. 대학들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겸허히 들어야 한다. 

그러나 사립대 총장들의 이번 반발을 밥그릇 챙기기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이후 모든 사립대를 적폐 세력처럼 묘사했다. 사립대 총장들은 김상곤 부총리 취임 이후 상견례 자리에서도, 이후 정책 추진 과정에서도 이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고 전했다. 부실비리대학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해야 하지만, 정책 파트너로 삼아야 할 교육 주체들을 외면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인기를 끌 수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정부의 정책 동력에 결코 좋은 영향을 줄 수 없다.

헌법은 대학의 자율성을 명시하고 있다. 국가는 경제 규모에 맞게 대학을 지원하고 학문을 진흥할 책임을 다해야 한다. 정부는 대학 통제의 유혹에 빠지지 말라. 고등교육 80%를 차지하는 사립대를 존중하고, 대학 관련 단체의 목소리를 주의깊게, 그리고 진지한 자세로 다시한번 경청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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