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학분쟁이 끊이지 않던 상지대가 갈등을 벗고 제자리를 찾아감은 의미가 있다. 지난 4월 임시 이사회가 새롭게 구성됐고, 8월 새로운 이사장과 총장 직무대행 체제를 갖췄다. 최근에는 1주기 대학구조개혁 이행 점검에서 추가 심의를 받아 재정지원제한까지 벗어나 정상화 길에 들어서게 됐다.

상지대 정상화에는 정부의 의지가 녹아있다. 비리를 저지른 당사자는 다시 발을 들일 수 없도록 차단하고, 구성원들의 대학을 인정하는 사례다. 새로 구성된 상지대 본부 역시 문재인정부의 공영형 사립대를 목표로 대학 발전 방향의 보폭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이른바 ‘정유라 사태’를 겪은 이화여대는 상지대보다 앞서 주목받았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첫 직선제를 통해 당선된 현 총장은 과거 교수협의회장으로서 학생들과 함께 대학의 파행을 수습하는 데 앞장섰다.

사학은 누군가의 소유가 될 수 없으며 구성원들의 것이라는 메시지가 강력해졌다. 사학 분쟁을 겪고 있는 대학들은 이미 이를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국립대도 거버넌스가 변화해나가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정부 방침에 따라 총장 선출방식을 모두 간선제로 바꿨던 국립대는 직선제로 바꿔나가는 중이다. 달라진 점은 역시 국립대 총장을 뽑는 과정에 직원들과 학생들이 더 많은 지분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직원과 학생, 비정규 교수의 표를 얼마나 인정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견해차가 적지는 않을 것이다. 자기 몫만 챙기자는 것은 아니다. 참여와 공동체 정신의 깨우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느리지만 본디 시끄러운 체제이기 때문에, 토론과 논쟁 끝에는 합의안이 도출될 것이라고 믿는다. 대학의 운명에 주인의식을 가진 이들이 많아질수록 대학은 충분한 견제 하에 적절한 방향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대학 자율성’ 패러다임을 재정립하는 과정이기에 의미가 있다. 학문적으로도 대학 자율성은 ‘기관 자체의 의지’와 ‘의사결정 구조’ 중 어느 쪽에 방점을 찍고 있는지 헷갈린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기 때문이다. 이화여대와 상지대 사례에서 보듯 대학 자율성 개념이 ‘의사결정구조’에 가깝고 공공성을 중시한다면 이는 다른 대학에도 똑같은 원칙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여전히 대학에는 현안이 적지 않다. 특히 폐교냐 인수냐 갈림길에 있는 서남대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많은 사립대에서 대학평의원회가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비정규 교수와 직원들의 처우는 아직 정상화됐다고 보기 어렵다.

이뿐인가. 대학구조개혁평가가 계속되는 이상 각 대학의 정원감축으로 인한 학사구조 개편, 대학 간 통폐합, 폐교 등 대학가의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앞으로 정부와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역할도 아직은 지켜볼 일이다.

대학은 구조상 의사 결정이 느리다는 평을 받곤 한다. 그러나 100년을 두고 세우는 것이 교육 계획일진데 다소 느리다는 것은 아무 결함이 되지 않는다. 교육과 연구 목적으로 모인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주체가 모인 대학은 시간만 충분하다면 신중하게 의견을 모으고 앞으로 나아갈 역량을 갖고 있다.

대학을 변화시키는 것은 강도 높은 ‘평가’나 ‘통제’가 아니라는 것, 공정하고 투명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자율성 보장’이라는 것을 정부와 국회, 모든 대학인은 다시 되새겨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