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1세대이자 성공한 벤처기업가의 가장 대표적인 모델로 국내 모든 벤처인들의 귀감이 되고 있는 정문술 미래산업 사장(63). 거대 벤처기업의 창업주인 그이지만 회사에서 매달 급 여를 받는 '월급쟁이' 사장이다. 그러면서도 회사돈을 사적인 일에는 절대쓰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그는 벤처 인큐베이팅이나 대학투자에 상당한 자금을 투여, 회사 이익을 사회 에 환원하고 있다.

지난 3월에도 정 사장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벤처기업의 인재양성과 정보통신 기술 개발의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거액을 출연했다.

"우리나라에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가진 인재가 많지만 이들 대부분이 덧없이 시들고 맙니다. 이는 무형의 가치를 인정하고 환경을 조성해 주는 사회적 안목이 부족하기 때문 이지요."

그래서 정 사장은 오래 전부터 벤처 후진을 양성하는 일에 발 벗고 나섰다. 하지만 그는 근 래 들어 전국을 휘몰아치고 있는 벤처창업 열기가 왠지 마땅치가 않다.

"대학생들이 괜찮은 소프트웨어 하나 개발했다 싶으면 곧바로 창업부터 서두릅니다. 그리곤창업을 하자마자 '눈먼 돈'을 쫓느라 혈안이 되지요. 하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 니다. 망하고 나서 환경을 탓하지 말고 스스로 버틸 수 있는 자신감과 여건을 마련한 후에 창업을 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그는 우리나라 벤처업계의 대부가 되겠다는 포부를 조심스럽게 밝혔다. 가능성 있는 벤처기 업을 힘이 다할 때까지 키워보는 게 꿈이란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모델로 한 벤처육성방안은 실효성이 없습니다. 그곳과 우리는 근본적 으로 토양이 다릅니다. 한마디로 척박하기 그지없어요."

우리나라와 같은 여건에서는 인적·물적 자원이 풍부한 기성업체들이 벤처 육성의 중책을 떠맡아야 한다는 게 정 사장의 생각이다.

"각 기업들이 독창적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을 발굴, 경영훈련을 시키고 창업을 위한 각종지원을 한 다음 궁극적으로 이들을 분리·독립시켜 주는 것이 '한국적인' 벤처육성책이라고 봅니다." 그가 벤처 인큐베이팅에 남다른 열의를 보여왔던 이면에는 이같은 소신이 깔려 있었다.

좀처럼 감투 쓰기를 싫어하는 그이지만 최근 큰 맘 먹고 '벤처리더스클럽'의 회장직을 맡았 다. 올바른 벤처문화를 정립하는 일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는 판단에서 였다.

"벤처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이 필요합니다. 벤처의 성공신화를 질시하는 시람이 많은데 벤처인들이 겪었던 수많은 좌절과 죽음을 각오한 경영활동 등이 제대로 조명돼야만 바람직한벤처문화 정립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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