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윤솔지 기자] 많은 이들이 대학교육의 ‘혁명’에 대해 말한다. 지금껏 가고 있던 길이 잘못됐으니 다른 방향으로 과감히 틀자고 한다. 그러나 한 고등교육정책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교수는 “주어진 시간 내 고등교육을 혁명에 가깝게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단언했다.

말 그대로 어려운 일이다. 때마다 열리는 학회나 토론회에서는 고등교육 혁신에 대한 제언이 쏟아진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 현장에는 해결되지 못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구성원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기득권 싸움, 정권의 기조에 따라 요동치는 교육정책는 문제를 더욱 엉키게 한다.

지난 22일 정책학회 토론회가 열리던 시각, 전남대에서는 구조개혁 2주기 평가 의견수렴이 진행되고 있었다. 발제가 끝나자 패널들은 자연스럽게 너도나도 평가에 대한 이야기로 열을 올렸다. 구조개혁평가는 교육의 비전과 철학이 부재한 채 진행되고 있다며 누군가 목소리를 높이자 숙연하던 장내는 터져 나온 박수갈채로 가득 찼다.

이처럼 산적한 문제들 가운데서도 대학들은 2주기 평가를 바라보며 마음이 급하다. 당장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기 때문이다. 구조개혁평가야말로 대학교육의 나쁜 혁명이다. 빠른 시간에 대학의 정체성이 훼손되고 있다. 일률적인 줄 세우기 평가에 대학들은 교육의 질 제고보다는 지표 맞추기에만 급급하다. 개별 몸집과 특성을 무시한 평가 기준은 대학을 병들게 한다.

교육 목적을 상실한 일반대는 취업사관학교로 전락했다. 전문대, 산업대 또한 고유 영역을 잃어가고 있다. 지표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고 방황하는 대학들은 교육의 자율성마저 상실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우선 평가의 목적부터 제대로 정립하자. 단순히 죽은 살 도려내기가 아닌 도려낸 곳에 새살이 돋게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지금 평가로 인해 대학교육의 산적한 문제가 해결되고 교육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1주기 평가로 인해 훼손된 대학의 정체성을 복원시켜야 한다. 2주기에는 충분한 의견수렴과 합의 끝에 최선의 평가 기준이 나와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시간을 가지고 대학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평가자의 일방적 ‘갑질’은 지양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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