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뒤 첫 국정감사로, 교육계의 현안이 쌓여있었지만 대부분은 지난 정부의 국정 역사교과서 진상조사에 쏠렸다.

지난해 국정감사도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 여부를 두고 파행으로 치달았지만 올해도 공수만 바뀌었을 뿐 마찬가지여서 흡사 데자뷔(Deja Vu)를 보는 듯하다. 교육부와 산하기관에 대한 국정 전반에 대한 감사를 국정 역사교과서 진상조사에 대한 논란에 할당했다는 것은 결국 ‘정치 싸움’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교육이 안정돼 있다면 국정 교과서를 둘러싼 정쟁은 ‘적폐청산’ 또는 ‘정치보복’ 차원에서 유의미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결코 한가하지 않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서울과 세종 등 각 정부청사 정문 앞, 여의도 국회의사당대로에는 생존권을 부르짖으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많은 단체의 현수막을 볼 수 있다.

물론 이는 과거 정권에서 누적된 문제들이다. 다만 이들이 거리에 나온 이유는 ‘이번 정부에서 해결되지 않으면 영영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절박함에 기인한다. 그 중에는 대학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단체들도 여러 곳이다. 실제 국정감사가 시작된 12일 교육부 청사 앞에는 비 내리는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서남대 폐교 반대, 대학 강사 문제, 사학비리, 국립대 총장 장기공석 문제, 대학구조개혁평가 부작용 등을 해결해 달라는 단체들이 몰렸다.

그러나 막상 국감장에서는 지난 국정 역사교과서 의견수렴 과정에서 찬성측이 조작했다, 반대측도 조작했다 공방을 치르다 정작 절박한 이슈는 전혀 다루지 못했다. 국정감사가 파행된 뒤 각 정당에서 입장문을 발표했지만 제대로 바로 잡기는커녕 정치적 이합이 오간다는 인상만 풍겼을 뿐이다.

교문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남은 국정감사에서라도 교육계 현안들을 심층 진단하고 제대로 된 질의를 해 주기를 바란다. 교육부 역시 책임 있게 답변해주기를 촉구한다.

첫 국정감사에서 대학 역시 정권이 바뀌었다는 것을 체감했을 것이다. 일부 사립대 비리 당사자를 증인으로 소환하고 구성원들의 증언이 국감장에서 나온 것은 뼈아프지만 마주해야 할 단면이기도 하다.

장기간 대학운영을 독점하는 동안 친인척을 대학운영에 투입하면서 비리를 저지른 사립대 총장, 조직적으로 부정입학을 도모한 사립대 모습은 국민과 대다수 건전한 사학 관계자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사립대 운영진의 비리 하나하나가, 대학 교수들의 비상식적인 행위와 범죄 행위들이 모여 대학에 대한 거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만들고 모두를 깊은 바다 아래로 사장(死藏)시킨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각성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부정과 비리를 떨치고, 민주적인 학내 거버넌스를 확립하려는 대학의 노력을 기울이고 또 그러한 모습을 널리 알려야 한다. 입학금 폐지, 사학혁신위원회 TF 발족 등 최근의 이슈는 ‘우리 대학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과 견제장치를 껄끄러워 하는 학내 분위기, 어쩌면 대학에 대한 무한한 소유의식이 수십 년 간 쌓이면서 촉발됐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대학 스스로 견제하고 절제하면서도 경쟁력을 키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능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 정부 등의 조치에만 따라 움직일 수 있다는 굴욕을 당할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자율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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