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천재지변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일주일 연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포항에서 일어난 5.4 규모의 지진은 수능시험 전날인 15일부터 3일째 여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진앙과 가까웠던 한동대도 건물 외벽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등의 피해를 입었고, 근방의 대학은 물론 초·중·고교에서도 물리적 피해가 발생했다.

이처럼 지역의 피해가 일어난 직후 교육부는 예정대로 수능시험을 치르겠다고 발표했고 그로 인해 ‘안전불감증’이라는 비판이 일어났다.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다 여진으로 진동을 느끼더라도 밖으로 대피할 수 없다는 매뉴얼은 수능시험이 상징하는 ‘공정성’에 흠집을 내기 충분했다.

따라서 다소 늦었지만 지진 발생 6시간 만에 수능 연기를 결정한 것은 결과적으로 잘한 일이다. 더 이상 학생들을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 소수의 불이익을 감수하기보다는 다수가 배려한다는 인식이 전 국민은 물론 학생들에게도 각인될 것이다.

이번 결정에 대학들도 한마음으로 동참했다. 수능 연기 결정 직후에는 각 대학이 일정을 연기하면서 겪는 시간과 비용, 노동력이 들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대학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를 중심으로 뭉쳐 수시모집 전형일을 일주일씩 늦추기로 했다. 약 24시간 안에 한뜻으로 결정한 것이다.

남은 과제는 대입전형이 향후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수시모집 논술과 적성, 면접고사가 일주일씩 미뤄지고, 수시 합격자 발표도 미뤄진다. 그만큼 평가 일정이 빠듯하기 때문에 대학의 입시 관계자들은 곳곳에서 업무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유례없는 비상상황인 만큼 각 협의체는 대입전형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대한 신속하게 파악하고, 정부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대학별 수시모집 전형에 응시하는 포항지역 고교 수험생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다소 품이 들겠지만 예정대로 대학별 고사에 응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들이 자연재해로 인해 겪게 되는 교통, 숙박 등 어려움이 있다면 대학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장애요인을 제거하는 것도 사회적 책임 중 하나라 할 것이다.

지진이 완전히 멈추지 않은 만큼 2차 피해에 대한 대비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특히 포항지역에 위치한 대학들도 후속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동대를 비롯해 포스텍, 선린대학교와 포항대학교는 주말까지 휴강하고 복구작업과 안전점검에 나섰다.

그러나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으며, 남은 2학기 학사운영이 완전히 정상화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주일씩 연기된 대입전형에 몰두해 대비하기도 쉽지 않다. 최악의 경우 내년도 상반기에 예정된 각종 대학 평가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재난상황의 지역 대학이 고립되거나 입시에서 불이익을 감당하지 않도록 대학 사회와 정부, 지역 모두 각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국토가 더 이상 지진에 안전하지 않은 만큼, 각종 재난 상황에 대학 캠퍼스가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내진설계가 되지 않은 건물, 노후화된 건물, 충격에 취약한 외벽, 실험실 안전 등 사각지대가 없도록 안전점검을 하는 것이 먼저다. 재난상황에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을 충분히 마련하고, 교직원과 학생들 모두 차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실천형 안전교육을 수시로 실시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유비무환, 안전을 재점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