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2018학년도 정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가 열리면서 본격적인 정시 지원 일정이 시작됐다. 이맘때쯤이면 지상에는 입시 관련 기사가 단골손님처럼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풍경도 거의 매년 판박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나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나 수능출제위원장의 브리핑이 으레 진행된다. 해마다 약간씩 상이하나 “그간의 출제기조를 유지했다”거나 “난이도 조절에 고심했다” 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수능·물수능’과 같은 난이도 논란은 한 해도 빠짐없이 제기된다. 올해처럼 어려웠다는 분석이 많았지만 실제 채점 결과는 쉽게 나온 사례도 있다. 전문가들의 예측과 분석이 통하지 않는 ‘고무줄 난이도’다. 예측하기 어려운 시험에 학생들은 예상과 다른 등급과 점수를 받고는 갈팡질팡한다. 여기에 대학마다 다른 변환점수까지 계산해야 해 정시 지원기간 내내 사설학원의 배치표를 손에서 놓지 못한 채 설명회장을 찾아다닌다.

시야를 넓혀 수시전형으로 옮겨가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건 마찬가지다. 학생부종합전형을 놓고 ‘깜깜이전형’ ‘금수저전형’이라며 비판하는 쪽과 교실교육이 살아났다며 옹호하는 쪽이 늘 부딪힌다. 사교육 유발의 주범이라며 공격받은 논술전형과 특기자전형, 시대에 뒤처진다는 적성전형, 내신은 믿을 수 없다는 학생부교과전형 등 각 전형에 대해 하나하나 비판이 잇따른다. 신입생 선발은 대학의 자율성이라는 얘기도 해마다 이 시기에 들리는 목소리다.

같은 시기, 같은 비판이 십수년째 이어져왔지만 올해도 달라진 것은 딱히 없다. 그간 대입정책은 수도 없이 바뀌어왔지만 정작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정책은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지난 12일 열린 제1차 대입정책포럼은 이러한 단면이 여실히 드러났다. 수능을 절대평가로 하느냐 상대평가로 하느냐는 설전부터 교과목을 공통과목만 할지 선택과목까지 할지 갑론을박이 오갔다. 경쟁 위주의 현 교육체제에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대입은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도 맞섰다. 명칭만 ‘제1차 대입정책포럼’이었을 뿐 올 여름 지리멸렬하게 진행됐던 2021 수능개편안 공청회와 다를 바가 없었다.

입시는 주체별로 입장이 매우 첨예하다. 대입을 준비해야 하는 학생·학부모와 대입을 설계해야 하는 전문가 간 시각 차이가 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개혁’에 중점을 둔 학자와 ‘안정’에 가치를 두는 학자가 갈린다. 워낙 의견이 양분된 탓에 교육과정과 시험내용이 다른 촌극까지 발생했다.

올여름부터 진행됐던 각종 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통해 이미 누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다들 알고 있다. 이제는 의견 청취 단계에서 벗어나 의견취합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1년 연기된 대입제도 개편안 발표가 8개월 남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넉넉한 시간은 아니다.

마침 지난 13일 우리나라 교육정책을 논의하는 국가교육회의가 출범했다. 교수ㆍ교사ㆍ시민단체ㆍ학부모 등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대입정책포럼도 1차 진행 후 세 번 더 남아 있다. 새해가 밝으면 대입제도를 두고 본격적인 논의가 이어질 것이다. 각 회의체와 당국은 이제 중지를 모으는 데 힘써야 한다. 각자의 주장을 밝히는데 그치지 말고 우리 아이들에게 참다운 교육을 가르칠 방안과 도구에 대해 결론을 만들어 가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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