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부총리 “부당한 공권력에 희생된 고인은 열사”

 

▲ 중앙대 행정학과 68학번인 고 백남기 농민이 16일 중앙대로부터 명예학사학위를 받았다. 고인의 장녀 백도라지씨(오른쪽)가 김창수 중앙대 총장에게 명예졸업장을 받았다.(사진=중앙문화)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이 땅의 민주주의와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평생을 불의에 맞서고 싸웠던 백남기 선생은 부당한 공권력에 의해 안타깝게 희생되고 말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저는 고인을 백남기 농민 열사로 불러 드리고자 한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6일 중앙대에서 열린 고(故) 백남기 농민 명예졸업식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1980년 민주화 운동을 이끌다 제적당한 행정학과 68학번 학생이 37년만에 졸업장을 받았다. 

중앙대가 16일 고 백남기 농민의 명예졸업식을 열고 명예 행정학 학사 학위와 공로패를 수여했다. 이날 수여식에는 김상곤 부총리, 중앙대 동문인 노웅래,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참여연대, 가톨릭농민회,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을 포함해 교수, 학생 100여 명이 함께 했다.

김창수 중앙대 총장은 이날 축사에서 “백남기 동문은 떠나기 직전까지 중앙대의 정신인 의와 참의 교훈을 몸소 실천한 분”이라며 “총장이기 이전에 중앙대 동문의 한 사람으로서 고인을 의와 참의 정신을 늘 실천한 중앙인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투옥과 제적의 고통을 당한 여러 동문들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모교 구성원들을 대표해 진심 어린 사과의 말을 드린다”고 밝혔다.

▲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백남기 농민을 열사로 추켜세우며 유가족에게 애도와 축하의 뜻을 전했다. 김상곤 부총리가 16일 중앙대에서 열린 고 백남기 농민 명예졸업식에서 축사를 낭독했다.(사진=중앙문화)

김 부총리도 “우리나라의 현실은 고인으로 하여금 민주화에 대한 희생의 길을 요구했고, 고인은 대학 입학 이후부터 마지막 가는 날까지 한 평생 동안 자기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애도했다.

또 부총리는 “고인의 정의로운 희생은 촛불 혁명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문재인정부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고인의 뜻을 받들어 부당하고 억울함이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것이 적폐 청산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축사에 이어 고인의 약력 소개가 이어졌다. 연단에 선 고인의 친구이자 민주화 운동 동지인 중앙대 동문 이명준씨(신문방송학과 69)는 “촛불 혁명의 출발을 백남기가 이뤘고, 평화 정치를 이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민주 열사를 기리는 중앙대 내 의혈탑에 동상을 세우자고 제안해 청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명예졸업장과 공로패 수여가 이어졌다. 중앙대는 고인의 장녀 백도라지씨에게 명예 졸업장과 공로패를 수여하며 “법과대학 행정학과에 재학했던 자로서 우리나라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으며 사회적으로서 농민 보호에 크게 기여한 공로가 인정된다”고 백씨를 높이 평가했다.

백도라지씨는 “아버지는 계엄군에 끌려간 이후 영원히 학교로 돌아오지 못했지만, 제게 늘상 학교 이야기를 해 줬다. 학교를 좋아했던 것 같다”며 “자식으로서 아버지가 계시지 않으니 입학한지 49년만에 졸업장을 받는 기분을 물어볼 수 없다. 하늘에서 기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감사를 표했다.

▲ 고 백남기 농민의 장녀 백도라지씨가 졸업식을 준비한 중앙대와 민주동문회, 시민사회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사진=중앙문화)

백씨는 1968년 이 대학 행정학과에 입학, 1971년 위수령에 항의해 처음 제적됐다. 이후 복학했다가 유신헌법이 공포되자 저항 운동에 나서 1975년 두 번째로 제적됐다. 1980년 복학해 부총학생회장으로서 학생들을 이끌고 한강을 건너는 등 ‘서울의 봄’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다 신군부 계엄군에 체포, 퇴학당해 학교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후 고향인 전남 보성으로 귀향, 가톨릭농민회 소속으로 농촌 살리기 운동에 전념했다. 지난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317일 동안 깨어나지 못하다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생을 마감했다. 정부는 백씨가 숨진 지 1년만인 지난 9월 19일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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