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영 고려대 연구교수(독어독문학과 독일어권문화연구소)

악기에 피아노뿐만 아니라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및 기타 등의 다른 현악기를 빼놓을 수 없다. 피아노 제작자를 양성하는 ‘오스카 바클러 학교’가 있다면, 현악기 제작자를 양성하는 곳은 과연 어디가 있을까.

현악기 제작자를 양성하는 학교는 피아노 제작 양성학교가 유일하게 오스카 바클러 학교인 것과 달리 독일 내 몇 군데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국립 악기제작 직업전문학교인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에 위치한 ‘미텐발트 악기제작학교(Staatliche Berufsfachschule für Musikinstrumentenbau, Mittenwald)’를 소개한다. 이 학교는 전일제 직업전문학교(Berufsfachschule)로서 피아노를 제외한 현악기 및 탄주악기, 목관 및 금관악기 등 총 네 분야의 악기를 제작하는 학과로 구성돼 있다. 과별로 현대악기는 물론 고전악기들에 대한 전반적 제작 작업의 숙련도를 높이는 데 그 목표를 두고 그에 따른 수리 및 보수 복원을 교육하고 있다. 그 이유는 특히 현악기의 경우 새로 만들어지는 악기에 비해 과거에 만들어졌던 명(名)악기에 대한 복원작업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수리 및 보수 복원에 큰 비중을 두고 교육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학교의 모든 수업과정은 독일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입학생은 충분한 독일어 능력이 요구된다. 만약 독일인이 아닌 외국인이 입학을 지원할 경우에 독일문화원의 ‘어학증명서 B2’ 자격증을 제출해야 한다.

▲ 사진=미텔발트 악기제작학교 홈페이지

■이론 교육·현장 실무 실습 병행 = 바이올린·비올라·첼로·콘트라베이스 등의 현악기 제작과는 3년 반 동안 교육이 이루어지며 기타와 같은 탄주악기, 목관 및 금관 악기 제작과는 3년 동안 진행된다. 앞서 피아노 제작자 양성 기관으로 소개했던 오스카 바클러 학교와 같이 이 학교 또한 전통적인 직업 이원화 교육기관으로서 학교에서 이론교육과 현장에서 장인의 지도하에 실무실습을 병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악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함께 새로운 악기 제작 능력 및 수리, 보수 및 복원 능력을 함양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탄주악기·목관악기·금관악기 제작과의 교육은 졸업시험으로 미텐발트 악기제작학교에서의 이론적인 졸업 시험과 수공업 회의소의 실습시험인 숙련공 시험을 합격해야 취득할 수 있다.

현악기 제작과의 경우 중간평가를 거쳐 3년 6개월 동안 교육과정을 마치면 바이에른 주의 기능공시험 증명에 해당하는 졸업증명서를 발급받게 된다. 현악기 제작과의 졸업증명서는 기능공시험의 합격 증명을 자동으로 포함하고 있다. 졸업 후에는 각 악기 제작 공방이나 산업체에서 다른 장인 및 제작자들과 함께 일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독립하여 개인 악기 제작자로서 활동하기도 한다.

피아노 제작자와 마찬가지로 졸업 후에 악기 기술자로 근무하면서 장인이 되기 위한 교육과정 시험을 준비할 수 있다. 고등직업교육에 해당되는 장인교육은 독일전역에 존재하는 악기제작협회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독일전역에는 16개 주별로 악기제작자조합(Musikinstrumentbauer-Innung)이 존재하는데, 함부르크/슐레스비히-홀슈타인, 브레멘, 베를린/브란덴부르크/작센-안할트, 메클렌부르크-포어폼메른, 뮌스터, 데트몰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남부, 헤센, 튀링엔, 라인지역 중부, 바이에른 북부, 바덴뷔르템베르크, 에어랑엔 등지에 각각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별 협회 가운데 가령 바이에른 북부에는 악기제작협회로 뉘른베르크 지역수공업협회(Kreishandwerkerschaft Nürnberg)가 있다. 뉘른베르크 지역수공업협회에는 악기제조업체로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수공업제작공방 또는 산업체들이 가입돼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이들 수공업제작공방들은 악기 제조 및 악기의 수리공으로 활동하는데 이 조합에 회원 자격은 처음부터 견습생으로서 이 분야의 직업교육을 받고 직인(숙련공)으로서 경험과 경력을 쌓은 후 수공업 장인시험을 완료해야 한다. 수공업협회는 악기제조에 관한 직업교육의 실습 책임을 맡고 있으며 중간평가 및 졸업시험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다.

■4년제 대학 학사 학위 취득 가능 = 수공업협회에서 실시하는 마이스터슐레, 즉 장인교육 외에 고등교육으로서 현악기 및 탄주악기 제작자교육으로는 4년제 일반 단과대학에 진학해 악기 제작 분야의 학사 학위를 취득할 수도 있다. 이 학교가 바로 독일 동부 작센의 츠비카우에 소재하는 ‘서작센 츠비카우대학교(Westsächsische Hochschule Zwicaku)’로 현악기 제작자 양성기관으로 잘 알려져 있다.

피아노, 쳄발로, 오르간, 금관 및 목관 악기 제작자 양성과정이 오스카-바클러 학교에 설치돼 있다면, 바이올린·비올라·첼로·콘트라베이스·기타 등의 모든 현악기 제작자 양성과정은 이 츠비카우대학교에서 집중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오스카-바클러 학교가 직업 전문 양성 학교인 점과 달리, 이곳 현악기 제작자 양성과정은 단과 대학 내에 설치돼 있다.

이 학교에는 약 4700 명의 학생들이 약 50 개의 학위 과정이 있는 8개 학부에 등록돼 있다. 그 학부가운데 응용예술 슈네베르그학부(Fakultät Angewandte Kunst Schneeberg)내에 학사과정으로 바이올린 제작자과정, 현악기제작과정, 목관악기제작과정, 금관악기제작과정 등으로 구분된다.

▲ 미텐발트 악기제작학교 도서관

세부적으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과 같은 현악기 제작자를 양성하는 학과와 기타와 같은 종류의 현악기 제작자를 양성하는 학과가 각각 설치돼 있으며, 교육기간은 일반 대학 학사과정과 동일하게 4년, 즉 8학기 동안 진행된다. 악기제작(Musikinstrumentenbau)과정은 8 학기의 정규 학위과정이며 "예술학사" 학위로 졸업한다. 입학시험은 1년에 한 번 실시되며 입학시험에서는 별도의 시험을 치르게 되는데, 현악기 제작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과 실습에 대한 시험을 거쳐서 통과된 자에 한해 입학 자격을 부여한다. 겨울학기인 10월에 개강한다.

악기제작 학사과정은 예술적으로 디자인된 고품질 악기를 디자인하고 제작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전달하고 있다. 포괄적인 음악학적, 과학적, 예술적 및 역사적인 지식과 방법을 토대로 학생이 현대적이고 역사적인 악기 제작 분야에서 창조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히 학문적이고 이론적인 기초를 쌓아가는데 있어서 무엇보다 복잡한 문화적, 철학적, 역사적, 사회적 현상을 이해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반영해 자신의 창작을 위해 결실을 맺기 위한 능력을 개발하는 능력을 교육하고 있다. 이 외에 예술과 디자인역사에 대한 공부와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수공업장인의 전통적인 실습교육은 현대 과학교육의 방법을 이용해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학사학위 졸업 후 연결되는 석사과정으로는 ‘악기제작의 음향 및 기술 석사과정(Akustik und Technologie des Musikinstrumentenbaus ;M.Eng.)’이라는 전문적인 석사과정으로 진학할 수 있다. 이 학위과정은 전일제 수업으로 실시되고 이 ‘악기 제작의 음향 및 기술과정’은 2학기의 학업기간이 걸리며 졸업하면 "공학 석사" 학위를 받는다.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체계적인 직업 이원화 교육과정을 통하여 악기 제작자 및 장인이 배출돼 독일 음악의 오랜 전통이 이어져가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악기 제작자의 길을 가기 위해 독일 유학길에 오르는 한국인도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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