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영 고려대 독일어권문화연구소 연구교수

독일에서 와인양조자(Winzer)라는 직업은 와인과 관련된 전 분야에 정통해야 하는데, 정원사로서, 식물학자로서, 물리학 및 화학적 지식과 경영학적 지식을 갖추고 또 세법도 알아야 한다. 독일에서 와인 제조는 예로부터 특별한 수공업으로 여겨져 왔으며 오늘날 이 직업분야는 학문분야로 인정받아 ‘양조학 (Oenologie)’이라고 불린다. 그렇다면 와인에 관련된 여러 분야에 능통한 이런 전문가는 어떻게 양성되는 것일까?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그(Baden-Württemberg) 주 바인스베르크(Weinsberg)에 150년 전통의 와인양조학교인 ‘바인스베르그 국립 와인 및 과실재배 실험학교(Die Staatliche Lehr- und Versuchsanstalt für Wein- und Obstbau Weinsberg·LVWO, 이하 ‘바인스베르 국립와인학교’)를 주목하고자 한다. 이 학교에서는 이론과 실제 모두를 폭넓게 교육하는 마이스터(Meister) 제도로 잘 알려진 독일식 교육제도를 통해 와인 양조자가 양성되고 있다.

바인스베르그 국립와인재배학교

1868년 왕립 와인학교로 건립된 바인스베르 국립 와인학교(LVWO)는 독일의 가장 오래된 포도 및 과실재배 학교로 유명하다. 이 와인학교의 창설자는 임마누엘 돈펠드(Immanuel Dornfeld, 1796~1869)로 지금의 ‘돈펠더(Donfelder) 포도품종’의 창시자다. 바덴 뷔르템베르그 지역에서 생산된 모든 와인들은 이 와인학교에서 운영하는 실험실로 보내져서 시장에 판매되기 전에 상품성을 감별받아 검증된 와인만이 판매된다. 이러한 감별을 통해 등급이 낮은 식사용 ‘타펠와인(Tafelwein)’과 등급 품질와인인 ‘크발리테츠와인(Qualitätswein)’으로 구분된다. 또한 이 학교 안에는 와인의 품종을 개발하는 산하 연구기관도 있는데 이곳에서 30년 이상의 실험용 품종의 상품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 낸 품종이 실제로 독일 전역에서 토착와인으로 자리 잡아 각광을 받고 있다.

현재 이 학교의 이름은 1952년 11월 4일에 정해졌고 학교에서 행해지는 수업과목과 훈련과정·교육은 여러 과정이 있다. 이 가운데 ‘국가인증 포도재배 및 창고기술자와 과실재배와 과실판매기술자’ 4학기 과정, ‘와인양조자를 위한 국가인증 경영자’ 3학기과정, ‘와인셀러 수공업자를 위한 연방기술반의 장인과정(10주간)’이 있고, ‘포도양조에 관한 장인시험을 위한 준비과정(여러 주간)’이 있다. 그 외에도 도제와 직업훈련생을 위한 계속교육이 있고, 인근 하일브론 대학교에서 와인경영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포도재배 및 와인양조, 실험, 판매 등 실무로 이어지는 6개월간의 실습교육훈련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직업군에 속해 있는 지역 농민들을 대상으로 바뀌는 유럽연합(EU) 와인법 및 와인생산에 중요한 테마를 가지고 규칙적으로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와 같은 훈련 및 교육을 받기 위해 학생들 외에 많은 개별방문자들과 단체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으며 그 수는 연간 3500 명 정도에 이른다.

여기에서 구체적으로 이 학교에서 개설된 5가지 분야의 장인 및 기술자 훈련과정을 알아보자.

a. 국가인증 포도재배 및 와인양조 기술자 과정
b. 국가인증 과실재배와 과실개량 경영자 과정과 과실분야의 재배 마이스터 준비과정
c. 국가인증 포도재배 및 와인양조 경영자 과정 및 양조 마이스터 훈련 준비과정
d. 국가인증 화주양조 전문가 과정
e. 와인셀러 장인이 되기 위한 전문학교 준비과정

이 중에서 첫 번째 ‘국가인증 포도재배 및 와인양조 기술자’ 과정의 학습목표는 이 분야의 목적에 맞는 실질적인 전문가(장인·Meister)를 양성하는 것이다. 졸업생들은 자영업자로서 자신의 와이너리를 이끌어가는 것뿐 아니라 포도재배, 와인셀러, 와인전문판매 분야에서 지도적인 위치에 설 수 있도록 실력을 갖춰야 한다.

학습기간은 2년이다. 매년 2번의 학기가 있고 학기 말에 시험기간이 있다. 수업은 9월 첫째 주에 시작하고 7월 마지막 주에 끝난다.

입학조건은 농업분야 및 와인관련 직업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졸업 후 최소 1년의 직업 활동을 증명해야 한다.

특히 학습 내용에 있어서 1868년부터 이 학교에서 실시되는 학습의 중심과제는 포도재배와 창고관리 및 기업경영이다. 여기에 마케팅과 생태학 관련 특별 과목들이 추가된다. 수업은 실제 연습과 세미나, 현장탐방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이뤄진다. 특히 학생들에게 실제 와이너리에서 필요한 실습과 연관된 실험과제들을 시킴으로써 학생들이 졸업 후의 직업 활동을 하는 데 중요한 지식을 얻게 된다. 이는 독일식 마이스터 교육의 핵심으로 이론과 실제를 모두 중요시하는 교육적 전통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이 학교 교수의 주요 전공과 자격으로는 경영 및 마케팅 전공, 와인창고·셀러마이스터 교육과정에서는 셀러마이스터가, 소믈리에 수업에 있어서는 화학전공의 교수·교사 등 이론과 실제 분야에서 총 50명이 넘는 교사들이 이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학교의 명성과 이 와인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독일 사회에서 어떠한 인정을 받으며, 어떤 위치를 얻고 있을까?

대표적인 성과는 단연 이 학교의 학생들이 학교에서 얻은 포도재배와 창고경영에 관한 풍부한 지식이다. 이를 증명하는 학습과정으로 졸업시험을 들 수 있는데, 졸업시험은 학생들이 수확해서 직접 만든 와인과 와인식초를 그들이 발효진행과정을 거친 후, 소믈리에(시음과정) 테스트를 하고 나서 이것을 제시하는 것이다.

또한 이 학교의 수업 가운데 포도재배에 관한 수업뿐 아니라 성공적인 창고경영 관리는 와인의 질을 좌우해 왔다. 그래서 국가적으로 인정받은 바인스베르의 와인 및 과일기술자는 실제현장에서 탄탄한 위치를 얻고 있다. 이 국립 와인재배학교(LVWO)의 졸업생들은 실제 장인 (Meister)들로 활동하거나 전문가로서 동등한 위치에서 일하고 있다.

독일 연방 수준으로나 지역적인 수준을 볼 때, 이 학교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많은 상을 수상해 왔다. 2000년대에도 계속해서 이 학교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우수한 상품으로 표시되었다. 2007년에는 유럽 5개국(독일·오스트리아·이태리·스위스·프랑스) 와인 중 최고의 레드와인을 선발하는 ‘피노누아컵 (Pinot noir cup)’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일브론 대학교

이 학교와 연계된 인근 고등직업교육대학으로 하일브론 대학교(Heilbronn University)의 와인경영학과 (Weinbetriebwirtschaft·WB)가 있다. 이 학과는 학사과정에서 2016년에 와인경영학과에서 국제와인경영학과(Internationales Weinmanagement·UWM)로 학과명을 변경했다. 그래서 이 학교의 장점으로는 직업교육과 고등교육을 연계하고 실습을 중시하며 실습에 기반한 수업과 프로젝트, 독일 및 해외 탐방의 기회를 가지며, 졸업할 경우 와인양조자와 와인경영자라는 두 개의 자격을 얻는다. 학과이론과 실습이 연계돼 국제적인 와인시장에서 전문자격을 인정받도록 하고 있다. 하일브론 대학교의 학생들은 와인화학 , 시음과정, 미생물학 등의 실습수업을 듣기 위해 바인스베르 와인학교를 다니게 된다.

학기별 교육과정에서 수업은 모듈로 구성되고 영어와 독일어로 진행되며 7학기의 학사과정으로 유럽학점교류제도(ECTS) 210LP가 요구된다. 7학기 과정 중에서 1·2학기는 기초학기(Grundstudium)로 3학기부터 7학기까지는 전공학기(Hauptstudium)로 구성된다. 1·2학기에는 경영학 일반, 와인경영과 와인, 시음과정 입문, 외국어 등을 배운다. 3·4학기에는 주로 선택과목으로 와인거래 및 경영, 상품제조 및 경영 등을 배우며, 와인마케팅과 관련 사례 등을 중점적으로 배운다. 5학기에는 와인시장에서의 실습학기를 보내고, 6·7학기에는 조세법, 국제와인법, 학사논문작성 등을 주요내용으로 한다. 졸업은 이 과정을 다 마치고 학사논문을 제출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각 나라의 와인제조에는 전통과 그 나라만의 독특한 문화가 기저를 형성하며 이러한 와인 기술자를 훈련·양성하는 교육방식에는 그 나라의 정체성이 깃들어 있다. 독일 남서부의 바인스베르 국립 와인학교와 하일브론 대학교의 국제와인경영학과는 독일식 전통 교육으로서 이론과 실제에 능통한 전문가를 양성해내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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