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직업교육만 하면 다 없어질 것…고등직업교육 속 고등화 꾀해야”

“향후 여성 역량 기대되는 학과 개설…여성친화적 학과는 더욱 발전시켜”
“‘4차 산업혁명과 미래교육 준비단(가칭)’ 구성 등 미래 대비한 정책 시급”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교육은 ‘현재’에 발을 담그고 있지만 ‘미래’를 예측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것이 그 목표다.”

김숙자 배화여자대학교 총장은 지난 2011년 취임 이후 지금까지 미래 지향적으로 대학을 운영해왔다. 캠퍼스 리모델링, 학과 구조조정 등이 대표적이다. 이제는 남은 임기 동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대학 구성원들의 인식을 바꾸고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인재를 양성해낼 수 있는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낼 계획이다.

김 총장은 “올해 개교 40주년을 맞아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정하고 보완해 4차 산업혁명 사회에 진입한 교육환경 조성, 기타 대학 운영 계획을 다시 수립하고 실천해 나가는 일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총장은 앞으로 대학이 100년, 200년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할 때 변화해야 하는데 지금이 그때라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없어질 수도 있다는 경고도 함께 했다.

김 총장은 “미래의 전문대학은 한 차원 높아야 한다. 단순한 직업 교육만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으로 남는다면 일본의 단기대학처럼 다 없어질 것”이라면서 “우리 대학도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고등직업교육 속에서도 정말 고등화해야 한다. 기존의 전문대학 교육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자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 2011년에 취임해 연임됐다. 그간 국내외로 배화여자대학교의 위상을 상당히 높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대학을 변화, 발전시킨 노하우가 있다면.
“우리 대학은 올해로 창립 120주년의 전통을 가진 학교법인 배화학원이 설립·운영하는 대학이다. 우리 대학 역시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는다. 총장으로 취임해 보니 배화학원의 역사적 배경과 그간 교직원 여러분의 노고로 이미 전문대학으로서의 기틀이 잡혀 있었다. 저는 다만 다져진 기반 위에 시대의 변화와 사회적 요구, 정부의 정책변화에 따른 개선과 개혁을 했을 뿐이다. 그 일 또한 교직원 모두가 학교 발전을 위해 함께 협력하고 수고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 재임하는 동안 대학 발전에 가장 기여한 정책은 무엇인가.
“노후하고 열악했던 대학건물들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고 최신 교육기자재를 도입, 학생을 위해 교육환경을 개선했던 것은 가장 어려웠으면서도 가장 잘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는 사회 변화와 시대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서 학과 구조조정 및 학과 신설 추진을 들 수 있겠다. 2개 학과를 1개 학과로 통합했고 세무회계과, 아동보육과, 글로벌관광과, 정보보호과 4개 학과를 신설했다. 또 4개 학과의 명칭도 바꿨다. 사실 이에 따른 저항과 불만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고 객관적·합리적 기준에 맞춘 개선과 개혁에 착수했으며 학과 교수들의 이해로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는 우리 대학으로서는 새로운 변화이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이루지 않았나 싶다.”

- 보통 여대하면 취·창업이 약하다는 인식이 있다. 배화여자대학교는 졸업생들의 취업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우리 대학은 특히 인문사회계열 학과가 많다. 취업률이 높을 수가 없는 구조다. 최대한 취·창업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해 취업률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우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부터 학생들에게 ‘왜 취업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취업 마인드를 심어준다. 교수들은 적극적으로 학생들의 진로계획을 살피고 적성과 눈높이에 맞는 취업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양적인 취업률뿐만 아니라 질적으로 좋은 취업처를 찾아주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장, 적성에 맞아 오래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직장이 바로 그것이다.”

- 과거 여대들이 남녀공학으로 전환한 사례가 있었고 최근 성신여대가 남녀공학으로 전환을 논의해 보겠다고 해 논란이었다. 학령인구 급감시대에 여대로 살아남기가 더 어려운 환경이 되지 않았나 싶다.
“3년 전 세계여총장 회의에서 여자대학의 생존 및 발전전략에 관해 재정이 넉넉한 대학, 보건계열 및 이공계열 등 취업이 잘될 학과를 개설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여자대학이라면 남녀공학으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제발표를 한 적이 있다. 나 또한 취임 직후 우리 대학의 남녀공학화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러나 배화학원과 대학의 재정 상태, 여중·여고와 함께 있는 대학 캠퍼스 사정 등으로 포기했다. 그 대신 미래 사회에서 여성의 역량이 기대되는 학과를 개설하고 기존의 여성친화적 학과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 ‘작지만 강한 여자대학’으로서의 발전전략을 세우고 있다.”

- 전문대학에는 여성 총장이 많지 않다. 여성 총장으로서 대학 사회에서의 여성에 대한 차별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배화여자대학교의 경우는 어떤가.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2016년 유리천장 지수(glass-ceiling index)’에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최하위국이다. 2013년부터 4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이른 바 대학의 오너 일가를 제외한다면 여성 총장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여교수 또한 많지 않다. 그러나 우리 대학은 다르다. 여교수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다. 63~65% 다. 여자대학인 특성상 여성의 역량이 반영될 수 있는 학과, 즉 여성친화적 학과가 많이 개설돼 있기 때문이다. 학과장을 비롯해 주요 보직교수는 물론 각종 평가준비단, 재정지원사업 준비단도 거의 여교수들로 구성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교수들의 손에 의해 우리 대학이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문재인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새 정부가 들어선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더 지켜봐야겠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처하는 새로운 대학교육을 위한 정책을 시급히 마련해주길 바란다. 전통적 교육방법인 암기위주, 주입식 지식 전달이 아닌 학생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 그런데 교육내용과 방법의 혁신을 위해서는 제도 개혁보다도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의 역량강화 문제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교수들부터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고 융합적 지식과 사고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창의적 발상을 유도하는 새로운 교육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주로 3차 산업혁명 사회에서 교육을 받고 지식을 갖춘 교수들이 갑자기 4차 산업사회를 위한 교육내용, 교수방법으로 학생들을 교육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그렇다고 각 대학이 자체적으로 연수회나 교육역량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이에 대처하기에는 재정적으로 어렵다. 또 정부의 각종 대학평가 등으로 교수들은 현재도 학생들을 교육하고 지도하기에 시간상 여력이 없다. 대학 기관평가인증, 기본역량 진단평가, 각종 정부재정 지원사업 등도 중요하지만 보다 가장 우선적이고 시급한 교육정책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사회 변화에 대처할 교육의 주체가 되는 교수의 역량강화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교육위원회를 구성해 대학 입시제도, 각종 대학 평가 방법, 재정 지원사업 방법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들은 차순위 정책으로 하더라도 예를 들면 한국교육개발원 등에 ‘4차 산업혁명과 미래교육 준비단(가칭)’을 구성해 발 빠른 걸음을 재촉해주길 바란다.”

-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있나.
“올해는 교수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연수 대부분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주제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로써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이해를 돕고 교수들의 의식도 변화시키고자 한다. 학교의 환경 변화도 이뤄내야겠다. 현재의 교육여건으로는 토론을 통한 학생들의 문제해결능력을 길러줄 수 없다. 이 좁은 캠퍼스 공간을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를 연구해야겠다. 제 임기동안 완벽히 이뤄질 순 없겠지만 구성원들의 의식화라도 시키고 싶다.”

- 어떤 총장으로 남고 싶나.
“법과 원칙에 따라 대학 행정과 교무를 총괄한 총장, 그리고 우리 대학의 교훈으로 삼은 정직, 근면, 봉사를 몸소 실천한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 김숙자 총장이 최용섭 본지 주간(왼쪽)과 대담하고 있다.

■김숙자 총장은…
1966년 이화여대 법학과와 동 대학원, 연세대 법학 박사 과정을 거친 뒤 1984년부터 2009년까지 명지대 법과대학 법학과 교수로 재임했다. 명지대에서 여성·가족생활연구소장, 교수협의회장, 법정대학장을 맡았다. 현재 중국 연변대 객좌교수와 중국 북경대 여성연구소 초빙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또한 서울지역전문대학총장회장은 물론 여자전문대학총장협의회장도 맡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배화여자대학교 총장을 맡아 학교를 이끌고 있다.

<대담 = 최용섭 주간 / 정리 = 천주연 기자 / 사진 = 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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