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좋은 제도가 항상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그런 경우다. 사실 학종은 장점이 많은 제도다. 우선, 고교 공교육 정상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기존의 암기식ㆍ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독서ㆍ토론식 수업이 가능해졌다고 현장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인재를 기르려면 과거의 평가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학종 개편 논의는 시대 상황과도 맞물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학종의 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금수저 전형’ ‘깜깜이 전형’ 등 비판이 거세다. 최근 ‘자녀논문 끼워넣기’ ‘장애인 특별전형’ ‘상장 몰아주기’ 등 대입 부정이 적발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지난 7일 김상곤 부총리까지 나서 대입 공정성 추진 점검단을 구성하고 대입 부정 척결에 나섰으나, 쉽지 않아 보인다.

학종이 꽃을 피우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적합한 토양과 기후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선발과정의 불투명성이 지적된다. 유명무실한 ‘회피제척 시스템’ 역시 문제다. 수험생과 친·인척 관계에 있는 입학사정관을 선발 업무에서 제외하는 이 시스템은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에 막혀 폐지됐다. 강력한 처벌조항 마련도 필요하다. 이에 교육 당국이 입시 관리기구를 마련해 대입전형 모니터링부터 심의ㆍ규제까지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학종을 시행하기에 앞서 근본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순히 학생부 기재 항목을 간소화한다고 해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그렇지 않으면 대입 ‘공정성’에 대한 불신은 결코 해소될 수 없다. 수험 공부로 밤을 지새우며 누구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는 수험생들이 오히려 ‘정시 확대’를 외치는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부모의 직업이 아닌 노력으로 대학을 가는 것이 공정하다는 믿음을 외면해선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대입제도 개편안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공정’을 내세웠다. 그러나 학종 확대를 무리하게 내세운 것을 보면 공정성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공정성을 추구했다면 학종에서 발생할 부작용을 예측하고 환경 조성을 우선시해야 했다. 

학종은 당분간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오는 8월 교육부가 새 대입제도 개편안을 확정한다. 반년도 남지 않았다. 게다가 오는 6월 교육감 선거에서 대입 공정성이 핵심 현안으로 떠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간이 많지 않다. 교육 당국은 학종이 뿌리내리지 못한 문제가 무엇인지, 근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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