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계부처 합동 ‘3차 규제혁파 위한 현장대화’ 개최
“혁신성장 위한 과학기술 연구개발체계 정립 위한 첫 걸음”

연구자 판단하에 자발적 연구과제 중지 허용하고
성실실패 인정되면 전액환수‧손해배상 청구 금지
2020년까지 통합 과제관리시스템(PMS) 구축하고
공동관리규정 연내 손질, 국가연구개발특별법 마련

▲ 9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3차 규제혁파를 위한 현장대화'를 주재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창의적 연구 활성화를 위해 R&D 시스템을 혁신하고 규제를 혁파하겠다”고 밝혔다.(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정부가 국가연구개발(R&D)사업의 연차평가를 완전 폐지하고 선정평가를 강화할 계획이다. 연구비 속 간접비로 대학 등 연구기관이 자율적으로 마련해왔던 연구행정 전담조직을 의무화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연구자 판단 하에 자율적으로 과제를 중단해도 성실실패가 인정되면 연구비 전액환수와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할 방침이다. 현행 ‘공동관리규정’도 연내 손질하고, 연말까지 가칭 ‘국가연구개발특별법’을 마련해 이 같은 내용을 법제화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추진하는 ‘혁신성장을 위한 국가 R&D 분야 규제혁파 방안’에 담긴 내용이다. 정부는 과기정통부,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보건복지부 합동으로 ‘제3차 규제혁파를 위한 현장대화’를 서울 월곡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하고 규제혁파 방안을 발표했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자 중심의 R&D 환경 조성을 위해 열린 이날 현장대화는 대학, 기업, 정부출연연구소에 속한 민간위원 10명이 동석했다.

이날 임대식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국가 R&D 분야의 체질 개선과 혁신을 위해 현장 연구자가 혁신의 주체로서 연구에 몰입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전주기에 걸친 과다한 규제를 개선하고 부처마다 제각각 배치된 관련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먼저 3년 단위의 짧은 과제라도 매년 11월께 복잡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했던 연차평가를 완전 폐지할 계획이다. 최종평가도 부처별, 사업별로 지침을 마련해 간소화한다.

진행하던 과제를 외국에서 먼저 개발하거나, 실패가 확실시되는 경우 연구자가 스스로 판단해 연구를 중단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 경우 기존에는 ‘실패’로 규정돼 지원된 연구비 전액을 환수했으나, 이것도 제재 없이 남은 연구비만 돌려주면 되도록 한다.

이에 대해 임대식 과기혁신본부장은 “연차평가를 없앰으로써 매년 연구비 지급 협약을 체결해야 했던 관행도 없앨 계획이다. 예컨대 협약이 체결되고 연구비를 받기까지 2개월간 연구비가 고갈돼 대학원생 인건비를 주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는데, 이를 예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이낙연 국무총리가 9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규제혁파를 위한 현장대화' 를 주재했다. 이날 대화는 대학 교수와 기업 대표 등 민간과 교육부 차관, 중기부 차관, 복지부 차관 등 정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사진=한명섭 기자)

현재 한국의 과제 성공률은 95%에 달한다. 정부는 과도한 제재에 따라 실패를 회피하기 위한 쉬운 연구과제를 양산하게 된 결과라고 보고, 앞으로는 R&D 과정의 금전적 손실에 대한 연구관리기관, 국가의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한다. 고의적인 비리나 중과실은 엄단하되, 연구과정의 성실실패가 인정되도록 연구자들에게 소명 기회를 부여하고 피해자 권익보호 절차도 마련한다.

사전 통제, 사후 적발‧환수를 기조로 했던 연구비관리 행정도 손질한다. 연구책임자가 물량과 단가를 기록하기 위해 연구비로 사용한 영수증을 모아서 제출해야 했던 현행 소요명세서 작성도 폐지하고, 인건비 등 필수 내역과 연구비 세부항목별 총액만 기재해 제출하도록 간소화한다.

대학원생 등 연구자들이 행정업무를 진행해야 했던 관행을 깨기 위해 연구행정지원 전담인력을 배치하도록 의무화한다. 대학 등 기관마다 여건이 상이한 만큼 이는 예산과 추진 방식을 마련하기 위해 현장과의 대화를 추진해 마련할 방침이다.

임 과기혁신본부장은 “행정조직 문제는 연구기관마다 방대한 규모에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며 “간접비에서 행정전담 조직을 마련토록 추진하거나, 연구과제 인건비에서 행정조직 인건비를 주도록 하는 것을 금지하는 두 방안이 있을 것이다. 일단 의무화 원칙 아래에서 기관별 적정 전담인력 규모를 조사하기 위해 의견 수렴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과제를 수주하기 위해 부처별 연구관리기관을 일일이 찾아보던 불편함도 해소하기 위해 20개로 나뉜 연구비관리시스템(PMS)을 오는 2020년까지 단일 시스템으로 구축한다. 부처마다 다르던 연구비 사용 기준도 연구기관에 따라 유형화하고 통합한다. 과기혁신본부는 PMS 구축을 위한 기획과제를 추진하고 예산안을 마련해 국회 의결을 요청할 계획이다.

획일적인 과제제안요구서(RFP) 공모도 철폐하고, 연구과제 공모 시점을 연구자가 예측가능할 수 있도록 바꾼다. 갑작스럽게 과제를 공고해 준비를 못하게 하는 관행을 해소한다.이 같은 내용을 종합적으로 법제화해 지속가능토록 가칭 ‘연구개발특별법’ 입법을 추진한다. 시행령 개정으로 바꿀 수 있는 공동관리규정의 세부 내용도 연내 고치기로 했다.

▲ 임대식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8일 KIST에서 정부의 연구현장 규제혁파 방안을 발표했다.(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임 과기혁신본부장은 “관 주도의 R&D 정책을 연구자 중심으로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과제의 성공이 아닌 과학기술의 실질적인 성공이 이뤄져야 한다”며 “특허를 위한 특허, 논문을 위한 논문이 아니라 실질적인 상업화,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놓겠다. 연구는 연구자들이 가장 잘 안다는 생각으로 신뢰 속에 부담감을 줄여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규제혁파를 위한 현장대화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현장의 애로를 지속적으로 발굴,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창의적 연구 활성화를 위해 R&D 시스템을 혁신하고 규제를 혁파하겠다”며 “치매 등 고령화 시대 뇌질환 정복 연구 등을 통해 국민 건강 증진, 삶의 질 제고를 위해 지속적으로 역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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