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수서정리팀 부장

교육부가 주도한 2017년 대학도서관 시범평가가 마무리됐다.

어떤 식의 평가도 평가자와 피평가자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어렵지만 대학도서관 스스로 법까지 만들어가며 평가를 받겠다고 한 본래의 취지와 교육부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현재의 평가 진행 사이에 거리가 느껴져 아쉬움이 남는다.

교육부는 2016년 12월 전국의 대학도서관에 보낸 공문을 통해, 2017년에는 정량평가만을 진행한 2016년 평가의 문제점을 보완해 정량평가와 정성평가 그리고 이용자만족도 조사 등 모든 지표를 활용해 평가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입력 시 오류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있으면 평가 자체의 신뢰성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어 갑자기 2017년 평가에서 정성지표를 제외함으로써 시범평가 기간 중 원래 계획됐던 평가지표 전체에 대한 검증이 불가능하게 됐다. 평가 중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바로잡아 본평가에 대비하라는 취지로 시범평가기간이 있는 것인데, 이제 시범평가 마지막 해인 2018년에서야 전체지표를 활용한 시범평가를 할 수 밖에 없어 2019년 본평가를 앞두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검증이나 대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17년 시범평가 시 모든 평가지표를 활용해 문제점을 점검하겠다는 교육부의 처음 계획에 대해 대학도서관 평가 연구진뿐만 아니라, 대학도서관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와 대학도서관진흥실무위원회 검토회의에서도 반대의견은 없었다.

그럼에도 교육부가 공식 발표와 달리 정성지표를 제외하고 평가를 진행한 것은 공권력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이에 따라 충분한 검토를 통해 계획된 평가 로드맵조차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는 교육부에 평가를 맡길 수 있느냐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평가의 목적에 대해서도 개별 대학도서관이 스스로를 진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은 평가결과 드러난 문제점과 책임을 개개 대학도서관에 국한시키려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대학도서관진흥법을 만들고 이에 근거해 평가를 시행하는 것은 대학도서관을 정부 차원에서 다시 ‘진흥’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진단하기 위한 평가라면 굳이 정부에서 주도할 필요가 있을까?

평가결과를 통해 나타난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안이나 계획 없이 교육부는 평가만 하고 평가결과는 대학도서관 스스로 알아서 하라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2019년 본평가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취지의 평가가 대학도서관과 사서들의 괜한 수고만 더하는 일이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볼 일이다.

교육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시범평가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염려가 아니라 2019년 본평가 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범평가기간에 오류를 점검하고 문제점을 파악하는 등 충분한 검증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평가를 통해 나타난 대학도서관의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어떤 해결 방안을 제시해줄 수 있을지에 대한 검토와 평가 결과를 대학 평가 또는 인증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대학도서관 발전과 진흥에 어떻게 연계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정책적· 제도적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학도서관들이 평가에 참여하는 것은 도서관의 자체진단을 위해서나, 전국에 있는 대학도서관들의 순위를 정해 우열을 가리고 표창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제라도 평가를 통해 드러난 대학도서관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고 대학도서관 진흥을 위한 백년대계가 세워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2019년 대학도서관 본평가 시행을 앞두고 진행될 2018년 마지막 시범평가는 이런 불신이 제거돼 평가의 근본적인 목적과 취지에 좀 더 가까워지길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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