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연구위원

최근 TV프로그램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먹방(유명 인사나 연예인들이 음식을 맛깔스럽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과 쿡방(주어진 재료를 가지고 다양한 음식의 조리법과 직접 요리하는 것을 보여주는 방송)이다. 입소문이 난 이른바 맛집이나 스타셰프가 요리한 맛난 음식을 먹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은 보통이고 심지어 몇 달 전에 예약을 해야만 음식 맛을 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 있다. 그러다 보니 청소년들에게 요리사(셰프)가 인기 직업으로 부상하고 있고 조리 관련 학과에 관심이 많다.

요리사야말로 학력보다는 실력과 경력과 열정으로 인정받는 대표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TV에 자주 출연하는 스타셰프 중에서도 실제로는 국내에서는 일반학교나 전문대학을 나와 경험을 쌓고 열정과 노력으로 그 자리에 올라온 분들이 많이 있다. 꼭 4년제 대학을 나오지 않더라고 본인의 자질에 노력을 더한다면 훌륭한 요리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전문대학의 조리 관련 학과는 조리학과, 호텔조리과, 호텔외식조리과, 외식조리학과, 식품조리과 등 많이 사용되는 학과 이름뿐만 아니라 전통조리학과, 조리과학과, 조리예술과, 푸드코디네이션과, 글로벌한식조리과, 푸드스쿨(조리전공), 한식명품조리과 등의 이름으로도 있고 호텔조리김치발효학과, 조리부사관학과 등 이색학과도 있다. 또한 영남이공대학 관광계열의 아웃백스테이크 전공, 진주보건대의 외식산업미스터피자 전공, 송곡대학교 애슐리과 등 회사와 계약학과로 운영되는 학과도 있다.

조리학과에서는 조리 관련 실습과목이 개설돼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조리기술을 습득하며 이를 위해 전공에 따라 기초 서양조리, 고급 서양조리, 이탈리요리, 프랑스요리, 연회 실습, 기초 한국조리, 고급 한국조리, 궁중요리, 전통한과, 제과실습, 제빵실습, 일본요리, 중국요리, 주조음료 등을 필수 또는 선택으로 배운다. 또한 조리와 관련된 내용으로 식당경영론, 조리원리, 영양학, 식품위생학, 식품문화사, 메뉴연구, 주방관리론, 실험조리, 식이요법, 식품구매론, 호텔경영학, 식음료원가관리, 기초 외국어 등을 배운다.

조리 관련 자격증은 한식, 양식, 일식, 중식, 복어까지 총 5가지 자격증이 있고, 등급에 따라 기능사, 산업기사, 기능장으로 나눌 수 있다. 산업기사는 전문대졸 이상의 학력이 있거나, 기능사 자격증 취득 후 1년 정도 실무 경력이 있어야만 응시할 수 있으며 기능장은 기능사 취득 후 7년, 또는 산업기사 취득 후 5년의 실무 경력이 있어야 응시가 가능하다. 이외 개인적으로 공부해 제과제빵, 푸드스타일리스트, 식품산업기사, 조주기능사, 위생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고 그 외 민간자격증으로는 파티플래너, 바리스타, 출장요리연회사, 초콜릿공예기능사, 케이크디자이너 등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졸업 후에는 조리사, 푸드스타일리스트 등 취직이나 창업을 통해 직접 요리를 하는 경우도 있고 학원이나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도 있다. 한 가지 알아둘 것은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교사는 자격증이 필요하다. 그래서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4년제 대학에서 교직과목을 이수해야 하지만 대학교수는 자격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해당분야에 장인이 되면 대학교수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2년제 대학만 나와도 문화센터나 요리학원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고 중·고등학교 방과 후 수업이나 실습교사뿐 만 아니라 실력이 뛰어나면 대학에서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다.

최근 관광산업 발달과 함께 국내외 특급호텔을 비롯한 관광호텔, 체인점을 비롯한 전문외식업체, 항공기 기내식당, 선박회사, 선상레스토랑 등에서 조리 및 식음료를 관리하는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그 외 경영의 기술이 있다면 프랜차이즈 사업을 통해 요리를 개발하고 사업을 하는 수완을 발휘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요즘 요리 프로그램에 가장 많이 나오는 백종원 대표도 요리관련 학과가 아닌 경영학과를 나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의 요리에 대한 연구와 열정 그리고 경영 능력을 발휘해 프랜차이즈 업계의 성공신화를 이룬 것이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은 요리사가 인기직종이다. 아마도 경제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어느 프로그램에서 앞으로 요리사가 사라질 직종으로 분류된 것을 보았다. 실제로 영국에서 접시나 집기뿐만 아니라 요리까지도 3D프린터로 만들어지는 식당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3D프린터로 만들어내는 음식이나 프랜차이즈의 규격화된 음식은 식사이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누군가는 개발해야 한다.

요리는 맛이고 멋이다. 요리사에게는 혼이다. 사람의 감성을 녹여내는 맛있는 음식은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생활을 즐겁게 하는 중요한 도구이다. 그런 면에서 맛에다 멋을 더하는 장인의 실력을 가진 전문조리인의 가치는 그 어느 직업인보다 소중하다고 하겠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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